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오랜 기간 수사와 재판을 받아 마침내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를 선고받은 경우, 많은 분들이 '나를 신고, 고소한 사람을 무고죄로 고소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러나 신고나 고소를 당한 사람이 불기소처분이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신고한 사람이나 고소인에게 언제나 무고죄가 인정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오늘은 무고죄의 구성요건 중 '허위의 사실을 신고할 것'의 의미를 중심으로 그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2. 무고죄의 성립 요건
[형법]
제156조(무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무고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i)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ii)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iii)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여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타인(피해자)의 경찰 신고 또는 고소장 접수를 통해 수사 절차가 개시됩니다. 따라서 검사의 불기소처분이나 형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선고받은 상황에서 피해자를 무고죄로 고소할 수 있을지 여부를 고민하는 단계라면, 위 i) 및 ii)의 요건이 문제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이하에서는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는 행위의 의미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3.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는 행위란?
먼저 허위의 사실이란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만약 A와 B가 모두 만취한 상태에서 B가 A를 폭행하였는데, 그러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A가 B를 폭행죄로 고소하더라도, B가 A를 폭행한 것은 객관적 사실이므로 A에게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신고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행위자(신고를 하는 사람)도 자신이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신고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는 반하지만 행위자가 철썩 같이 그러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믿고 있는 상태에서 신고를 하였다면 행위자에게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한편, 신고 내용에 객관적 사실에 일부 반하는 내용이 있고 행위자가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신고 사실의 정황을 과장하는데 불과하다면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A가 B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를 하면서 "얼굴과 가슴, 배를 20대 이상 맞았다"라고 경찰에서 진술하였으나 실제로는 맞은 횟수가 20대까지는 이르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A에게 무고죄가 성립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4. 무죄 판결이 곧바로 '허위의 신고'가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A가 B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하여 B가 형사 재판을 받게 되었으나 재판부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B의 범죄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하면서 무죄 판결을 선고한 경우, A에게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요?
B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것은 강제추행 사실이 없었다는 의미이므로 A의 신고 사실이 허위라는 점이 그 자체로 입증되었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이므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점에 관하여는 적극적인 증명이 있어야 하며,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도15767 판결).
즉, 형사재판에서의 무죄 판결 선고를 통해 신고사실의 진실성이 일부 배척되었다고 하여 곧바로 신고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의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결론이 다소 모순적으로 느껴질 수 있겠으나, 이는 형사재판의 특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매우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형사재판은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대원칙이 적용되므로, 설령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볼만한 여러 사정이 확인되더라도, 피고인이 죄를 범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배제될 정도의 고도의 증명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면 법원은 유죄를 선고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하여 피고인이 그러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100% 확신할 수 없으므로, 마찬가지 맥락에서 피고인에 대한 무죄 판결만으로 피해자의 신고가 허위의 사실이라고 100%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 대법원은 신고 사실이 성폭행이나 성희롱인 경우,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사실에 관하여 불기소처분 내지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하여, 그 자체를 무고를 하였다는 적극적인 근거로 삼아 신고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하여, 무고죄 성립 여부를 보다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
대법원의 위와 같은 판시는,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는 경우가 있었던 점, 성범죄의 경우 이른바 물증 확보가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아 피해자 진술에 의존하여 수사나 공소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무고죄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수사와 공소 제기가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려울 여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5. 시사점
따라서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거나 검찰 단계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고소인 내지 신고자에게 무고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신고 사실의 허위성이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개별 사안에서의 무고죄 성립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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