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출연자들이 법적 청구 할 수 없다?- 해당 조항 무효 가능성 높다.
2.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인정될 것 같다.
3. 엔터테인먼트 불공정 계약 사례- 사실상 해지 못하는 전속계약, 무효!
최근 Mnet에서 방영되고 있는 <프로듀스101> 프로그램 출연자 측과 프로그램 제작사와 체결된 계약서 내용을 놓고 그 내용의 적정성에 관한 논란이 많다.
관련기사 : <'프로듀스101' 계약서, 악마의편집 법책임無 출연료無> - 일간스포츠
이 계약에서 주로 문제되는 조항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① 프로그램 내용에 대하여 출연자들이 민·형사상 법적 청구 등을 할 수 없도록 한 조항, ② 출연료가 없는 것으로 약정한 조항 등이다.
이러한 약정에 관하여 어떠한 법적 평가가 가능한 것인지 설명해보고자 한다.
1. 민·형사상
일체의 청구가 불가하다는
약정의 효력
우선 가장 논란이 많은 민·형사상 청구 불가 조항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계약서에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 지망생 및 소속사 측은 프로그램의 제작 및 방송의 내용에 관하여 명예훼손 등 어떠한 사유로도 제작사에 이의나 민·형사상 법적 청구(방송금지 가처분, 언론중재위 청구 등 포함)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고 한다.
(필자는 계약서 전문을 직접 확인한 바 없으며 계약서를 단독 입수하였다는 기사 내용을 토대로 본 글을 작성하며, 제작사 측 반론이 게재된 기사 내용에 의하면, 계약 내용을 보도한 기사에 대하여 계약 내용 자체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 바는 없었다.)
일반적으로는 유효한 조항, 그러나...
우선 일반적으로 향후 민·형사상 청구를 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 자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 예를 들면, 민사사건에서 조정절차를 통하여 원고와 피고의 분쟁이 합의에 도달하게 되면 그 조정조항에는 향후 본건을 이유로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불제소 합의 조항을 기재한다.
이 조항이 유효한 이유는 이미 재판의 진행 중 문제된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이 드러나 있어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대상과 그 내용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느 일방만이 민·형사상 청구를 못하도록 하는 경우는 없고 양 당사자 동일하게 민·형사상 청구를 서로 못하는 것으로 약정하기 때문에 가능하고 유효한 것이다.
또한, 소송 중 조정절차는 아니더라도, 소송에 이르기 전, 합리적인 당사자가 충분히 협의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으로서 합의를 하고 향후 서로에게 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하는 경우 대체적으로 그러한 약정은 유효하다.
사건이 일어나기도 전에 포기한 권리
그러나, 양 당사자가 사실관계와 쟁점에 관하여 충분한 이해가 없는 상태, 또는 아직 아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아니하여 향후 어떠한 사실관계가 전개되고 무엇이 쟁점이 될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히 일방 당사자가 자신의 재판청구권, 고소권 등의 추상적인 권리 자체를 사전에 포기하는 것은 판결례 상으로도 쉽사리 허용하지 않는다.
또한 고소권의 사전 포기가 가능한지와 관련하여서도 “형사소송법 규정에 의하면 일단 한 고소는 취소할 수는 있지만 고소권의 포기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으므로 고소 전에 고소권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판결례가 있다.
위 살펴본 내용에 비추어 문제된 <프로듀스101> 계약서는, 출연자와 소속사만이 방송국 측에 대하여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할 수 없으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신청 조차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약정의 효력이 문제되는 경우 그 효력이 부인되는 사법(司法)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2.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약정의 효력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에 관하여서도 논란이 많은 것으로 보이나, 법률상 계약자유의 원칙의 예외로서 그 계약의 효력을 부인할 만한 불공정하고 부당한 내용이 있었는지의 관점에서 냉정히 보자면, 이 약정의 효력이 부인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예인 지망생과 그를 스타로 키워내고자 하는 소속사 측에서는 본 프로그램을 출연 자체로 대중에게 이름과 실력을 노출하는 기회를 제공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걸그룹 지망생들에게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 약정이 과도하게 불공정하다는 법적 판단이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3. 엔터테인먼트 계의
불공정한 계약 사례
본 사안에서 위와 같이 당사자 사이에서 체결한 약속, 계약의 효력을 부인하거나 부인하지 못하게 되는 기준은 민법 제 103조이다.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유형으로는 정의관념, 윤리적 질서에 반하는 행위, 개인의 자유를 매우 심하게 제한하는 행위, 생존의 기초가 되는 재산의 처분행위, 지나치게 사행적인 행위 등이 있다. 연예인과 관련된 출연계약, 전속 계약 등에서 그 효력이 부정되는 경우 이 민법 제103조 위반이 근거로 판시되고 있다.
과거에도 이렇게 엔터테인먼트 관련 분야에서 빈번히 그 계약의 공정성이 문제되었던 것이 이른바 소속사와 연예인 간의 전속계약이었다. 장기간 전속계약의 구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기간약정, 계약 해지 사유가 규정되어 있기는 하나 사실상 해지를 불가능하게 함으로써(해지시 과다한 손해배상의무 부과 및 연예활동의 금지 등) 개인의 활동의 자유를 심하게 제약하는 약정, 불공정한 이익 분배 약정 등이 주로 무효로 판단되었다.
이와 같이 계약기간, 이익의 분배, 계약의 해제, 손해배상 등과 같은 중요한 조항들이 무효인 이상 나머지 계약 조항들만으로는 전속계약 자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 전속계약 전부가 무효라는 판단을 받는 사례들이 있었다.
전속계약과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를 마련하였고(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연기자 중심, 가수 중심 표준전속계약서를 각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위 표준계약서를 기준으로 한 전속계약이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는 보인다.
그러나 필자가 최근까지 상담한 연예인들이 실제 체결한 전속계약 내용을 살펴보자면, 위 표준계약서의 틀만 가져왔을 뿐 주요한 조항에서는 다시금 종전의 불공정한 조항을 삽입하는 등 위 표준계약서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전속계약이 여전히 체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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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에 실제로 법적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적은 경우라 하더라도 계약 당시에 미리 기본적인 검토를 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걸그룹 연습생들이 실제로 프로그램 제작사를 상대로 법적 청구를 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걸그룹 연습생들은 방송에 출연할 기회를 얻게 된 것만으로도 제작사에게 매 방송마다 감사를 표현하고 있다), 바로 그 점이 계약서에 법적 청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넣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실제로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존재)만을 기준으로 우리의 책임과 의무(당위)를 정하는 것은 존재와 당위를 혼동하는 것으로서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아직도 우리가 속한 커뮤니티는 계약이란 것에 무감하다. 계약서가 없으면 약속을 안 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은 것이 그 예이다. 온·오프라인 상에 떠도는 계약서 템플릿을 검토없이 자사의 중요 계약서로 삼는 것이 그 예이다. 계약 당시에 공정하고 합리적인 내용으로 계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미리 검토하고 확인함으로써 사후에 그 효력 여부를 다투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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