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면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특히 보호자에 의한 학대로 아동이 사망에 이르는 비극적인 사건들이 계속되면서, 이러한 가해자들의 상속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 민법상 상속결격제도는 '살해의 고의'를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어, 단순히 학대의 고의만으로는 상속결격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2. 상속결격제도의 의의와 요건
(1) 상속결격제도의 취지
상속결격제도는 피상속인에 대한 배신행위나 반윤리적 행위를 한 자를 상속에서 배제함으로써 상속의 공평과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제도로, 민법 제1004조는 상속결격사유를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데, 그 중 제1호는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한 자"를, 제2호는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를 상속결격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1004조).
(2) 상속결격의 요건
대법원은 상속결격사유로서 '살해의 고의' 이외에 '상속에 유리하다는 인식'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시하고 있어(대법원 1992. 5. 22. 선고 92다2127 판결), 적어도 살해 또는 사망에 이를 정도의 상해행위에 대한 고의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3. 학대치사와 살인의 고의 판단
(1) 학대치사와 살인의 구별
학대치사는 학대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를 의미하는데, 이는 살인과는 다른 범죄입니다. 학대치사의 경우 가해자에게 학대의 고의는 있었으나 살인의 고의는 없었던 경우를 말하고, 살인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살인의 고의가 있어야 하며, 이는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합니다.
(2) 미필적 고의*의 판단기준
판례에 따르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예를 들어, 낙엽이 많이 쌓여있는 산에서 담배를 피우면 불이 날 위험이 있다고 인식하면서 담배를 피워 산불이 난 경우
(3) 학대의 고의가 아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 사례
서울고등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아동에게 장기간 학대를 가하다가 복부를 2회 이상 강한 둔력을 행사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피해자가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전혀 없고 매우 쇠약해져 있었음에도 생명유지에 중요한 장기가 모여있는 복부를 강하게 밟은 점 등을 고려하여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1. 11. 26. 선고 2021노903 판결).
4. '대구 현준이 사건'의 경우
(1) 사건의 개요
3세 아동에게 개목줄을 채워 방치하여 질식사에 이르게 한 이른바 '대구 현준이 사건'에서, 법원은 가해자인 친부의 행위가 반인륜적이고 가혹한 학대행위였음을 인정하면서도 '살해의 고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속결격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2)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상속결격제도가 가해자의 비난가능성이나 행위의 반윤리성이 아닌, 오직 '살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상해의 고의'라는 법적 요건에 따라 엄격하게 적용됨을 보여주고, 상속법의 법적 안정성을 중시하려는 태도로 보입니다.
(3) 상속결격사유의 확대 필요성
그러나 현행 상속결격제도는 살해의 고의라는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요구함으로써, 심각한 아동학대 가해자의 상속권을 제한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어, 이에 중대한 아동학대행위를 상속결격사유에 포함시키는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5. 결론
현행법상 학대의 고의만으로는 상속결격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나, 이는 심각한 아동학대 가해자의 상속권을 제한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입법을 통해 중대한 아동학대행위를 상속결격사유에 포함시키는 등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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