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가 업무협약을 맺고 데이터를 주고받다가 관계가 끝났습니다. 얼마 뒤 데이터를 받았던 회사가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았습니다. 데이터를 준 회사는 「우리 데이터를 가져다 썼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법원에서 이것을 누가 증명해야 할까요?
사건의 흐름
입시정보 회사와 대학 리뷰 서비스 회사가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리뷰 회사는 협약에 따라 대학 리뷰 데이터 일부를 넘겨주었고, 자기 서버의 정보를 바로 조회할 수 있는 API도 열어 주었습니다. 그 뒤 입시정보 회사가 리뷰를 직접 모아 자체 대학 리뷰 서비스를 출시했고, 리뷰 회사는 부정경쟁행위라며 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심이 근거로 삼은 것
원심은 리뷰 데이터와 API를 모두 보호 대상인 「성과」로 보고 손해배상을 인정했습니다. 제1심은 협약에 따라 받은 데이터를 쓴 것은 정당한 사용이라며 청구를 기각했지만, 원심은 2,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인정했습니다. 원심에도 직접 증거는 없었습니다. 대신 리뷰를 모으기 시작한 같은 달에 서비스를 출시한 점, 예전 서비스 개발에는 8개월에서 1년이 걸렸던 점, 개발 자료를 갖고 있으면서 제출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 판단을 파기했습니다(대법원 2026. 7. 9. 선고 2023다290355 판결). 리뷰 데이터는 성과에 해당하지만, 데이터를 조회하는 API는 같은 기능의 API라면 흔히 갖는 구조여서 성과로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무단 사용의 증명책임은 그것을 주장하는 쪽에 있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데이터를 준 회사는 수많은 리뷰 가운데 단 하나라도 상대 서비스에 쓰였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빨리 출시했다는 사정은 데이터를 가져다 쓴 결과일 수도 있고, 이미 리뷰 서비스를 운영해 본 회사가 쌓은 경험의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반박 자료를 내놓지 않았다는 사정을 사용의 근거로 삼으면, 사실상 「쓰지 않았다는 것을 네가 증명하라」는 요구가 됩니다. 저는 대법원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데이터를 주는 회사가 계약 때 해 둘 일
사용했다는 증거는 대개 상대방 회사 안에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의 자료제출명령은 손해액을 산정하는 데 필요한 자료에 한정되어 있어, 사용 사실 자체를 증명하는 데에는 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증명은 소송이 아니라 제휴 계약 단계에서 준비해야 합니다.
□ 제공하는 데이터 일부의 표현을 식별할 수 있게 달리해 두세요.
□ 사용 내역을 보고받고 감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으세요.
□ API로 제공한다면 호출 기록을 얼마나 보관하고 증거로 쓸 수 있는지 계약에 적으세요.
자주 받는 질문
Q. 제휴가 끝난 뒤 상대방이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으면 무조건 도용인가요?
A. 아닙니다. 우리 데이터가 실제로 쓰였다는 점을 주장하는 쪽이 증명해야 합니다.
Q. 데이터 자체도 법으로 보호받나요?
A.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든 데이터는 부정경쟁방지법이 보호하는 성과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 리뷰 데이터도 성과로 인정되었습니다.
이 글은 법률신문 2026. 10. 24. 게재 판례평석 「대학 리뷰 데이터 무단 사용의 증명책임」을 로톡 독자를 위해 다시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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