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양육권, 부모 양쪽이 다 거부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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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양육권, 부모 양쪽이 다 거부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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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양육권, 부모 양쪽이 다 거부한다면? 

엄세연 변호사

"남편은 상간녀 집에서 살다시피 하고, 솔직히 저도 아이 키우기 싫습니다."

이혼 상담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얼굴의 가정을 마주하게 됩니다. 서로 어떻게든 아이를 데려가겠다며 치열하게 다투는 부부가 있는가 하면, 그와는 정반대로 양쪽 모두 아이 양육을 피하려는 부부도 적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재혼을 앞두고 있어서, 경제적으로 도저히 여유가 없어서, 건강이 좋지 않아서, 혹은 이미 아이와의 유대감이 멀어져 버려서 등등 그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결국 상담 말미에 "저는 못 키웁니다"라는 말이 부모 양쪽 입에서 동시에 나올 때 문제는 복잡해지는데요. 만일 부모 둘 다 아이를 원하지 않으면 법원은 어떻게 판단할까요?

 

"둘 다 싫다"고 하면 이혼 자체가 안 된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양육자 지정 없이는 이혼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협의이혼의 경우 양육에 관한 합의서를 제출해야만 이혼신고가 접수되고, 재판이혼의 경우에도 법원이 직권으로 양육자를 지정합니다. "둘 다 키우기 싫으니 양육자 없이 이혼하겠다"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민법 제837조는 이혼 시 자녀의 양육에 관한 사항을 협의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그 내용이 자녀의 복리에 반하는 경우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결정합니다. 실제로 부모 양쪽이 모두 양육을 거부한 사건에서 담당 재판장이 양쪽을 강하게 질책하고, "1년 뒤에 다시 오라"며 소송 진행 자체를 미룬 사례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의 의사는 어떻게 반영될까요? 자녀가 중학생 정도의 나이가 되면 본인의 의사가 상당 부분 존중됩니다. 법원은 만 13세 이상 자녀의 경우 직접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신생아나 영유아의 경우에는 스스로 의사표현이 불가능하므로, 법원이 부모의 양육 환경, 경제력, 주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게 됩니다. 특히 영유아는 주 양육자와의 애착 관계가 중요하게 고려되어, 그동안 주로 돌봐온 부모 쪽으로 양육권이 지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사조사 일부러 망치면 양육권 피할 수 있을까?

"가사조사를 엉망으로 보면 제가 양육권자로 지정되지 않겠죠?" 간혹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가사조사는 법원이 양육자를 결정하기 위해 진행하는 절차로, 조사관이 부모 각각의 양육 의지, 경제력, 주거 환경, 자녀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러 불성실하게 임하거나 양육 능력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면, 법원은 이런 태도를 ‘양육에 대한 무책임’으로 판단할 뿐만 아니라, 극단적으로 자녀를 방임하거나 유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때는 아동복지법상 방임·유기 혐의로 형사고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아동 방임·유기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중범죄입니다.

 

무엇보다 가사조사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양육 의무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설령 양육권자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양육비 지급 의무는 그대로 남습니다. 서울가정법원의 양육비산정표를 기준으로 부모 양쪽의 소득과 자녀 연령에 따라 양육비가 산정되며,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이 의무는 계속됩니다. 양육권을 피했다고 해서 경제적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영유아 자녀가 있는 경우 가사조사에서는 특히 주 양육자가 누구였는지, 수유·목욕·병원 방문 등 일상적 돌봄을 누가 담당했는지가 중요하게 평가됩니다. 반면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자녀는 조사관이 직접 면담을 통해 아이의 의사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조부모나 친척이 대신 키울 수는 없나요?

부모 외의 제3자가 양육을 담당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법적 절차가 필요하고, 단순히 부모가 아이 양육을 거부하는 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바로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만일 조부모나 이모, 삼촌 등 친족이 양육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히는 경우, 해당 친족이 가정법원에 양육권자 지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부모 모두 양육 의사가 없고, 친족이 안정적인 양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친족을 양육권자로 인정할 여지가 있습니다. 또한 부모가 친권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미성년후견인 선임을 통해 제3자가 법적 보호자 역할을 맡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자녀의 연령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영유아의 경우 친족 양육이 결정되더라도 주 양육자 변경에 따른 애착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법원이 더욱 신중하게 판단합니다. 반면 중학생 이상의 자녀라면 본인이 조부모나 친척과 함께 살기를 원한다고 명확히 의사를 밝힐 경우, 그 의견이 상당히 존중됩니다. 결국 부모의 단순한 양육 거부만으로는 친족에게 양육이 자동으로 넘어가지 않으며, 자녀의 복리를 기준으로 법원이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정말 아무도 키울 수 없다면, 아이는 어디로?

부모 모두 양육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양육을 맡을 친족조차 없는 극단적인 상황이라면 아동복지법상 보호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최후의 수단입니다.

 

아동복지법은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기에 적당하지 않거나 양육 능력이 없는 경우,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보호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호조치에는 친족 가정 위탁, 일반 위탁가정 배치, 아동복지시설 입소 등이 포함됩니다. 그러나 부모가 건강하고 경제적 능력이 있음에도 단지 양육이 귀찮거나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자녀를 시설에 보내는 것은 사실상 허용되지 않습니다.

 

특히 신생아나 영유아의 경우 시설보다는 위탁가정 배치가 우선적으로 고려됩니다. 어린 아이일수록 안정적인 애착 형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초등학생 이상의 아동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시설 입소 여부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든 부모의 양육 거부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면 아동유기로 판단되어 형사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하셔야 합니다.

 

자녀 양육 문제는 이혼 과정에서 가장 예민하고 복잡한 부분입니다. 아무리 아이 양육을 도맡을 수 없는 상황이 있다 하더라도 법은 부모에게 최소한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고, 무엇보다 아이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만일 현실적으로 양육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양육비 분담 비율 조정, 양육 보조자 확보, 친족의 협조 등 다양한 방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감정적인 결정을 내리기 전에 법적으로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현재 이러한 문제로 고민이 있으시다면 전문 변호사 상담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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