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삭제 요청을 거부한 경우 명예훼손의 성립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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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삭제 요청을 거부한 경우 명예훼손의 성립 가능성 

송인욱 변호사

1. 허위사실이 담긴 남의 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한 뒤 피해자로부터 글을 내려달라는 요청을 받고도 무시한 채 계속 게시한 것은 명예훼손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 최근 대법원 형사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 씨와 B 씨에게 각각 벌금 70만 원과 3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습니다(2020도 920).​


2. 사실관계와 관련하여 C 씨는 메모 애플리케이션인 에버노트를 이용해 자신과 교제했던 D 씨를 '작가이자 예술대학교수 H'라고 익명으로 지칭하며 '술에 취한 상태로 거부하지 못하고 관계가 이뤄졌다. 불쾌했다. 여자들을 만나고 집에 데려와 나체로 사진촬영을 했다. 그는 나를 만나면 폭언을 일삼았다’는 등의 글을 썼고, A 씨와 B 씨는 2016년 10월 자신들의 페이스북에 C 씨가 작성한 글을 공유했는데, C 씨가 쓴 글 내용은 대부분 허위였습니다. 이에 D 씨는 A, B 씨에게 "원글 내용이 허위이므로 게시물을 삭제해 달라"라고 항의했는데, 하지만 두 사람은 별다른 조치 없이 1년 이상 게시물을 유지하다 2017년 11월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뒤늦게 삭제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A, B 씨가 C 씨가 올린 글이 허위임을 알면서도 D 씨를 비방할 목적으로 글을 게재했다"라며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고, 한편 D 씨는 C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C 씨는 유죄가 인정돼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아 확정됐습니다.​


3. 1심은 A, B 씨가 해당 글이 허위임을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는데, 2 심은 "원글의 주된 내용은 전부 허위이고, 피고인들에게는 미필적으로라도 원글 내용이 허위라는 인식 또한 있었다고 인정된다"라며 "A, B 씨는 C 씨를 알고 있었으므로 그에게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런 확인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게시물을 게재했고, D 씨로부터 글을 삭제해달라는 항의를 받고도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노력 없이 1년 이상 게시물 유지하다 뒤늦게 삭제했다"라고 지적했고, 이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반드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해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한 바 없는 허위사실의 적시 행위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 판단해 그것이 어느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인가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죄를 구성한다"면서 "원글 작성자와 내용 등을 종합하면 언급된 'H 교수'가 D 씨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다. A, B 씨가 원글과 함께 올린 해시태그 등을 종합하면 A, B 씨도 H 교수가 누구인지 당연히 알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라고 설명하며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D 씨에 대한 감정적 비방으로 보일 뿐,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공익 목적의 제보로도 보이지는 않는다"라며 각각 벌금형을 선고했고, 이에 대한 상고가 기각되었습니다. ​


4. 명예훼손의 경우 피해자의 성명을 꼭 특정해야만 범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기존의 대법원의 판결이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도 인정되었던 부분인데, 사안의 경우 삭제 요청을 거부한 경우 명예훼손이 되는 지가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한 판시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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