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회사에 대한 채권을 개인에게 받을 수 있을까?
[민사] 회사에 대한 채권을 개인에게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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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일반/매매기업법무

[민사] 회사에 대한 채권을 개인에게 받을 수 있을까? 

김찬호 변호사

1. 들어가며

우리 상법은 회사를 주주나 대표이사와 구별되는 독립된 법인격으로 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회사와 회사가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그 계약에 따라 발생하는 채무는 그 회사의 주주나 대표이사가 아닌 회사에게 귀속됩니다. 예를 들어 A회사와 B회사가 물품 공급계약을 체결하였고, 이에 기초하여 A회사가 B회사에게 물품을 공급하였다면 A회사는 B회사에게 대금을 청구할 수 있을 뿐 B회사의 대표이사나 대주주에게 청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만을 고수할 경우, 사실상 1인이 운영, 지배하는 회사이고 그 1인이 회사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익을 향유하면서도 거래상대방에 대한 책임(채무)은 모두 회사에게 전가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정한 경우 회사라는 법인격을 부인하여 회사가 부담하는 채무를 회사의 내부자인 지배주주나 대표이사에게 아울러 부담시킬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법리를 이른바 '법인격부인론'이라고 합니다.

다만 법인격부인론은 회사에 독립된 법인격을 인정하는 우리 법의 대원칙에 대한 예외에 해당하므로 인정 요건이 매우 엄격하고, 이 때문에 하급심 실무에서 법인격부인론을 인정한 사례를 찾기는 매우 어려웠습니다. 오늘은 법인격부인론을 통해 회사의 채무를 회사의 대표이사나 주주에게 아울러 부담하도록 한 1심 판결이 있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2. 사건의 개요

A회사와 B회사는 A회사가 B회사에게 일정 대가를 받고 당근을 공급하는 내용의 당근 공급계약을 체결하였으나, B회사가 A회사로부터 당근을 공급받고도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A회사가 위 공급계약을 해제하였습니다.

A회사는 거래상대방인 B회사에게 당근 매매대금을 지급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A회사는 "B회사는 실질적으로 C의 개인사업체나 다름이 없다"라고 주장하면서 B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던 개인 C에게도 아울러 매매대금 상당액의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3. 법원의 판단

창원지방법원 2025. 10. 30. 선고 2024가합101056 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A회사의 C에 대한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1)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사람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배후자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비록 외견상으로는 회사의 행위라 할지라도 회사와 그 배후자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에게만 그로 인한 법적 효과가 귀속됨을 주장하면서 배후자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고, 따라서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여기서 회사가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사람의 개인기업에 불과하다고 보려면, 원칙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법률행위나 사실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와 배후자 사이에 재산과 업무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었는지 여부,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법률이나 정관에 규정된 의사결정절차를 밟지 않았는지 여부, 회사 자본의 부실 정도, 영업의 규모 및 직원의 수 등에 비추어 볼 때, 회사가 이름뿐이고 실질적으로는 개인영업에 지나지 않는 상태로 될 정도로 형해화되어야 한다. 또한, 위와 같이 법인격이 형해화될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회사의 법인격을 남용한 경우,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이 경우 채무면탈 등의 남용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회사를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고, 그와 같은 지위를 이용하여 법인 제도를 남용하는 행위를 할 것이 요구되며, 위와 같이 배후자가 법인 제도를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앞서 본 법인격 형해화의 정도 및 거래상대방의 인식이나 신뢰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3)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 C는 피고 회사 B를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었고, 피고 C은 그와 같은 지위를 이용하여 법인 제도를 남용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 피고 C는 B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고 대표이사가 C의 장모로 변경된 이후에는 이사로 재직하였음.

  • 피고 C는 자신이 B회사의 실질적 소유자임을 자인하였음.

  • 당근 납품 및 보관 등의 업무를 C가 총괄하였음.

  • 피고 C는 B회사가 설립된지 1년도 되지 않아 A회사와 큰 규모의 당근 공급계약을 체결하였고, 당근을 처분한 매매대금을 즉시 C 및 C의 가족들에게 이체하였음.

  • 피고 C는 본인 또는 가족 명의로 B회사와 유사한 목적을 가진 다수의 법인을 순차 설립하였는데, 관계 회사들은 본점 소재지가 서로 동일하고 회사의 로고도 동일/유사하였음.

  • 피고 C가 대표로 있는 다른 회사의 자금이 피고 B 회사 명의 계좌를 통해 또 다른 법인의 계좌로 이체되는 등, 피고 C의 개인 사업자금 관리에 B회사의 계좌가 사용된 정황이 확인되었음.

4. 시사점

회사의 채무를 회사의 대표자나 지배주주에게 아울러 부담시키기 위하여는 회사가 형식상으로만 존재할 뿐 실질적인 의사결정이 모두 그 배후에 있는 개인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이 인정되거나, 개인이 악의적으로 회사를 이용하여 이익을 취하여 놓고 그 책임을 회사에 전가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C가 특별한 이유 없이 여러 개의 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하면서 회사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모두 C 본인 또는 그 가족에게 즉시 이체하였다는 사정이 인정되었고 이를 통해 C가 '회사'라는 제도를 악용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하였다는 점이 인정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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