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에만 5곳의 업체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에 대한 상담을 진행했다. 각자 사용한 소프트웨어는 상이했으나 공통적으로 ‘수천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형사고소를 하겠다’는 골자의 내용증명을 받았다.
제조업을 영위하는 업체의 경우 오토캐드(Autocad), 매트랩(Matlab), 솔리드웍스(Solidworks), 카티아(CATIA) 등과 같은 고가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이때 불법 복제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다 적발되면, 불법 복제한 수량만큼의 소프트웨어 구입을 청구받게 된다. 문제는 그 가격이 시장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란 점이다.
보통 업무용 소프트웨어는 기능이 모듈로 나뉘어져 있고, 업체는 자신들에게 필요한 모듈만 구입해서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불법복제된 소프트웨어는 이른바 크랙(crack) 버전이기 때문에 모든 모듈(풀 패키지)가 설치되는 방식이며, 이에 따라 불법복제도 전체 모듈에 대해서 이뤄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저작권자는 불법복제를 한 업체에게 풀 패키지에 대한 정가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업체 측이 사용한 부분이 몇 십만 원 내지 몇 백만 원 상당의 일부 모듈임에도 풀 패키지에 대한 정가를 모두 ‘저작권자가 권리의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 인정될까?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 2015. 1. 15. 선고 2014나2024301 판결은 ‘모듈 전체를 사용하기 위해 풀 패키지를 복제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풀 패키지는 상당한 고가여서 실제 저작권자는 사용자의 요구에 맞추어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모듈만을 판매하고 있어 가격이 모듈별로 책정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풀 패키지의 가격이 저작권자로부터 이용 허락을 받았다면 그 대가로서 지급하였을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손해배상의 상한선을 제시했다. 이 판결은 상고심(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5다204052)에서 확정되어 일종의 기준이 되고 있다.
위 판결 이후 최근의 하급심 판결들은 업무용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의 경우 무조건 복제 대상이 된 소프트웨어의 전체 가격(풀 패키지 정가)을 손해배상액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복제 대상이 된 소프트웨어의 이용 범위 및 이용 방식 · 판매 태양 · 거래 관행 등을 고려하여 상당한 범위 내에서 손해배상액을 인정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불법 복제하여 사업을 영위하였다면 이로 인해 저작권자가 입은 피해를 배상하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그 복제 과정에서 회사가 어느 정도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사내 조치를 취해왔는지, 불법 다운로드 받은 직원 개인의 행위 태양이 어떠한지 등에 따라 업체의 책임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다만, 일단 저작권 침해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면, 저작권자가 요구하는 손해배상액이 적절한지 여부는 충분히 다툼의 여지가 있으며, 최근 판례에서도 이는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로 내용증명이나 손해배상소장을 받은 경우, 저작권자가 요구하는 손해배상의 액수가 합리적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이의가 있다면 이를 입증해 과도한 손해배상으로 인한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21.11.13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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