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관계, 거부하면 유책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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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관계, 거부하면 유책배우자? 

엄세연 변호사

배우자가 원치 않는 성관계를 계속 요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 부부 사이에 성관계를 거부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오히려 그것을 빌미로

“너 관계 거부하는 거, 이혼 사유인 거 알지?”

라며 일방적으로 성관계를 종용하거나 협박에 가까운 말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데요. 이런 문제는 워낙 사적인 부분이라 주변에 쉽게 털어놓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혼자 마음속에 담아두고 수년, 길게는 수십 년 동안 괴로움을 견디다가 결국 더는 참을 수 없어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성관계를 거부하거나, 반대로 원치 않는 관계를 강요하는 경우엔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요?

 

부부관계 거부, 정말 이혼 사유가 될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당한 사유 없이 지속적으로 부부관계를 거부하는 것은 민법상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여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는 것은 맞습니다. 부부간의 성생활은 단순히 육체적 관계를 넘어, 서로의 신뢰와 애정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로 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법원은 여러 판례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장기간 부부관계를 사실상 단절한 경우를 이혼 사유로 인정해왔습니다.

 

하지만 모든 경우가 똑같이 이혼 사유로 판단되지는 않습니다. 관계를 거부했다고 해서 무조건 잘못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건강상의 문제나 출산, 심리적인 불안, 상대의 폭언·폭력 때문에 관계가 힘든 상황이라면, 이런 이유는 정당하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배우자의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너 이혼 사유를 네가 만들고 있는 거 알아?”라며 협박처럼 성관계를 강요한다면, 이때는 오히려 강요한 쪽이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단순히 ‘관계를 거부했느냐’가 아니라, 그 거부가 어떤 이유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리고 상대방이 그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에 있습니다.

 

사례 1. 당신 잘못인데 재산분할은 무슨

얼마 전 저희를 찾아주신 A씨는 결혼 7년 차에 남편으로부터 갑작스럽게 이혼소장을 받았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3년 넘게 부부관계를 거부했다면서, 이혼도 해야 하고 재산분할도 해줄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러나 실제 사정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좀 다릅니다. A씨는 늦은 나이에 아이를 출산했고, 몸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채 산후우울증과 독박육아까지 겹쳐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남편의 반복되는 관계 요구와 압박에, 결국 부부관계를 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남편은 정당한 사유 없이 3년 넘게 일방적으로 관계를 거부했다며 A씨가 잘못한 쪽, 즉 유책배우자라고 몰아붙였는데요. 유책배우자면 재산분할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말까지 덧붙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이런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부부관계를 거부하게 된 배경에 질병이나 출산, 심리적 고통 같은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혼인 파탄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아내에게만 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책배우자더라도 혼인 기간 동안 함께 모은 재산에 대한 기여도가 인정된다면, 재산분할은 별도로 이루어집니다. 즉 단순히 부부관계를 거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재산분할을 전혀 받지 못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법원은 혼인의 전 과정을 살펴보고, 정당한 사유와 기여도를 모두 종합해서 판단합니다. A씨처럼 정당한 이유로 인해 관계를 거부한 경우라면, 재산분할 역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사례 2. 당신이 잘못했으니 이혼 안 해줄 거야

이번에는 반대되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작년 저희 사무실을 찾은 B씨는 남편의 지속적인 부부관계 거부로 5년 이상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그동안 몇 차례 협의이혼을 제안했지만 남편은 단호했습니다.

 

"내가 바람을 피웠어? 돈을 안 벌어와? 아니잖아. 난 절대 이혼 못해줘"

 

실제로 이런 ‘협박 섞인 거부’를 겪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부부관계를 거부당하면서도, 상대가 이혼을 허락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참고 사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이것은 법을 잘못 이해한 경우입니다. 부부 관계는 단순히 혼인 신고서 한 장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동생활이 지속되어야 비로소 유지될 수 있는 법률관계입니다. 이러한 기본적 관계가 이미 깨졌다면, 상대방의 ‘이혼 거부’만으로 혼인을 강제로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B씨의 경우 남편이 특별한 건강상의 문제나 정당한 이유 없이 오랜 기간 일방적으로 부부관계를 거부했습니다. 단순히 ‘피곤하다’, ‘기분이 내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년간 관계를 거부했다면, 이는 정당한 사유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면 법원은 혼인이 이미 사실상 파탄된 것으로 보고 이혼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정당한 사유 없이 부부관계를 지속적으로 거부한 배우자는 법적으로 유책배우자, 즉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이혼 시 재산분할에서 불리한 판단을 받거나, 반대로 상대방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할까

정리하자면, 법원이 성관계 거부를 이혼 사유로 인정할지는 단순히 관계를 거부했다는 사실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데요.

 

먼저 관계 거부의 기간과 지속성이 중요한 판단기준입니다. 단순히 잠시의 다툼으로 인한 일시적 거부보다는, 최소 1년 이상 지속적으로 관계가 단절되었는지를 보고, 2~3년 이상이면 이혼 사유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다음으로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도 핵심입니다. 배우자의 폭력, 외도, 건강상의 이유, 출산이나 산후 우울증 등은 정당한 사유로 인정됩니다. 반면 아무런 이유 없이 감정적으로 거부를 이어왔다면 혼인 파탄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부부가 서로 혼인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여부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상담이나 치료 등 개선을 위한 시도가 있었는지, 그 진정성이 있었는지를 법원은 꼼꼼히 살피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파탄 사유가 함께 있었는지도 함께 고려합니다. 관계 거부 외에 폭력, 경제 문제, 가족 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면 법원은 이러한 사정 전체를 종합하여 혼인관계기 이미 회복 불가능한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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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관계 문제로 힘들어하는 분들 중에는, 관계를 거부하면 무조건 잘못한 사람으로 여겨지거나, 한 번 잘못하면 평생 이혼을 못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법은 그렇게 단순하게 판단하지 않습니다. 결혼 생활은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이기 때문에, 사연과 상황에 따라 책임의 무게도 다르게 보는 것이죠.

 

정당한 이유 없이 오랫동안 관계를 거부했다면 잘못으로 인정될 수 있지만, 출산이나 건강 문제, 심리적인 어려움처럼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사정이 있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집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협박하는 행동이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런 고민으로 마음이 답답하시다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전문 변호사에게 상담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와 이야기 나누는 것, 그것이 해결의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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