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형법 제307조 제1항에 규정되어 있으며,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입니다. 여기서 '사실'은 허위가 아닌 ‘진실한 사실’을 의미하고, '공연히'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위가 이루어진 경우를 말합니다.
즉,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타인의 사회적 평가(명예)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다수에게 알려지는 형태로 전달되었다면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해당 규정이 보호하고자 하는 법률 상의 이익)은 ‘사람의 사회적 명예’입니다. 이는 내면적 인격이 아닌, 사회적 평가 내지 외부적 명성, 신용 등을 의미합니다.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사회적 존재가치를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사실, 공연히, 명예훼손의 의미
사실적시 명예훼손에서 말하는 ‘사실’은 객관적으로 증명 가능하고, 과거 또는 현재에 일어난 일이거나 존재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단순한 의견이나 평가, 가치판단은 사실로 보지 않습니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2006도4616 판결에서 “사실의 적시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표현으로서 객관적 증명이 가능한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한편 ‘공연히’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사실이 전달된 경우를 의미합니다. 피해자나 가해자 간 1:1의 대화에서는 성립되지 않으며, 제3자에게 전달되었는지가 핵심입니다.
그리고 명예의 훼손 여부는 행위 당시 일반인의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합니다. 단, 해당 사실이 사회적으로 평가 절하될 수 있는 내용이면 족하고, 실제 대상자의 명예가 훼손되었는지는 불문합니다.

위법성 조각 사유
그런데 형법 제310조는 명예훼손의 위법성이 조각되는 요건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사실의 적시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적시된 사실이 ‘진실’일 것. 다만, 다소 부정확한 경우에도 ‘허위’로 평가되지 않는 범위에서는 진실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위법성 조각 사유와 관련하여 “일부 과장되거나 부정확한 표현이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진실에 부합한다면 진실한 사실로 볼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이 때 사실을 적시한 주된 목적이 사적 이익이 아니라 사회적, 공익적 목적이어야 합니다. 단순한 비방이나 앙심에서 비롯된 발언은 공익성이 부정됩니다.
그리고 표현 방법이 필요 이상으로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았는지, 즉 적절한 방식으로 전달되었는지 여부도 함께 고려됩니다.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의 충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제21조)와 본질적으로 충돌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헌재 2010헌바47 결정: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진실한 사실을 적시해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 위법성이 조각되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즉, 위헌은 아니나 그 적용은 엄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판례로 보는 처벌 사례
[사례 1] 블로그에 전직 여직원의 퇴사 사유 폭로 - 벌금형
대법원 2011도13376 판결
사실관계: 회사 대표가 퇴사한 직원의 퇴사 이유와 개인적 사정을 블로그에 사실대로 적시함
판결: 벌금형 선고
쟁점: 진실한 사실이지만, 공익과는 무관하므로 위법성 조각 사유 없음
[사례 2] 아파트 입주자 대표가 관리소장의 부적절 행위 폭로 - 무죄
대법원 2015도3824 판결
사실관계: 입주자대표회의장이 관리소장의 근무태만, 수의계약 비리 사실을 단체 공지
판결: 무죄
이유: 진실한 사실이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형법 제310조에 따라 위법성 조각됨
[사례 3] 유튜브에서 경쟁 가게 위생 상태 폭로 - 유죄
서울남부지법 2020고단5397 판결
사실관계: 음식점 사장이 경쟁업체의 위생 불량 사실을 동영상으로 적시하여 게시
판결: 벌금형 선고
쟁점: 일부는 진실이었지만, 표현 수위가 과도하고 공익 목적보다 경쟁관계에서 비롯됨.
[사례 4] 공직 후보자 검증 중 부정행위 폭로 - 무죄
대법원 2018도2233 판결
사실관계: 지방선거 후보자의 과거 병역비리 의혹을 지역신문에 보도
판결: 무죄
이유: 진실한 사실에 근거하였고,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므로 위법성 조각 인정

실무상 주의사항
진실한 사실을 말했더라도 목적이 사적 이익이나 단순한 모욕이라면 처벌 대상이 되며, 사실을 폭로하더라도 그 표현이 과도하면 공익 목적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중파 방송이나 메이저 언론사, 유명 유튜버 채널 등 해당 매체의 영향력이 큰 경우, ‘공연성’ 요건이 쉽게 충족되고, 그만큼 피해자 명예훼손의 정도도 크다고 평가됩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우리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민감하게 작용합니다. 진실을 말했더라도 목적, 전달 방식, 맥락을 고려해야 하며, 특히 인터넷, 유튜브, 블로그 등 매체의 영향력이 커진 오늘날, 표현의 자유가 무기가 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만약 사실을 공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다음 3가지를 반드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 그 사실이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것인가?
- 그 사실이 진실에 부합하는가?
- 표현의 방식이 적절한가?
이러한 기준에 따라 행동하지 않으면, 진실을 말한 사람도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법적 구조와 실제 사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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