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이란 무엇인가.
사무장이란 무엇인가.
변호사에세이

사무장이란 무엇인가. 

강치훈 변호사

변호사 시장에서 말하는 사무장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내근 사무장과 외근 사무장.
그리고 내근 사무장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뉜다. 서면을 쓰는 내근 사무장과 쓰지 않는 내근 사무장.

결국 사무장은 세 종류가 있는 셈이다.
1. 서면 안 쓰는 내근 사무장
2. 서면 쓰는 내근 사무장
3. 외근 사무장

이 중 진정한 의미의 사무장은 1번이다.
내가 아는 변호사님 사무실의 사무장님이 1번인데 이 분은 변호사님이 송무 또는 자문하는 것을 제외한 사무실의 모든 일을 다 알아서 해결한다. 사무장 경력이 20년이 넘었다.
형광등 교체에서부터 기록 복사, 복사기 렌트비 지급, 미지급 성공보수 추심, 세금 신고 등 아무튼 변호사님이 오로지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그 외에 발생하는 모든 일을 다 알아서 처리 한다.
수십 건의 사건 진행을 매일 꼼꼼히 체크하고 수억 원이 넘는 돈도 직접 법원에 가지고 가서 공탁을 한다. 그 정도로 신뢰가 쌓여 있다.
그리고 아무리 간단한 서면도 작성하지 않는다. 변호사를 기다리는 동안 의뢰인과 같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들어 주는 일은 있어도 법률 상담은 하지 않는다. 당연히 급여는 고정급이다.

1번은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아무런 문제가 없다. 어찌 보면 사무장의 원칙적 모습이다. 나도 이런 사무장님 데리고 일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이다. 그런데 이 정도로 유능한 사무장은 만나기가 어렵다. 


2번은 서면을 작성한다는 점이 1번과 다르다.

서면은 변호사가 작성하여야만 하는데 직접 쓰기는 바쁘고 월급을 주고 변호사를 채용하자니 돈이 많이 드니까 법대를 나와서 고시 공부를 해 본 경험이 있는 후배 등을 이런 식으로 활용한다. 급여는 역시 고정급이다.

요즘 변호사 월급이 낮아져서 장기적으로는 사라질 유형인데 사무장이 초안만 작성한 후에 변호사가 일일이 검토하고 수정해서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에는 사실 별 문제가 없으나 변호사는 수임하느라 밖으로만 돌고 실제로는 사무장이 자기가 쓴 서면을 변호사 검토도 받지 않고 맘대로 변호사 도장 찍어서 법원에 제출하는 식이면 이건 문제가 심각하다.


의뢰인은 변호사한테 일을 맡겼는데 변호사 아닌 사무장이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사한테 수술 받으러 갔더니 의사 아닌 직원이 수술실에 함께 들어 와서 의사를 돕는다는 식이다. 

본질상 변호사법 위반이다.

이런 경우는 의뢰인은 일이 이렇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고 도리어 상대방 변호사가 정확히 안다. 상대방 서면을 받아 보면 이게 변호사가 쓴 것인지 사무장이 쓴 것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래도 2번은 뭐 대단한 불법이라고 까지는 하기 힘들고 사실상 불법과 합법의 경계도 모호하다. 적발도 힘들다. 변호사가 서면 다 읽어보고 수정해서 도장 찍었다고 하면 뭐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문제는 3번이다.

이 유형은 그 본질에 있어 사실상 브로커와 다를 바 없다.

다만 변호사 사무실에 직원으로 등록 되어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쉽게 말해 브로커는 프리랜서요 외근 사무장은 직원이다.

구체적인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브로커가 불법이듯 3번도 그 실질에 있어서는 불법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이들은 고정급을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소액이며 사건 유치를 하여 변호사가 수임을 하면 그 수임료의 일부를 비율적으로 나누어 받는 것이 주 수입원이다.

쉽게 말해 사무장이 사건 가져오면 그 수임료의 30%, 40%를 떼어 준다는 식이다.

그래서 이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수임료의 액수이다. 고가일수록 자신이 먹는 비율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수임료를 한 500만 원 정도 받으면 적당한 사건이다. 그러면 사무장이 30%인 150만 원을, 변호사가 나머지 350만 원을 나누어 가지게 된다.

이걸 한 3,000만 원짜리 사건으로 부풀리면 사무장이 900만 원, 변호사가 2,100만 원을 먹게 된다.

사무장 입장에서는 당연히 사건을 부풀리려는 강한 유인이 있다.

어차피 소송에서 져도 변호사가 욕먹지 자기는 무관한 데다 한 건으로 900만 원을 먹을 수 있는데 정직하게 150만 원만 먹을 성격이면 아마 외근 사무장으로 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사건을 부풀릴 때 등장하는 전가의 보도가 "재판부와의 인연"이다.

"우리 변호사님이 재판장과 막역한 사이인데 지난 주에도 같이 골프 쳤고 한 달에 한 번은 같이 술 마시는 사이이다. 전국에 변호사가 2만 명 있어도 이 재판장과 이렇게까지 친한 변호사는 우리 변호사님 한 분 뿐이니 알아서 판단하시라. 막역한 사이에 얼굴 팔아야 하는데 500 가지고 되겠나, 그리고 술도 마시고 골프도 치려면 활동비도 필요하니 3,000 가지고 와라."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다.

이 의뢰인이 변호사를 만나서 "변호사님, 000 재판장과 막역한 사이라고 들었습니다. 맞지요?" 하고 물으면 변호사가 아니라고 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안 물어 볼까?

사무장이 미리 이렇게 말해 두었기 때문이다.

"우리 변호사님 점잖은 분이라 재판부랑 친한 거 과시해서 사건 수임하는 거 질색합니다. 다른 사무실 가도 상관 없는데 우리 변호사님한테 사건 맡기시려면 재판장하고 친하냐 이런 거 절대 묻지 마세요. 아마 그런 식으로 말하면 이 사건 안 맡으실 거에요. 변호사야 널리고 널렸으니 다른 사무실 가시든가."


그런데 변호사는 이미 알고 있다. 이 사건은 500만 원 정도 받으면 족한 사건이라는 것을. 그런데 3,000만 원을 들고 왔다고? 

변호사는 사무장이 장난 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왜 이런 무리한 사건을 맡을까?


거절하면 사무장이 다시는 사건을 가져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건이 다 이렇게 사기치는 사건은 아닌데 이거 하나 거절하면 다른 정상적인 사건 수십 개가 떨어져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사무장 입장에서는 이 변호사가 수임을 거절하면 등신도 이런 등신이 없다. 3,000만 원을 들고 와서 주겠다는데 변호사가 그걸 마다한다. 내가 900만 원 먹을 기회를 이 등신이 날려 먹었다.

다시는 상대 안 한다. 변호사는 널리고 널렸으니.....


개인적인 경험 하나.

내 의뢰인이 1심에서 법정 구속된 지인의 사건을 소개했던 적이 있었다.

음주 운전 전과가 8개나 있는 사람이 또 면허 취소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내서 구속이 된 것이다.

증거가 너무 명백해서 도저히 무죄는 나올 사건이 아니고 그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만 받으면 성공인 사건 이었는데 나한테 수임료를 얼마나 드리면 되냐고 묻기에 적은 금액을 불렀다. 솔직히 변호사가 별로 할 일이 없는 사건이어서 그랬다.

1심에서 선임료를 얼마 쓰셨냐고 하니까 1억 원을 썼다고 한다. 

재판장이랑 둘도 없이 친한 사이여서 돈을 많이 주었다고 한다.

변호사 명부를 검색해 보니 아무래도 출신 학교나 경력상 재판장과 인연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무실에서 항소심은 싸게 해서 3,000만 원에 해 준다고 했단다.

변호사를 직접 만나 보셨느냐고 했더니 사무장님하고만 접촉한단다.

나한테 안 맡겨도 좋으니 거기 가시지 말고 다른 사무실 가시라고 했는데 나중에 들으니 결국 또 거기 가서 3,000만 원 주고 맡겼단다.


오늘의 결론이다.

의뢰인은 변호사를 직접 만나 상의할 권리가 있다. 돈을 주었지 않나. 왜 변호사한테 돈 주고 엉뚱하게 사무장을 상대하나.

변호사를 직접 상대하시라.

그래서 법률 상담 하려 갔더니 변호사 아닌 사무장이 상담을 하는 사무실은 더 볼 것도 없이 그냥 나오시면 된다.

사무장이 "우리 변호사님이 재판장이랑 막역하다."라고 자랑하면 변호사를 직접 만나 어떻게 친한지를 구체적으로 꼬치꼬치 물어 보라. 아마 대답을 못할 것이다.


우리 사무실은 내근이든 외근이든 아예 사무장을 두지 않는다.

나 뿐만 아니라 내가 아는 주변의 성실한 변호사님 중에 사무장한테 서면 작성, 법률 상담 맡기는 분은 단 한 분도 없다.
법무법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법무법인은 소위 별산제 라는 형태인데 이건 그 본질이 개인 사무실 여러 개가 한 장소에 모여 있는 것일 뿐이어서 각 변호사가 자기 사무장을 데리고 일한다.
간단하다. 어떤 형태의 사무실이든 사무장 상대하지 말고 변호사를 직접 상대 하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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