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초 사실 관계
의뢰인이 특정되지 않는 선에서 사건을 각색하였습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에도 많은 해외기업들이 한국지사를 두고 있고, 그 한국지사에는 여러 직원들을 두고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임자격의 대표자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각 해외기업의 운영방침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어떤 경우에는 한국지사 대표자의 운영상 자율권이 상당히 제한되고 대부분의 사항, 가령 지출, 인력 고용 등의 매우 중요한 부분에 대하여 해외기업 본사로부터 일일이 승인을 받고, 대표자 또한 해외기업 본사의 근로규칙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여야 했다면, 과연 그 대표자도 해외기업 본사와의 관계에서는 근로자로 볼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하여 근로복지공단은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전제하에 대표자의 고용보험법 및 산재보험법에 따른 자격을 직권으로 취소해 버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대표자로서는 근로자로서 받을 수 있는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에 따른 혜택(가령 고용유지지원금 등)을 받을 수 없으니 매우 불리한 처지에 몰리게 됩니다.
이에 대하여 제가 수행한 항소심 판결을 소개해 드립니다.
2. 원고적격과 대상적격(행정소송의 전제 조건)
변호사로서 로스쿨 시절 행정법 과목을 배우면서 원고적격과 대상적격에 대하여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만, 행정소송을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경험했다고 하더라도 원고적격, 대상적격이 쟁점이 되는 사안이 아니라면 단순히 교과서적 개념에 머무를뿐 이를 직접 실전에 적용해 쉽지 않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대상적격이란 행정청의 어떠한 행위가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가?로서 만약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소송으로서 다툴 수 있는 처분성이 인정되지 않아 패소하게 될 것이고, 원고적격이란 소를 제기한 원고에게 행정청의 처분을 다툴 자격이 있는가?로서 만약 이것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다툴 자격이 없는 자가 제기한 소로서 역시 패소하게 됩니다.
우선, 이 사건 처분 중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직권취소처분에 대하여는 고용보험법 제17조 제1항에서 “피보험자 또는 피보험자였던 사람은 언제든지 고용노동부장관에게 피보험자격의 취득 또는 상실에 관한 확인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 아래에서 살펴보는 것처럼 대표자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적격과 대상적격이 쉽게 인정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산재보험 고용정보 내역 취소처분의 경우 피보험자격을 규율하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문제가 되었는데, 법원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고용정보 내역을 취소하는 것은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확인적 행정행위’로 보아야 한다."라고 하여 처분성을 인정하였습니다(대상적격 인정).
또한 고용정보 내역 취소처분의 경우 대표자 또는 근로자가 아닌 한국사무소를 상대로 내려지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대표자는 제3자일 뿐이지만, 고용정보 내역 취소처분이 내려질 경우 한국사무소 자체는 아무런 경제적인 타격을 입지 않으므로 이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제3자인 대표자는 이 사건 처분의 원인 사실에 직접적·구체적 이해관계가 있는제3자로서 원고적격을 인정할 필요성이 크다고 보아 원고로서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다고 보았습니다(원고적격 인정).
이렇게 원고적격과 대상적격을 전부 인정받음으로써 큰 산을 넘게 되었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해외기업 한국지사의 대표자를 근로자로 볼 수 있는가가 주요 쟁점이 되었는데, 만약 근로자로 볼 수 있다면 고용보험, 산재보험 자격이 인정되어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근로자성이 부정된다면 애초에 근로자가 아니었으므로 고용보험, 산재보험 자격이 없어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3. 해외기업 한국지사 대표자를 근로자로 볼 수 있을까?
해외 기업 한국지사 대표자의 근로자성은,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근로자로 볼 수 있는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다면 근로자로 볼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답해야 맞습니다.
우선,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이에 대하여 저는 증거자료로 갑 제1호증부터 갑 제27호증까지 제출하는 등 대표자를 근로자로 볼 수 있는 증거를 최대한 총동원하였고, 이에 따라 아래와 같은 점을 들어 근로자성을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해외기업 본사에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해외기업 본사에 대한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따라서 원고는 고용보험법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이 적용되는 근로자라고 판시하였습니다.
①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해진 근무 장소와 근무 시간에 구속을 받고 해외지사가 지시하는 업무를 수행한 후 보고한 점,
② 이 사건 근로계약은 한국지사에 근무하였던 다른 직원이 해외기업 본사와 사이에 작성한 근로계약과 그 내용이 거의 동일하고, 일부 차이점은 한국지사의 대표자 직책으로 근무하였던 원고와 일반 직원 사이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③ 원고는 해외기업의 출장절차에 관한 규정, 직원고용규칙 및 급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재택근무 등 구체적인 근무 형태에 관해서도 해외기업 본사의 지시를 받았고, 연차휴가를 사용하기 위해 해외기업 본사의 인사관리자의 승인을 받은 점,
④ 해외 기업 본사에서 한국지사의 직원 채용에도 관여하여 직접 의사결정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원고는 해외기업 본사에 필요한 예산을 제출하여 승인받았으며 한국지사를 운영하면서 지출되는 비용은 해외기업 본사로부터 지급받은 돈으로 충당하였고 원고가 이를 직접 집행하기는 하였으나 그 내역에 관하여 해외기업 본사의 승인을 받아 지출이 이루어진 점,
결국 의뢰인은 해외기업 한국지사의 대표자로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고,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의 피보험자격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되어 고용유지지원금 등을 받는 등 근로자로서 받을 수 있는 보호 및 혜택을 보유할 수 있었습니다.
4. 결어
저는 이처럼 의뢰인을 대리하여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 항소심을 진행하여 승소한 경험이 있고, 특히 위 소송은 원고적격, 대상적격 등 행정법의 가장 기초적 법리부터 첨예하게 다투었다는 점, 근로자성을 입증하기 위하여 매우 많은 증거를 수집한 후 근로자성 인정 요건을 설시한 대법원 판례에 맞추어 해당 증거를 서면에 적절히 풀어내었다는 점에서 한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서도 행정청으로부터 과태료 부과, 영업정지 처분, 고용보험 자격 취소 처분 등 각종 불이익 처분을 받은 분들이 계실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행정청도 아무렇게나 위 처분을 내리는 것은 아닐 것이고 상당 부분은 행정청의 처분이 타당한 것이고 불복의 실익이 없을 것입니다.
다만 본 사안처럼 행정청이 사실인정을 잘못하여 불이익 처분을 내린 것일 수 있고, 아니면 비례의 원칙 등에 위배하여 과도한 처분을 내린 것일 수도 있으므로, 사안에 따라서는 충분히 다투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소액 민사 사건 등은 나홀로 소송으로 진행하시는 분도 많지만, 행정심판, 행정소송의 경우 일반적으로 개인이 직접 진행하시기는 매우 어려운 점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연락주시면 합리적인 비용으로 의뢰인께 최대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조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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