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침입한 도둑 폭행했는데 정당방위 아닌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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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침입한 도둑 폭행했는데 정당방위 아닌 유죄? 

현승진 변호사



집에 침입한 도둑 폭행했는데 정당방위 아닌 유죄? - 절도범 상해치사 사건(1)


지난번에 성폭행범의 혀를 깨물어서 절단되게 한 사건과 관련하여 정당방위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오늘도 정당방위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보고자 합니다.

지난번에는 1964년 사건에서는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았지만, 1988년 사건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정당방위가 인정되었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드릴 사건에서는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았는데요, 이 때문에 사법부에 대한 불신 여론이 들끓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법조인들 입장에서 이 사건은 정당방위로 보기 어려운 것이었기 때문에,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위한 요건과 관련되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기억하는 분도 있겠지만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던, 야간에 집에 침입한 절도범을 폭행해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입니다.
B는 2014년 3월 8일 새벽 3시 15분경 강원도 원주의 한 주택에 절도를 하려고 침입했습니다. B가 거실에서 서랍을 뒤지던 중 술을 마시고 귀가한 A가 B를 발견하게 됩니다. 절도범인 B를 발견한 A는 B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구타했고 이로 인해 쓰러진 B가 도망을 가려고 하자 발로 뒤통수를 수 회 밟거나 차고, 뒤이어 거실에 있던 빨래건조대와 본인이 차고 있던 벨트로 계속해서 B를 폭행했습니다.

이 때문에 의식을 잃은 B는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사건 발생 약 9개월 후인 2014년 12월 25일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이 사건에서 A는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A의 변호인은 정당방위를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방위행위가 지나쳤다고 하더라도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변론하였지요.

참고로 정당방위에서 방위의 정도가 지나친 경우에는 과잉방위로 처벌이 감경되거나 상황에 따라서 면제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사건에서는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방위의사를 가지고 상당한 범위에서 물리력을 행사해야 합니다. 즉 방위의사가 아닌 보복이나 복수의 감정에서 공격의사로 행동하면 안 됩니다. 이는 정당방위가 아닌 사적 제재, 개인적인 처벌이 되겠지요. 또 맨손으로 덤비는 상대에게 총을 쏘거나 칼을 휘두르는 등의 행동을 해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물론 체격 차이가 현저하거나 상대방이 격투기 선수인 경우 등 예외적인 상황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을 보면, 최초에 집에 침입하여 훔칠 물건을 찾고 있던 B를 제압하기 위해서 A가 B를 폭행한 것은 주거의 평온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방위의사로 행동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A의 최초 폭행으로 피를 흘리며 쓰려진 B는 몸을 꿈틀거리기만 하고 전혀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후 A가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1층으로 내려가려고 했는데 이때 B는 간신히 몸을 반쯤 일으켜 세 발자국 정도를 움직였어요. 그런데 이를 본 A는 자신이 경찰에 신고하는 동안 도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다시 B의 머리를 발로 밟고 걷어차는 등의 폭행을 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경찰, 검찰, 법원에서 A의 진술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일단 A는 경찰에서는 10분가량, 검찰에서는 약 20분가량 폭행이 이어졌다고 진술했습니다. 종합격투기 UFC가 5분씩 3라운드로 이루어져 있는 걸 생각하면 매우 긴 시간 폭행이 이어진 것이지요.

A 스스로도 검찰 조사에서 "정당방위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B가 자신에게 해코지를 한 것이 없는데 자신의 폭행으로 심하게 다쳤기 때문에 정당방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최초의 폭행은 정당방위에 해당될 수 있을지라도 이후의 행위는 방위의사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었지요.

법원에서도 A가 B를 처음 발견하고 폭행하여 쓰러뜨렸을 때까지는 방위의사 인정이 가능할 수 있어도 일단 제압한 후의 후속 행위는 방위의사를 넘어설 정도의 공격의사가 지배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상당한 범위에서 물리력이 행사되었는지와 관련해서도, B는 흉기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도망가려고 한 상황이었음에도 생명에 위험을 발생시킬 수 있는 부위를 반복적으로 폭행한 점에서 상당한 범위의 물리력 행사로 보기도 어려웠습니다.

법원은 이미 쓰러진 B를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테이프, 운동화 끈 등으로 묶거나 혹은 B를 제압한 후 소리를 질러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음에도 계속해서 폭행을 이어간 것은 절도범을 제압하는 수단으로서 불필요하고 과도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물론 B가 절도범이 아니라 흉기를 휴대한 강도범이었다면 이 부분은 조금 달리 판단될 여지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A는 흉기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처음부터 도망을 시도하면서 전혀 반격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A의 계속된 폭행은 정당방위로 보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한편 피고인과 변호인은 과잉방위도 주장을 했었는데요, 과잉방위가 인정되려면 일단 방위의사로 행동을 하되 그 정도가 지나친 경우여야 합니다. 그런데 이미 이야기한 것처럼 A는 공격의사로 행동을 한 것이므로 과잉방위가 될 수도 없습니다.

참고로 A는 법정에서 B가 평소 어머니와 누나가 생활하는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어머니나 누나를 해친 강도나 강간범일지도 모른다는 진술을 했는데요, 사실 이건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이었어요.

폭행의 동기가 법익침해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미 침해된 법익에 대한 복수나 보복의 감정임을 인정한 것으로 보일 수 있거든요. 제가 변호인이었다면 이런 말은 아예 못하게 했을 겁니다.

결국 A는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되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당방위나 과잉방위는 될 수 없지만, 그래도 B가 A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해서 절도를 하려던 것으로 사건의 발단은 B로 인한 것이라는 점, 우발적으로 흥분상태에서 범한 범행이라는 점 등을 형량을 정함에 있어서는 고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정당방위는 아니더라도, 사람을 폭행해서 사망하게 했음에도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은 사정이 고려된 것이었죠.

어떠신가요? 이제 왜 법원에서 정당방위라고 판단하지 않았는지 조금 납득이 되시나요?

아마 어떤 분은 여전히 "서양에서는 집에 침입하면 총으로 쏴도 정당방위라던데, 너무 범죄자 편을 드는 것 아니냐?"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사건 항소심 재판부에도 그런 내용들의 진정서가 제출되었었나 봅니다. 항소심 판결을 보면 "서양 일부 국가에서는 총으로 쏴서 살해해도 정당방위이므로 A를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라는 진정서가 제출되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법원에서는 판결을 하면서 외국의 입법례를 조사해서 설명하였는데요, 과연 이 사건과 같은 사안이 외국에서는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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