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부장제는 말 그대로 가장인 남성이 강력한 가장권을 가지고 가족 구성원을 통솔하는 가족형태, 또는 가족구성원에 대한 가장의 지배를 뒷받침해 주는 사회체계를 일컫는 말입니다.
가부장제는 비단 우리나라의 오랜 전통만은 아니며, 고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회체계와 가족형태의 근간을 이루어 오고 있으며, 시대마다, 그리고 지역마다 그 성격을 달리해서 존재해 왔습니다.
역사적으로 가부장제의 성격을 살펴보면,
고대 로마 시대에 가장은 아이들에 대한 생살권(生殺權) ·매각권 ·징계권 ·혼인과 이혼의 강제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장인 아버지가 가족 구성원의 삶과 죽음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강력한 가부장권을 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17세기의 영국은 남편의 명령에 불복할 경우 자신의 아내를 벌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습니다.
또, 중국의 가부장제에서는 가부장과 가족 사이의 권리 복종 관계가 국가적 규모에까지 확대되어, 군주(君主)가 중국 사회 가족적 구성원의 최정점에 있는 형태였으며
한국의 경우 과거 봉건사회를 지배하는 대표적인 형태로 가장과 가족성원 사이의 권한 격차가 매우 커서 가장의 권위를 중심으로 하는 집안의 질서가 엄격하게 유지되어왔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여권이 신장되면서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과 남성이 여성으로부터 봉사 받아야 한다는 권리와 같은 가부장적 요인들에 대한 비판적인 사회적 공감대가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최근 황혼이혼이 급증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시대 변화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가부장적인 남편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혼 소송을 제기하려면 배우자에게 명백한 이혼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 민법은 제840조에 6가지 이혼 사유를 언급하고 이에 해당할 경우 이혼 판결을 내리고 있는데요, 단지 남편이 가부장적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요?
이번 시간에는 이혼 판례를 통해 최근 달라진 이혼 사유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아내가 이혼 소송을 제기한 이유
1992년 혼인한 A는 현재 성년 자녀 1녀 1 남을 두고 있습니다. 아내 A는 혼인 초부터 시부모님을 모시고 시댁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을 하며 생활했는데, 부부의 생활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시댁 식구들로 인해 힘들게 혼인생활을 했습니다.
A는 혼인 3년 만에 분가를 했으나 이후에도 시댁 식구들 사이에서 힘들어하였고, 남편이 적절한 중재자 역할을 하지 못해 늘 불만이었습니다.
더군다나 남편 B는 가부장적이고 강압적인 성격으로 아내에게 노후를 위해 늘 근검절약할 것을 강요하며 집안 대소사 비용, 카드대금 등을 모두 포함해 월 170만 원 내지 200만 원 정도의 생활비만 주었고, 자녀들에게 화장실 청소 등을 조건으로 용돈을 지급했습니다.
A는 자녀들의 교육비라도 보탤 생각으로 2001년경 일을 시작, 2010년경부터 지금껏 일을 해오고 있는데, 남편은 직장 일로 바쁜 A가 가사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늘 타박하고, 심한 경우 "집안이 이게 뭐냐"라며 화를 내고 냉장고에서 반찬을 다 꺼내 던져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기도 했을 뿐 아니라, 자녀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훈육을 이유로 폭행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표면적으로 B 씨의 말을 따르는 딸과 달리 사춘기를 겪으며 반항심이 있던 아들과는 충돌이 잦았고 급기야 아들이 가출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아들은 아버지의 폭력적인 행동으로 힘들었던 과거를 이야기하였고, 아버지도 아들에게 사과를 하며 일단락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내가 남편 B에게 집안일을 도와달라고 한 것이 시비가 되어 다투던 중 감정이 상해 언성을 높이게 되었고 이 상황을 방에서 듣고 있던 아들이 뛰쳐나와 엄마 편을 들면서 아버지에게 심한 말을 하자, 격분한 B는 아들의 뺨을 때리고 목을 조르는 등 폭행했습니다.
이후에도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B는 술을 마시다가 가스 불을 켜고는 "다 같이 죽자"라며 A와 가족들을 공포에 빠뜨렸고 이 일은 아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면서 종료되었습니다.
A는 이 사건을 계기로 이혼을 결심한 후 집을 나와 딸과 함께 지내며 이혼소송 등을 제기했습니다.
가부장적 남편의 태도, 이혼 사유 될까?
법원은 남편이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다고 봤는데요, 구체적으로는 민법 제840 조 3항과 6항의 사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840 조 재판상 이혼 사유는
1.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총 6가지를 적시하고 있는데, 재판부는 남편의 태도는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와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가부장적이고 강압적인 성격의 B는 혼인 기간 동안 자신이 세운 기준과 잣대로만 원고와 가족들을 통솔하려고 하였고, 그 기준에 벗어날 경우 보이는 대로 물건을 던지거나 부수며 폭언과 폭행을 하는 등 아내와 가족들에게 충분히 상처가 될 만한 언행을 반복해왔다고 지적하고,
물론 B가 아내 A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을뿐더러 부정행위를 하거나 부양의무를 저버린 적이 없다는 점은 인정되나 그동안 아내 A와 가족들에게 한 유 · 무형의 강압적 언행들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며 이렇게 누적된 B의 행동들이 결국 가족들과의 관계를 더욱 소원하게 하였고 그 결과 부부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고 판시했습니다.
위자료 및 재산분할 결과는?
법원은 아내 A가 청구한 위자료 1,000만 원을 모두 인용하였고
재산분할 비율은 아내 A가 ◇◇◇◇을 다니며 번 수입이 가정경제의 주된 재원이었던 점, 남편 B의 예상 퇴직금에 혼인 전 기간이 포함된 점, 남편 B가 분양권을 보유하고 있는 점, 아내 A는 혼인 기간 중 가사와 양육을 사실상 전담하였고, 2010년 이후 직장 생활을 병행하며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기여한 점 등 소득재산의 발생 경위, 원고와 피고의 나이, 직업과 소득, 혼인생활의 과정과 기간, 재산분할의 부양적 요소 등을 참작하여 아내 45% 남편 55%의 재산분할 비율을 결정하였습니다.
판결의 의미
당시 법원은 가사조사와 이혼조정 조치 명령에 따라 부부가 3개월간 부부 상담을 받도록 권유하고 화해조정을 시도하였습니다. 남편은 자신의 태도가 아내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는 점에 사과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도 보였지만, 혼인 유지 기간 동안 상처받은 아내 A의 생각은 확고했습니다.
강압적인 언행이나 가부장적인 태도를 빼면 배우자에게 폭행을 하거나 부정을 저지르거나 부부와 가족의 부양의무를 저버린 것은 아니었지만, 아내와 가족들에게 충분히 상처가 될만한 행동으로 아내 A의 입장에서는 혼인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해 준 판결입니다.
최근 법원은 이혼 사유에 대해 혼인관계를 억지로 유지하는 것보다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더 낫다고 인정될 경우 이혼 판결을 내리는 추세입니다.
이혼이 능사는 아니지만, 혼인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면 고민 마시고 먼저 충분한 상담을 받아보시기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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