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초 사실 관계
의뢰인(피고인)이 특정되지 않는 선에서 각색하였습니다.
의뢰인은 K 제조회사에 재직 중인 부장이었는데, 언제나처럼 대규모 납품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특정 사업장에 물품을 대규모로 납품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였고, 해당 입찰건에 접선하는 과정에서, A, B가 접근하여 자신들이 해당 입찰에서 K 제조회사가 낙찰자로 선정될 수 있게 로비를 하겠다고 제안하였습니다.
그러면서 A, B는 대규모 납품을 받는 사업장의 사장과 아주 잘 아는 사이이고, 자신들이 힘을 써줄 수 있다고도 공언하였으며, 만약 K 제조회사가 낙찰자로 선정된다면 계약체결로 인하여 K 제조회사가 받는 물품대금의 일부인 5억원을 주어야 한다고 요구하였습니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5억원을 주더라도 해당 납품 건을 따낼 수만 있다면 자신에게도, 회사에게도 훨씬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여 이를 상부에 보고하였고, 회사 사장도 이에 찬성하여 K 제조회사는 A, B와 일종의 용역계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이후 갖은 사정 끝에 K 제조회사가 해당 입찰 건을 따낼 수 있었고 물품대금을 지급받게 되어 큰 이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이에 A, B는 K 제조회사에게 약속대로 5억 원을 지급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들려오는 소문에는, 사실 해당 입찰 건은 어떠한 로비가 없었더라도 K 제조회사가 낙찰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건이었고, A, B가 실질적으로 대규모 납품을 받는 사업장의 사장과도 별달리 친분이 있는 사이가 아니었으며 어떠한 로비나 영향력 행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K 제조회사 사장은 뒷조사를 시작하였고, 이내 "A, B가 K 제조회사를 속이고 5억 원을 가로채려고 하였고, 이 과정에서 의뢰인이 다리 역할을 한 것이다. 곧, 의뢰인, A, B 총 3명이서 짜고 K 제조회사 사장을 속여 5억 원을 가로채 나누어 가지려고 하였다."라고 판단한 후 의뢰인, A, B를 "사기미수"혐의로 고소하게 됩니다.
2. 1심 공판 단계에서의 변론, 무죄 주장
저는 1심 공판과정부터 의뢰인에 대한 변호를 맡아, 의뢰인 또한 A, B에게 속은 것이지 결코 A,B와 짜고 회사로부터 받은 돈을 나누어 가지기로 한 적은 없었다는 점을 강력하게 주장하여 무죄를 선고받기 위한 전략을 취하였고, 그 대강을 설명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① A, B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는 의뢰인과 짜고 K 제조회사 사장을 속였다고 진술하였다가, 검찰 조사 단계에서는 진술을 바꾸어 사실 경찰 조사 단계에서 한 말은 전부 거짓이고 의뢰인과 짠 적은 없다고 실토하였다는 점
② 의뢰인과 A, B가 짜고 K 제조회사 사장을 속였다는 증거는 A, B의 경찰조사단계에서의 진술이 유일한데, 이마저도 검찰 단계에서 번복되었다는 점
③ 의뢰인이 입찰을 따낸 후 회사 상부에 A, B에게 줄 돈을 보고하면서 A, B에게 줄 돈을 최대한 깎으려고 시도하였다는 점(만약 의뢰인이 정말로 A, B와 공모하였다면 돈을 최대한 깎으려고 시도한다는 것은 경험칙에 맞지 않음)
④ 결과적으로 K 제조회사가 입찰을 따낸 것은 맞지만 입찰 시작 당시에는 낙찰을 받을 수 있을지가 매우 불확실하였고 이에 회사 관계자들도 로비의 필요성에 대하여 공감하였다는 점
이 외 여러 사실관계, 정황, 증거를 제시하면서 의뢰인의 무죄를 주장하였습니다.
3.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고, 최종적으로 무죄로 확정되다.
이 사건은 상당히 복잡한 사실관계와 법리적 쟁점이 엮여 있어서 무려 1심 재판만 무려 3년 이상이 걸렸고, 공판도 12회 공판기일까지 잡혔으며 8차에 걸쳐 8명의 증인신문이 이루어졌습니다.
의뢰인의 변호를 맡은 저와 A측, B측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 간에도 변론의 방향이 다소 달라서 혼잡해졌고(저는 의뢰인이 최대한 A, B와 짠 적이 없고 A, B 둘간의 공모라고 주장하였고, A측, B측은 자신들이 실제로 로비를 하였으므로 사기를 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음), 검사의 공소사실도 의뢰인과 A, B의 공모에 맞추어졌으므로 주로 의뢰인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통해 3명의 유죄를 입증하려는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저는 의뢰인의 무죄를 입증할만한 위 여러 요소들을 변호인의견서, 변론요지서, 그리고 증인신문시 꾸준히 반복적으로 강조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특이한 점은, 재판장님이 공판 진행 과정에서 검사측에게 "공소장변경"을 권하셨다는 점인데, 제가 생각하기에 의뢰인이 A, B와 공모하였다는 점이 충분하지 않거나 공모하였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이탈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A, B가 의뢰인을 기망하여 하나의 도구로 이용함으로써 K 제조회사 사장을 속이려고 하였다는 방향으로 공소장을 변경하라는 취지라고 보였으나 검사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고, 드디어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결론은 의뢰인, A, B 셋다 무죄였고, 재판장님은 의뢰인이 A, B와 공모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므로 의뢰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또한, 공소장변경이 전제되지 않는 한 곧바로 A, B의 특정 행위에 대하여 재판장이 심리하여 유죄를 인정하는 것은 A, B의 실질적 방어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A, B에게도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에 검사는 항소하였지만,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되었고, 검사가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4. 결어
이처럼 저는 사기미수 혐의에 대하여 3년간 무려 12회 공판기일까지 이어지는 긴 재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한 경험이 있고, 이 과정에서 변호인의견서, 변론요지서, 8회에 달하는 증인신문사항을 작성하였으며, 해당 사건에 대하여 결국 무죄가 선고된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형사 1심 사건에서 무죄를 받을 확률은 위 판결이 선고된 2023년 기준 0.92%라고 합니다. 곧, 검사가 특정인에게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아 기소를 한 경우, 99.08%는 유죄 판결이 나온다는 의미입니다.
검사는 적법절차 준수, 철저한 증거수집, 과학적 수사기법 활용, 엄격한 증거판단에 입각하여 기소 및 공소유지를 하게 되므로, 어지간해서는 무죄를 받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검사 측에서 철저한 증거수집과 판단하에 기소를 했더라도 어떤 분들의 경우에는 정말로 죄를 짓지 않으셨을 수도 있고, 이와 같이 공판 과정에서 무죄 주장을 하기 위하여는 변호인의 조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찰,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계시거나 곧 공소가 제기되어 재판을 앞둔 분들 중 억울한 측면이 있어 무죄를 주장하시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언제든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직접 사실관계를 청취하고 공소장, 수사기록 및 관련 증거를 보고 판단하여 무죄 주장을 하는 것이 도저히 무리라고 보인다면 무죄를 다투는 것을 포기하고 양형사유를 주장하자고 권유드릴 것이고, 어느 정도는 무죄를 다투어 볼만하다고 생각되면 요청하신대로 무죄를 입증하기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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