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변호사의 눈으로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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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변호사의 눈으로 다시보기 

조석근 변호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로펌 변호사 업계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낸 드라마다. 시나리오도 탄탄하다. 그 중에서도 11화, 소금군 후추양 간장변호사 편이 개인적으로 법률쟁점을 가장 짜임새있게 풀어냈다고 본다. 도박자금으로 산 로또 당첨금 수익분배 약속이 유효한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그 외에도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 이혼 재산분할, 상속, 증언대가의 유효성 등 소소한 쟁점도 많았다. 변호사가 아닌 일반인도 드라마를 즐기는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법률을 제대로 파보면 훨씬 완성도 있는 드라마라는 걸 알게된다. 지금부터 하나씩 뜯어보기로 한다.




도박자금으로 산 로또 당첨금의 수익분배 약속이 유효한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1화 의뢰인은 도박장에 있다. 극 중 한명이 도박자금으로 로또를 사는데, 만약 당첨되면 의뢰인과 돈을 나누기로 약속한다. 당연히 구두로 했다. 그런데 1등에 당첨되고 3명이서 14억씩 나눌 상황이 생긴다. 그런데 당첨된 사람이 거절하자 의뢰인이 우영우 로펌에 소송을 의뢰하면서 시작된다.

쟁점은, 도박은 현행법상 불법인데 불법 자금으로 산 로또 당첨금의 수익분배 약속이 무효인지 여부다. 민법 103조가 등장한다. 참고로 민법 103조는 다음과 같다.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만약 도박자금 자체를 나누는 약속이라면 무효가 맞다. 공교롭게도 얼마 전에 우리 로펌에도 비슷한 상담 문의가 왔다. 우리 의뢰인은 이렇게 물어봤다. 도박수익금을 이유로 빌려간 돈 반환해야 하나요? 나는 이렇게 답했다. 103조에 위반되므로 무효! 


그런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쟁점은 약간 다르다. 도박자금 자체를 나누는 약속이 아니라, 로또 당첨금을 나누는 약속이다. 단지, 로또를 산 돈이 도박에서 나왔을 뿐이다. 그래서 도박이라는 불법성이 로또 당첨금 수익분배 약속에도 미치는지가 쟁점이었다.



수익분배 약속의 증거가 있는지가 먼저다.

법률 쟁점은 항상 사실관계 확정이 먼저다. 다시 말해, 로또 당첨금 수익분배 약속의 증거가 있어야만, 그것의 불법성을 논할 수 있다. 증거가 없으면 103조 위반을 논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극 중에서 판사도 이렇게 말한다. 

103조는 추상적인 규정이라 개별 사안별로 판단할 수 밖에 없네요. 하지만 그전에 먼저 수익분배 약정의 증거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원고 (우영우 측) 증인 신청 하실건가요?  <드라마 속 판사 멘트>


로또 당첨금을 나누는 약속은 구두로 했다. 서류증거가 없다. 그래서 의뢰인을 대리한 우영우 측에서 증인을 신청한다. 첫번째 증인은 당시 일하던 직원(남)인데, 유리한 증언을 해줄 것처럼 하더니, 조선족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당일 출석하지 않는다. 우영우는 2번째 증인을 신청한다. 2번째 증인도 일하던 직원(여)인데, 의뢰인과 불륜관계로 추정된다. (법정에서 손가락 하트를 날리기도 한다).



2번째 증인의 등장, 숨은 법률쟁점

2번째 증인이 로또 당첨금을 나누는 약속을 들었다고 하여 유리한 증언을 해준다. 여기서 숨겨진 쟁점이 몇가지 있다.

1) 2번째 증인은 현장에서 자신이 직접 보고 들었다고 하지않고, 1번째 증인 (남 직원)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했기 때문에, 법률상 전문(傳門) 증거다. 형사소송에서 전문증거는 엄격한 증거능력을 갖출 때만 유효성이 인정되며 직접증거와는 가치가 다르다. 하지만 민사소송이라 그 쟁점은 등장하지 않았다. 

2) 극 중 의뢰인은 2번째 증인에게 위증을 매수한 듯한 인상을 보인다. 특히 불륜에 대한 대가로 보이기도 한다. (로또 당첨금으로 3억원짜리 차를 사서 2번째 증인과 함께 타고 나온다). 만일 불륜에 대한 대가로 돈을 약속하고 위증을 약속했다면, 민법 103조 위반으로 무효이기도 하고, 증인은 위증죄로 처벌받는다. 하지만 이 쟁점은 나오지 않았고, 우영우는 "증인여비를 초과하는 과도한 급부약속은 103조 위반으로 무효입니다" 라는 말만 남긴다. (드라마를 보면서, 2심에서 위증이 밝혀지고 의뢰인 배우자가 불륜과 함께 이를 폭로할 거라 예상했으나, 내 예상이 틀렸다)

1)2) 쟁점이 사라지고 2번째 증인이 유리한 증언을 해줌으로써, 로또 당첨금 분배 약속은 존재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그 다음은 그 약속이 민법 103조에 위반되는지 여부다. 여기서도 2가지 작은 쟁점으로 나눠져 있다. 



1) 로또 당첨금 수익분배 약속이 법률행위인가

상대 변호사는 그 약속은 극히 희박한 확률에 기초한 가벼운 농담일 뿐, 유효한 법률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우영우 측은 당연히 그 약속도 법률행위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무슨말일까? 정리하면 이렇다. 

법률행위는 당사자의 권리 의무에 변동을 가져오는 구체적인 의사표시가 들어있어야 한다. 그냥 지나가는 말, 농담, 빈말은 생활상 표현이지만, 법에서 말하는 의사표시라고 보기 어렵다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필수 요건이므로 상대 변호사는 그 점을 공격한 것이다. (법률행위는 당사자, 목적, 의사표시로 구성돼 있다).

극 중 3명 중 다른 1명이 로또 5등에도 당첨됐는데, 상대 변호사는 3명이서 약속할 때, 1등인지 5등인지도 특정 안됐다고 말한다. 우영우 측은 1등이든 5등이든 어쨌든 로또 당첨금을 나누는 약속으로는 충분하다고 반박한다. 이런 변론도 로또 당첨금 분배 약속이 법률행위라고 볼 수 있는지와 관련된 것이다.


2) 로또 당첨금 수익분배 약속이 민법 103조에 위반되어 무효인가

일반인 시청자면 아마 이 쟁점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2) 쟁점은 위에서 말한, 증거 쟁점, 1) 법률행위 쟁점이 인정된 후에 따지게 된다. 3명이서 로또 당첨금 분배 약속의 증거가 있었고, 그것이 농담이 아니라 법률행위라고 한다면, 과연 그 법률행위가 민법 103조에 위반되는가가 문제된다.

상대 변호사는 도박은 불법이고 도박자금 계약은 무효이므로 로또 당첨금 약속도 무효라고 주장한다. 우영우 측은 "도박은 도박이고, 로또는 로또" 라는 표현으로, 도박자금의 불법성이 로또 약속에까지 넘어가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우영우 변호사 및 상대방 변호사가 인용한 판결은 실제 판결이다.


우영우 측은 "불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이라고 하더라도, 그와 별도의 임차계약은 유효하다는 판례가 있다" 주장한다.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다12580, 판결]

상대 변호사는 "성매매 알선하는 사람이 윤락행위하는 사람에게 빌려준 대여행위 사건에서, 성매매가 불법 무효이므로, 대여행위도 무효라고 본 판례가 있다" 라고 맞 받아친다. 바로 이 판례다. 

"이른바 ‘티켓다방’을 운영하는 甲이 乙 등을 종업원으로 고용하면서 대여한 선불금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乙 등으로서는 선불금반환채무와 여러 명목의 경제적 부담이 더해지는 불리한 고용조건 탓에 윤락행위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고, 甲은 이를 알았을 뿐 아니라 유인, 조장하는 위치에 있었다고 보이므로, 위 선불금은 乙 등의 윤락행위를 전제로 한 것이거나 그와 관련성이 있는 경제적 이익으로서 그 대여행위는 민법 제103조에서 정하는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한다 [대법원 2013. 6. 14., 선고, 2011다65174, 판결]"

이에 대해 우영우 측은 이 판례는 민법 103조가 아니라 성매매 알선 등에 관한 법률 (특별법) 위반으로 무효이므로, 지금 사건과 다르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재판결과- 우영우의 승소


양쪽 주장을 들은 뒤, 판사는 "설령 도박자금의 불법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마련한 로또 수익분배 약속까지 무효로 할 것은 아니다" 라고 판시하여, 우영우 측 주장을 받아주고 의뢰인의 승소로 끝난다.




우영우,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하다(?)


의뢰인이 로또 당첨금 14억을 손에쥔다. 그런데 와이프와 지금 이혼하면 재산분할 해줘야 되냐고 우영우 변호사에게 물어보고, 우영우는 의뢰인이 이혼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여기서 고민에 빠지는 이유는,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 때문이다. 변호사법 26조에 있다.


변호사 또는 변호사이었던 자는 그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26조 (비밀유지의무)


우영우는 로또 수익금을 받자마자 이혼하려는 남편 의뢰인보다 그 와이프에게 심정적으로 마음이간다. 하지만 와이프는 우영우의 의뢰인이 아니고, 의뢰인 남편과의 비밀유지의무가 있기 때문에 갈등한다 (로또 사건이 끝났어도 과거 의뢰인도 포함된다. 규정상 "변호사이었던 자"라고 표현돼 있다) 파트너 변호사와도 한 차례 실랑이를 벌이다, 본인이 와이프를 찾아가서 가명으로 귀뜸을 해주기로 한다. 그래서 제목이 소금군 후추양 간장변호사다. 


우영우는 "융통성이 있어야지" 라고 표현하지만, 가명이라 해도 사실상 알 수 있게 만들기 때문에, 아무리 심정적으로 마음이 가도 변호사로서 올바른 행동인지는 개인적으로 의문이다 (변호사 윤리상 비밀유지의무과 충돌하는 진실의무 영역도 아니다). 극 중에선 로펌을 찾아온 와이프에게 "이혼사건은 다른 이혼전문 변호사를 추천해주겠다"는 식으로 마무리한다. 다 위 규정 떄문이다. (과거 삼성 비자금에 대한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도 이 점에서 논란이 있었다) 




로또 당첨금, 재산분할이 되는가


의뢰인 남편은 로또 14억을 벌자마자 와이프에게 행패를 부리고 이혼을 요구한다. 지금 이혼하면 재산분할을 안 해줘도 된다는 것을 우영우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우영우 역시 민법상 특유재산이라 재산분할 대상이 안 된다고 알려준다. 바로 이 규정이다.


①부부의 일방이 혼인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특유재산으로 한다.  

제830조 (특유재산과 귀속불명재산)

로또 14억은 부부공동 노력으로 이룩한 재산이라고 보기 어렵고, 순전히 행운에 의해 남편 명의로 취득한 재산이므로, 재산분할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로또 수익금을 남편 명의로 얻었더라도 혼인관계가 어느정도 유지되면, 그 재산을 유지 증식하는데 아내의 기여도가 인정되기 때문에, 나중에 이혼할 경우 재산분할이 될 수도 있다. 그 점을 안 남편은 바로 이혼하려는 것이다. 때문에 우영우 측은 와이프에게, "재산분할이 어려우니 위자료와 양육비를 최대한 받는 쪽으로 생각하시면 좋겠다" 라고 권유하는 것이다.


남편에게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는 이유는, 이혼의 귀책사유가 남편에게 있기 때문이다. 도박 또는 불륜 모두 이혼사유는 된다. 하지만, 재산분할은 귀책사유와 무관하게 자기 재산을 자기가 가져가는 개념이므로, 유책 배우자인 남편도 재산분할을 받아가는 것이다


만일 와이프가 이혼을 거절할 경우 어떻게 될까. 협의 이혼이 불가하면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해야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원칙적으로 금지되므로, 남편이 (도박 또는 불륜이라는 귀책사유가 존재하는 이상) 일방적으로 이혼을 할 수는 없다. 


때문에 와이프가 만일 이혼을 거절하고 남편과 수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한다면, 로또 당첨금과 부부 공유재산을 합산해서 재산분할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극 중에서 남편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결국 로또 당첨금은 고스란히 상속 1순위인 와이프에게 상속된다. (배우자와 직계비속이 1순위다). 사망보험금 3억원도 상속인 명의로 지정돼 있으므로 받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알고보면 이렇게 숨은 법률쟁점이 많다. 같은 변호사가 봐도 하나하나 세부적인 것까지 시나리오를 잘 만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다. 인물의 감정선을 잘 따라간다. 다른 법정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매우 사실적이다. 하지만 극적인 요소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현실과 다른 부분도 있긴 하다. 다음 편에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로펌 변호사의 현실과 다른 부분은 무엇일지. 공유해 보기로 (시간이 된다면).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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