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대재해 수사의 법적 체계와 절차
가. 중대재해 수사의 이원적 구조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근로감독관)와 경찰이 동시에 수사를 진행하는 이원적 구조로 진행됩니다.
대법원은 "근로감독관이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중대재해와 관련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내지 근로기준법 위반을 수사하는 경우에는 산업안전보건법, 근로기준법 등에 특별한 근거가 없는 이상, 그 수사절차는 형사소송법, 사법경찰직무법, 구 특별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에 따른 절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2. 1. 13. 선고 2015도6326 판결 변호사법위반).
나. 수사기관별 관할 범위
고용노동부(근로감독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과 중대산업재해 사건을 담당합니다. 근로감독관은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는 특별사법경찰로서 활동합니다.
경찰: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 사건과 중대시민재해 사건의 수사를 담당합니다. 경찰은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하여 송치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다. 중대재해 수사의 법적 근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1항은 "정부는 중대재해를 예방하여 시민과 종사자의 안전과 건강을 확보하기 위하여 중대재해의 종합적인 예방대책의 수립·시행과 발생원인 분석 등을 이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제56조는 "고용노동부장관은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그 원인 규명 또는 산업재해 예방대책 수립을 위하여 그 발생 원인을 조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2. 초동대응의 중요성과 실무적 접근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일단 사고 수습을 위해 작업이 중단되고, 굉장히 어수선한 상황이 발생함. 이 와중에 근로감독관과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여 현장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 조사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초동수사과정에서 오해를 살 여지가 있는 사건관계자의 답변, 불확실한 증거의 무분별한 제출등은 지양해야 합니다.
3. 경영책임자 특정 관련 쟁점
가. 경영책임자의 법적 정의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는 '대외적 대표 + 대내적 총괄자'로 정의됩니다.
보통은 대표이사가 되지만, 대표이사가 여러 명이거나, 등기이사 외에 대주주가 실제로 회사 전체를 운영하고 있는 경우, 수사기관은 해당 사람도 수사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 수사에선 회사 내부의 위임전결규정, 안전 관련 결재라인, 보고체계를 아주 꼼꼼히 봅니다.
나. 경영책임자 특정 관련 판례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3. 8. 25. 선고 2023고합8 판결에서는 "경영책임자는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여야 하"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다. 실질적 지배 여부의 중요성
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20도15325 판결에서는 "부산조선소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는 50여 명에 불과하여 위 부산조선소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18조 제1항 후문이 정한 '관리책임자를 두지 않아도 되는 사업'에 해당하므로, '부산조선소에서 사업을 총괄 관리하는 자'를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지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단순히 임명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여부 판단 기준
가. 안전보건관리체계의 법적 요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문서만 있어선 안 됩니다. 실제로 이행되고, 작동한 흔적이 있어야 합니다.
교육은 실제로 시행됐는지?
위험성 평가가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안전책임자에 대한 주기적 평가가 있었는지?
검찰은 서류상 절차가 있었는지보다 현장에 실제 적용됐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관련 판례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3. 4. 26. 선고 2022고합95 판결에서는 " 피고인 A은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중량물 취급작업에 관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아니하고, 피해자가 작업할 때 사용하는 섬유벨트가 오래되어 표면이 딱딱하고, 불티에 용해되거나 긁힌 흠이 있고, 기본 사용하중 표식이 없어져 안전성조차 알 수 없도록 심하게 손상되어 있음에도 이를 작업에 사용하도록 하는 등 중량물 인양 작업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다.
또한 피고인 B은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중량물 취급 작업에 관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안전보건관리책임자등이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거나, 도급 등을 받는 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능력과 기술에 관한 평가기준․절차를 마련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아니"고 판시하였습니다.
다. 형식적 안전보건관리체계의 한계
울산지방법원 2024. 4. 4. 선고 2022고단4497 판결에서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고, 해당 업무절차에 따라 유해·위험 요인의 확인 및 개선이 이루어지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한 후 필요한 조치를 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제16조에 따른 관리감독자가 같은 조에서 규정한 업무를 사업장에서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자의 업무수행을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5. 인과관계 판단 기준
가. 인과관계 입증의 법적 중요성
경영책임자의 책임이 인정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가 있습니다. 바로 인과관계 입증입니다. 경영책임자의 의무위반과 사고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3. 8. 25. 선고 2023고합8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에 따라 중대산업재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과 중대산업재해의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즉,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이 안전보건 확보의무에 따른 조치를 이행하였더라면 종사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될 경우에는 그러한 조치를 하지 않은 부작위와 중대산업재해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나. 상당인과관계 판단 기준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두45933 판결에서는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의 개념, 보험급여의 지급요건 및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전체의 내용과 구조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고 이는 보험급여의 지급요건으로서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창원지방법원 2022고합95 판결에서는 "경영책임자가 이행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하여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을 인정하였습니다. 이는 경영책임자의 의무위반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어야 처벌 가능함을 시사합니다.
6.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판례 동향
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관계
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3도12316 판결에서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요구되는 안전·보건 확보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요구되는 안전·보건 조치의무 및 업무상과실치사죄에서 정하는 행위자의 주의의무와 성격 및 내용이 다르고,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죄는 고의범에 해당하는 반면 업무상과실치사죄는 과실범이며, 서로 보호법익 내지 입법목적에 차이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 상상적 경합 관계
부산고등법원 (창원) 2023. 8. 23. 선고 2023노167 판결에서는 "피고인 1이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서 작성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않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와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않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행위는 모두 같은 일시·장소에서 같은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을 방지하지 못한 부작위에 의한 범행에 해당하여 각 법적 평가를 떠나 사회관념상 1개의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다. 실질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의 중요성
제주지방법원 2023. 10. 18. 선고 2023고단146 판결에서는 "경영책임자는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7. 실무적 대응 전략의 구체화
가. 사고 직후 초동대응 전략
사고 직후에는: 현장 보존, 사진 및 영상 확보, 부상자 응급조치와 신고,
내부 보고 : 작업지시서, 교육기록, 점검일지 확보
초동수사과정에서 오해를 살 여지가 있는 사건관계자의 답변, 불확실한 증거의 무분별한 제출등은 지양해야 합니다. 다만 새로운 자료를 만들어내거나 말을 맞춘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행동은 절대 삼가야 합니다. 구속의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 수사 대응 전략
변호사 선임 및 대응 창구 일원화: 법무 + 안전 + 현장 실무자 팀 구성
참고인 면담 준비 → 피의자 신문 전략 구성
다. 법적 방어 전략
인과관계 부재 논리 구성: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두45933 판결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전보건관리체계의 실질적 작동 입증: 울산지방법원 2024. 4. 4. 선고 2022고단4497 판결에서는 형식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아닌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체계가 중요함을 강조하였습니다.
8. 결론 및 제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법원은 단순히 서류상으로만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체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영책임자의 실질적 지배 여부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여부, 그리고 의무위반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가 핵심 쟁점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중대재해 발생 시 초동대응부터 수사대응, 법적 방어까지 종합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무엇보다 사고 발생 전 실질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기업의 기본적인 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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