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얘기이다. 재판이 끝나고 재판부와 술과 곁들여 회식을 하였다.
택시를 타고 관사 아파트 주차장에서 내렸다.
지방의 작은 도시였는데 작은 도시의 아파트치고는 큰 아파트 단지였다.
“택시비는 안 내셔도 됩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제가 판사님께 재판을 받았습니다.”
당시 나는 형사단독 재판 업무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 택시운전사는 가벼운 형량을 받지 않았나 싶다.
판사는 외국의 어느 나라처럼 가발을 쓰든지, 선글라스를 써서 얼굴을 가리고 재판하였으면 좋겠다.
이제는 판사가 어느 연구회에 가입했는지에 관하여 일반인들의 관심이 많다.
판사가 그 연구회에 가입되어 있으면 이념적으로 어느 쪽에 편향되어 있다고 일반인들은 추정하여
자신에 대한 판결 결과가 유리할지 불리할지 가늠해 본다.
판사는 얼굴도 익명이어야 하고 사상적 편향도 감출 수 있어야 판단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 있다.
누가 자신을 알아본다면 그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중형을 해야 할 경우도 있고, 무죄를 선고할 때도 있다.
대부분의 재판은 이해가 상반되는 당사자들이 있으므로 어느 한쪽은 판결 결과에 대하여 불만일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신상털기가 횡행하는 이 시대에 판사는 더욱더 자신의 정치적 생각을 숨겨야 한다.
사람들은 정치적이지 않은 사건에서조차 정치적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판사가 정치적 성향이 어떠하다고
추측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게 되면 그것이 순수히 법적인 판단을 하려는 판사 자신을 얽매는 올무가 되기도 한다.
그로 인해서 판결에 대한 불신의 단초가 제공된다. 그 불신의 결과는 일반인들에게 상처가 되고 상소로 이어진다.
30여 년 전 초임 판사 시절에 전주-남원 간 고속국도를 가던 중에 과속을 하여 경찰관에게 걸렸다.
“판사인데 바빠서 그러는데 좀 봐주세요.”, “네, 다음부터 조심하세요.”
판사라고 말해서 득을 보던 시기도 지났으니 이제는 자유함을 위하여 가면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어느 나라처럼 가발을 쓰던지...
법무법인 서평 일산 분사무소
대표변호사 장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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