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고소 골든타임은 경찰 검찰 수사단계, 변호사 상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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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고소 골든타임은 경찰 검찰 수사단계, 변호사 상술일까? 

이지훈 변호사

성범죄 고소당했을 때 검색해보면 지금 당장 변호사 선임해야 한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온갖 겁주면서 변호사 선임부터 유도하는 광고가 넘쳐난다. 진짜일까 상술일까? 진짜 골든타임은 언제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성범죄의 골든타임은 이제 막 고소를 당했을 때, 그러니까 ‘첫 피고소인(피의자) 경찰조사에 출석하기 전’이다. 좀 웃기지만 변호사들이 하는 광고가 사실 거짓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성범죄는 첫 경찰조사에서 승패가 갈린다.

성범죄로 고소당했을 때 가장 멍청한 생각은 ‘일단 경찰조사 먼저 받아봐야겠다’라는 것이다. 경찰에 그냥 나를 죽여달라고 자진 출석하는 것과 같다. 성범죄 사건은 이미 첫 경찰조사에서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성범죄 사건의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물증이 없다. 그래서 고소인(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피고소인을 처벌한다. 그러니까 피고소인이 무혐의를 받고 승소를 하려면, 고소인과의 진술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성범죄는 증거 싸움이 아니라 진술 싸움이다.

그럼 왜 첫 경찰조사에서 승패가 갈릴까? 피고소인(피의자)이 한 번 경찰조사에서 진술을 해버리면, 이때부터는 재판까지 절대로 진술을 바꿀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내 마음대로 말이야 바꿀 수 있지만, 진술을 바꾸는 순간 나는 진술을 번복한 피의자가 돼버린다. 그냥 죽여달라고 자백하는 꼴이다. 신빙성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첫 경찰조사에서는 일단 고소인과 성관계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가, 나중에 동의해서 성관계를 했다고 진술을 바꾼다? 그냥 무조건 패소하고 구속된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성범죄로 고소를 당했을 때 피고소인은 첫 경찰조사 전에 모든 유불리를 계산해서 미래 시점(재판)까지 어떻게 주장할지 결정하고, 여기에 맞춰서 스토리를 짜고 진술까지 준비해서 경찰에 출석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사실상 승패가 갈린다.

그래서 첫 경찰조사를 가기 전이 골든타임이니까 변호사 상담을 받으라는 것이다. 나는 너무 똑똑해서 혼자 알리바이를 다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럼 혼자 준비해도 된다. 그런데 변호사인 나조차도 고소를 당하면 다른 변호사부터 찾아갈 것 같다. 아니 그냥 확실하다. 무조건 그렇게 한다. 모든 사람은 자기 일이면 시야가 한없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재판단계에서 살아날 확률은 통계상 겨우 ‘4.97%’이다.

법정드라마를 보면 재판에서 변호사가 검사와 치열하게 싸우다가 결국 무죄를 받아내는 감격적인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우리나라 형사재판이 이렇게 공정한 판사님이 유무죄를 가려주는 절차라고 생각하면 정말 현실을 모르는 것이다.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이 기소한 사건의 1심 무죄율은 0.91%다. 1심 선고를 받은 피고인 63만950명 중 5740여 명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1심 무죄율은 2021년 이후 4년 연속 0.9%대로 높아졌다. 2020년 0.81%(5277명), 2021년 0.99%(5723명), 2022년 0.94%(5495명), 2023년 0.92%(5621명)이다. 10년 전인 2014년 검찰의 1심 무죄율은 0.56%(5264명)였다(2025. 2. 15. 법률신문, https://www.lawtimes.co.kr/news/205613).

우리나라 재판에서 피고인이 무죄 판결을 받을 확률(무죄율)은 통계적으로 0.9% 정도다. 극악의 확률이다. 이유는 우리나라 검찰이 무죄율 수치를 관리하기 위해, 증거가 확실해서 유죄가 나올 사건만 기소해주기 때문이다. 검찰은 무죄율을 조직의 성과 지표로 보고 있다. 그나마 성범죄 사건은 무죄율이 4.97% 정도로 다른 범죄 평균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다.

8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강간·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424명 중 1심에서 ‘전부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319명으로 4.97%였다. 같은 기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자 비율은 5205명 중 181명(3.48%),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자 비율은 2418명 중 79명(3.27%)이었다. 특히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무죄 선고 비율은 2021년 1.78%(3033명 중 54명)에서 2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다(2023. 10. 8. 세계일보, https://www.segye.com/newsView/20231008511325).

그러니까 성범죄로 기소돼서 재판에 가는 순간 내가 살아날 가능성은 그냥 없다고 보면 된다. 판사님은 억울한 나에게 관심이 없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성범죄는 경찰 검찰 수사단계에서 무조건 무혐의로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경찰단계에서 불송치(무혐의)로 막는 것이 중요한데, 실패하면 검찰단계에서 운에 맡기고 불기소를 기다려야 한다.


무조건 경찰에서 불송치로 끝내야 한다.

이게 변호사들이 고소 직후 골든타임을 이야기하는 진짜 이유다. 성범죄는 수사단계에서 불송치(무혐의)로 끝내야 한다. 그리고 결정권자인 경찰 수사관과의 첫 만남, 즉 첫 피고소인(피의자) 경찰조사에서 사실상 승패가 갈린다. 나중에 상황 보고 불리해지면 변호사 찾아야지? 피고소인이 스스로 그렇게 느낄 정도면 사건은 이미 망가진 것이다. 대법원장이 와도 못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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