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은 변호사가 8명이래요. 저희 지는 거 아니겠죠?"
실제로 사무실에서 의뢰인분들로부터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나홀로 소송을 진행하시다가 상대방이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통지를 받는 경우, 또는 이미 변호사를 선임하신 분이라도 상대방 측 변호사 선임계를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변호사를 선임하셨다면 이런 서류를 직접 보실 일은 드물지만, 가끔 의뢰인께 공유해드리거나 우연히 접하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런데 그 서류를 펼쳐보는 순간 당황스러운 상황이 벌어집니다. 상대방 변호사 이름이 8명, 10명, 심지어 그 이상으로 기재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솔직히 마음 한편이 불안해지는 게 당연합니다. "나는 변호사 한 명이랑 진행하는데, 저쪽은 변호사 군단이네?" "이거 돈 많이 쓰는 상대방이 유리한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면서 왠지 기가 죽고, 승소 가능성까지 의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미리 말씀드리자면, 대부분의 경우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은 이 궁금증을 실무적이고 법적인 관점에서 명확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여러 명이 선임되는 이유
먼저 법적인 배경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변호사법 제50조 및 제58조의16에 따르면, 변호사가 많이 소속된 대형 로펌은 법인 자격으로 사건을 수임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그 법인 소속의 구성원 변호사들이 공동으로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A 로펌이 사건을 맡게 되면 그 로펌 소속 변호사 여러 명의 이름을 선임계에 함께 올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법이 허용하는 정당한 절차이며, 실무상으로도 매우 흔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변호사 이름을 올리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대리 출석의 편의성 때문입니다. 민사소송법 제90조에 따르면 선임된 변호사는 재판에 출석하여 소송행위를 할 수 있는데, 담당 변호사가 급한 사정으로 법정에 출석하지 못할 때 같은 로펌의 다른 변호사가 대신 출석할 수 있도록 미리 이름을 올려두는 것입니다. 이는 일종의 안전장치이자 전략적 선택이죠.
실제로는 그중 한 명, 많아야 두세 명의 변호사가 핵심적으로 사건을 검토하고 준비서면을 작성하며 변론을 담당합니다. 나머지 변호사들은 이름만 올라가 있을 뿐, 사건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숫자가 아니라 전략
소송은 숫자보다 전략입니다. 변호사 10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고 해서 그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짜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실무에서는 책임 소재가 분산되어 오히려 비효율적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반면, 단 한 명의 변호사라도 사건의 쟁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관련 판례와 법리를 철저히 분석하며, 의뢰인과 소통하고 치밀하게 소송을 준비한다면 그것이 훨씬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대법원 판례도 "변호사의 수가 아니라 사건의 성질에 맞는 적절한 소송수행 여부가 중요하다”고 판시하여, 소송 결과는 변호사의 성실한 행위와 법리적 설득력에 달려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결국 소송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사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정확한 법리 적용, 그리고 설득력 있는 주장입니다. 이름만 많이 올라가 있고 정작 누구도 책임감 있게 사건을 다루지 않는다면, 그것은 오히려 약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변호사 팀’이 투입되는 경우
그렇다면 실제로 변호사 군단이 투입되는 경우는 없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재벌가의 경영권 분쟁이나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 유명인의 중대한 형사사건처럼 사회적 파장이 크고 복잡한 법률 쟁점이 얽힌 사건의 경우에는 실제로 여러 명의 변호사가 팀을 이루어 사건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각 변호사가 맡은 역할이 명확하게 분담됩니다. 예를 들어, 민사 전문 변호사, 세법 전문 변호사, 형사 전문 변호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협업하거나, 선임 변호사가 전략을 총괄하고 후배 변호사들이 판례 조사와 서면 작성을 분담하는 식입니다. 이른바 '변호사 중복 선임'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케이스죠.
하지만 이런 사건은 극히 드물며, 일반적인 민사소송이나 형사사건에서는 거의 해당되지 않습니다. 만약 상대방이 정말로 이런 수준의 대응을 한다면, 그것은 사건 자체가 매우 중대하거나 오히려 그만큼 우리 측의 주장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으니, 이런 경우에도 지나치게 위축될 필요는 없습니다.
실력 있는 변호사는 어떻게 찾을까요?
현재 대한민국에는 3만 명이 넘는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숫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의뢰인 입장에서 '실력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변호사'를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일부 사무실에서는 변호사가 아닌 사무장이 초기 상담을 담당하거나, 사건을 수임한 뒤 변호사와의 소통이 끊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의뢰인이 준비서면이나 변론 내용을 직접 확인하지 못한 채 재판이 진행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몇 가지 기준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변호사를 선택해야 할까요? 첫째, 상담 단계부터 변호사 본인이 직접 참여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대형 로펌일수록 역할이 분업화되어 상담을 실무 직원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결과의 질은 상담 단계의 정확성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둘째, 소통이 원활한 변호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건의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문의에 성실히 답변하는 변호사는 사건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동반자입니다. 셋째,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경험을 살피세요. 변호사는 분야별로 등록된 전문영역이 있는데, 내 사건과 유사한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마지막으로, 화려한 언변보다 성실하게 사건을 분석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제공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승산을 과장하거나 무조건적인 승소를 장담하는 변호사보다는, 냉정하게 가능성과 위험요소를 함께 짚어주는 변호사가 실력 있는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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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선임계에 변호사 이름이 여러 명 나열되어 있다고 해서 괜히 불안해하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실제 소송의 승패는 얼마나 성실하고 능력 있는 변호사가 사건을 맡고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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