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외국인이 아니고) 한국인이데요?"
조사 도중 잠깐 나와 담배를 피며 수사팀장님과 별 생각없이 나누던 대화중 그가 무심결에 뱉은 이 말은 무리한 긴급체포의 이유를 확실히 설명 해 주는 단서가 되었습니다. 피의자는 수 년 전 귀화한 한국 국적인이었으나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외모만으로 외국 국적인으로, 혹은 불법체류자로 파악했던 것입니다.
어쨋든 수사기관은 혐의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말이 많은 편인 수사팀장님은 묻지도 않았으나 자신의 이름을 걸기도 했습니다.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습니다.
영장 심사에 있어서는 짧은 시간 내에 사건의 내용과 핵심을 파악하고, 피의자의 가능한 선택지를 정확하게 제시하여 피의자가 적절한 선택과 판단을 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부당히 혐의를 받고 있는 경우는 피의자의 무고함을 소명할 수 있는 사정을 캐내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단시간에 혐의 내용과 객관적인 사실의 상충과 모순, 수사의 허점을 파악하고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혐의를 충분히 의심하면서도 동시에 피의자의 편이 되어야 한다는 이중적인 상황에서도 피의자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얻어 내야합니다.
수사기관과의 관계를 잘 설정하는 것 또한 필요합니다. 명백히 위법한 수사가 있었다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지나친 대립각을 세우기 보다는 적절히 우호적인 거리를 유지하면서 피의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에는 소흘함이 없되 동시에 수사기관으로부터는 최대한 정보와 최선의 배려를 얻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당일 영장실질심사에서는 수사 절차의 위법성과 함께 수사기관의 피의자에 대한 혐의의 소명의 모순점을 다각도에서 지적하였고, 신속하면서도 충실한 의견서를 작성, 제출하였습니다.
늦은 밤 법원 당직 직원으로부터 영장 기각의 사실을 전해 듣는 순간 기쁨이 밀려옵니다. 이는 분명 변호사로서 느낄 수 있는 최상의 즐거움 중 하나일 것입니다. 말 많은 수사팀장님께는 특별히 개명을 요구하거나 하지는 않았으며, 지금까지도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