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시간은가해자편-아무 것도 안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납니다
[칼럼]시간은가해자편-아무 것도 안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납니다
변호사에세이

[칼럼]시간은가해자편-아무 것도 안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납니다 

한진화 변호사

안녕하세요.

더글로리 법률사무소, 한진화 변호사입니다.

성범죄에서 10명 중에 3명은 면식범의 소행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특히, 아동, 청소년 범죄의 경우는 1/2 절반 가까운 수가 면식범이 가해자라고 합니다.

최근에 사건을 의뢰하시는 분들 중에 유독 면식범이 많은데요.

예를 들어, 직장 동료, 친구, 연인관계, 미성년인 경우 부모님의 지인 등 다양한 유형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기존에 알고 지냈고 서로 간에 신뢰관계가 있었던 사람들 사이에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나면 그 충격이 더 큽니다.

뿐만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의 관계 문제 등으로 맺어왔던 인간관계 자체가 송두리째 빼앗기기도 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상실감 역시 큰 고통이 됩니다.

이처럼 가까운 지인들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경우 양상과 대처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1. 피해의 양상

지인들과의 식사, 술자리는 우선 가해자의 접근이 매우 쉽게 이루어집니다.

피해자들은 지인들과의 만남에서 경계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본인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피해를 입게 되고, 따라서 그만큼 적절한 대처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평소와 다름 없는 밥, 술자리에서, 단체 회식 자리에서, 직장 워크샵에서, 데이트 장소에서 범죄는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경계심을 허물고 있는 사이에 가해자는 어느 새 피해자에게 접근하여 인면수심의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피해자들은 현실감이 없습니다. 아니 내가 알던 과장님이! 옆집 오빠가! 대학 동기가! 직장 선배가! 그럴리가 이건 실수일거야! 라고 현실을 인지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사이, 이 같은 추호도 생각하지 못한 생황에서 피해자가 "난 성폭행 피해를 입었어 바로 신고를 하겠어"라며 기계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법원에서 판시한 "피해자다움"이라는 것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판결과 같이, 성범죄 피해를 입은 직후 가해자에게 저항을 하거나 바로 경찰에 신고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교과서 같은 대처이나, 현실세계에서는 너무 놀라 몸이 아예 움직이지도 않았다는 피해자들의 경험을 듣게 됩니다.

2. 피해자들의 대처

피해자는 피해 직후 현실을 부정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에,

1) 가해자가 술에 많이 취해서 그랬을 것이다

2) 평소에 피해자에게 호감이 있었던 것을 잘못 표현한 것이다

3)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착각하거나 실수를 한 것 같다

라고 생각하시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피해자들 중에는 가해자의 범죄가 수치스럽고 불쾌하긴 하지만 원래 유지하고 있었던 관계가 있기 때문에 관성에 따라 가해자의 연락을 받아주거나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 이것은 직장상사와 같은 상하관계의 경우 뿌리치기 힘든 일입니다. 이 경우, 가해자측에서 나중에 서로 호감을 갖고 있던 관계였기 때문에 동의 하에 한 것이다고 공격을 합니다.

피해자들은 피해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면서도 사건을 가능한 묻어버리려고 하거나 축소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좋게 좋게 해결하자!

그러다 보니 사건 초기에 어떤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요구에 빨리 합의를 해 버리는 경우도 많이 보아왔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면식범 사건의 경우 중간에 다른 지인들도 있기 때문에 주위의 설득으로 가해자를 쉽게 용서해 주고 합의절차를 마무리 해 버리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물론, 피해자가 합의를 통해 빨리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이 피해자 본인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서두른 합의가 나중에는 독이 되어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피해자의 감정상태

피해자들은 처음에는 피해발생에 대해 현실감을 잘 느끼지 못하고 전과 다름없이 회사나 학교를 다니는 등 일상생활을 하던 중에, 점점 상처받은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경찰에 신고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합의조차 하지 않고 나 하나만 참으면 넘어가는 일이라 생각하며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피해자들에게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시간은 가해자의 편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피해자에게는 결코 회복될 수 없는 고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인생 전반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큰 트라우마로 남아 고통에 몸부림치는 분들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너무도 태연하게 일상을 유지합니다. 자기 나름의 합리화 덕이겠지요.

인간에게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습니다.

내 몸은 누구도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되는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입니다.

가벼운 인사를 하거나 반가움을 표현하는 경우에도 충분히 언어만으로 표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다른 사람의 몸을 만져 반갑다는 표현을 해야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사고입니다.

특히, 이성간에는 더욱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지만 요즘은 성별을 불문합니다. 동성간 성인들의 강제추행 사건도 많이 있고, 할아버지가 남자 아이를 만져 문제가 된 사건도 많습니다.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의 느낌은 평생을 따라다닐 수 있는 아주 더럽고 모멸적인 기분입니다.

이런 고통은 손해배상액으로 환가할 수도 없는 상처입니다.

4. 빠른 대처와 대응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담을 수 없습니다.

범죄피해로 인해 분노와 고통으로 힘드시겠지만, 그런 와중에도 중요한 것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 보상을 받는 것입니다. 물론, 피해 보상이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은 일입니다. 완벽한 보상은 시간을 거슬러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던 과거로 돌아가는 것 뿐입니다.

그런데 사건절차 진행에는 "적시성"이 있습니다.

피해현장에서 경찰신고를 바로 해서 현장에 경찰이 출동을 한다면 피해사실을 인정받기가 쉬운 것처럼, 증거확보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증거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피해자의 진술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의 기억은 희미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기억이 선명할 때 경찰에 신고를 하고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양측 진술이 상반될 경우, 수사기관에서는 사건 직후 또는 근접한 시간의 피해자의 대처를 따져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상의 점들을 참고하셔서 면식범에 대한 보다 빠른 시일 내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더글로리 법률사무소, 한진화 변호사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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