쿠팡 포렌식 논란: 기업의 자체 포렌식, 법적으로 문제 없을까?
◆ 들어가며
최근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하여 피의자의 노트북을 경찰에 제출하면서, 사전에 자체 포렌식을 진행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12월 29일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정례간담회에서 "쿠팡이 피의자의 노트북을 경찰에 임의제출하는 과정에서 미리 포렌식을 한 사실을 진술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박 청장은 쿠팡이 피의자를 먼저 접촉해 진술을 받아내고 핵심 증거물인 노트북을 자체적으로 포렌식한 행위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사안은 단순한 내부 조사 활동을 넘어 공공 수사절차와 충돌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기업이 디지털 증거를 다룰 때 지켜야 할 법적 절차와 한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 디지털 포렌식이란?
디지털 증거의 법적 성격
디지털 증거란 전자적 형태로 존재하는 증거 전체를 의미합니다.
노트북, 저장장치, 로그 파일, 네트워크 기록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합니다.
디지털 포렌식은 단순히 파일을 열어보는 것과는 다릅니다.
삭제된 데이터의 복원, 타임스탬프 분석, 로그 연계 분석 등 과학적 방법을 통해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전문적인 절차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절차적 정당성입니다.
적법한 절차 없이 진행된 포렌식은 오히려 법정에서 증거능력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증거의 특성상 변조나 훼손이 쉽기 때문에, 증거의 무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엄격한 절차가 요구됩니다.
수사기관의 디지털 포렌식 절차
형사 사건에서 디지털 증거의 확보와 분석은 원칙적으로 수사기관(경찰·검찰)이 형사소송법에 따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진행합니다.
대법원은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원칙을 확립하고 있습니다.
첫째, 참여권 보장의 원칙입니다.
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전자정보가 담긴 저장매체나 복제본을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복제·탐색·출력하는 경우, 피압수자나 변호인에게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합니다.
특히 변호인의 참여권은 피압수자가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시하더라도 별도로 보장해야 하는 고유권으로 인정됩니다.
둘째, 관련성의 원칙입니다.
임의제출된 정보저장매체에서도 압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초과하여 수사기관이 임의로 탐색·복제·출력하는 것은 위법한 압수·수색에 해당합니다.
범죄혐의 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적법하게 탐색해야 하며, 별도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에는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합니다.

◆ 쿠팡 사건의 법적 쟁점
민간 기업의 자체 포렌식, 무엇이 문제인가?
쿠팡은 중국 현지에서 잠수부를 투입해 강에서 피의자가 사용한 노트북을 회수한 뒤, 지난 21일 경찰에 이를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입수 경위에 대한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자체 포렌식을 한 사실은 알리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행위가 문제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증거 보전의 원칙 훼손 우려입니다.
민간이 임의로 증거물을 분석할 경우, 원본 데이터의 무결성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증거는 그 특성상 접근만으로도 메타데이터가 변경될 수 있어, 사전 분석은 향후 법정에서 증거능력 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둘째,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 문제입니다.
쿠팡 자체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피고발인 상태입니다.
피의자 또는 피고발인이 핵심 증거물을 먼저 확보하고 분석한 뒤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것은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정보 공유 의무의 문제입니다.
경찰은 쿠팡의 자체 조사와 관련하여 사전 통보나 협의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쿠팡은 "정부의 지시에 따라 긴밀히 협력하며 진행한 조사"라고 주장했으나, 수사기관과의 협력 관계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증거인멸죄 적용 가능성
증거인멸죄(형법 제155조)가 적용되려면 몇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타인'의 형사사건이어야 합니다.
증거인멸죄는 자기 자신의 사건이 아닌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해야 성립합니다.
쿠팡 자체가 피고발인 상태라면, 이 요건 해당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증거를 '인멸'해야 합니다.
인멸이란 증거를 파기, 은닉, 변조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쿠팡이 노트북을 파기하지 않고 경찰에 제출한 점을 고려하면, 적극적인 인멸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다만, 자체 포렌식 과정에서 데이터의 변조나 삭제가 있었다면 달리 판단될 수 있습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만약 허위·조작 자료를 제출한 경우 불법·위법 사안이 확인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증거인멸이 될 수도, 공무집행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무집행방해죄 적용 가능성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성립합니다.
수사 시작 전에 기업이 임의로 포렌식을 진행하고 결과를 발표하여 수사에 혼선을 주었다면, 이 죄의 적용 여부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박 청장은 "현재 입건된 피의자가 없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단계이므로 현시점에서 수사방해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하면서도, "수사를 방해하거나 지장을 주는 행위에 위법한 게 있다면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디지털 증거와 포렌식 절차에서 알아야 할 것들
임의제출의 법적 의미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하는 경우에도 법적 절차가 중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제출했으니 문제없다"고 생각하시지만, 임의제출 이후의 포렌식 과정에서도 피압수자와 변호인의 참여권은 보장되어야 합니다.
변호인의 역할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서 변호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변호인은 포렌식 선별 절차에 참관하여 범죄혐의와 관련 없는 전자정보의 무단 탐색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설령 피압수자가 참여를 포기하더라도, 변호인에게는 별도로 참여 기회가 보장됩니다.
특히 전자기기에는 수많은 개인정보가 담겨 있어, 관련성 없는 정보가 무분별하게 수사기관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변호인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 마치며
이번 쿠팡 사건은 디지털 범죄 수사에서 민간 기업의 역할과 한계, 그리고 적법한 증거 확보 절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디지털 증거와 포렌식 절차는 법적 쟁점이 매우 복잡한 분야입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수사기관의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서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부터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민성 변호사는 인천지방검찰청 경력 및 대형로펌 수사대응그룹 경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형사사건에서 디지털 포렌식 절차에 참관하였으며, 유명 정치인 사건 등 규모 있는 사건의 포렌식도 경험하였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포렌식 (선별) 절차에서 피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건이 불필요한 범위로 확대되는 일을 방어해 드리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디지털 범죄, 포렌식 관련 법적 문제로 고민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상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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