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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몰래 이체해 온 돈인 걸 알고 받았는데 장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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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몰래 이체해 온 돈인 걸 알고 받았는데 장물인가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지인이 보내준 돈이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의 계좌에서 몰래 빼낸 돈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불안해하시는 분들의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빌려준 돈을 갚는 줄 알았다”, “계좌로 들어온 돈이니 내가 훔친 것은 아니다”, “현금으로 받았을 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돈을 받아 생활비나 대출 상환에 이미 써버린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신고하고 경찰이 계좌 추적에 나서면, 돈을 받은 사람에게도 “장물인 줄 알면서 받은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날아오고, 그때서야 일이 얼마나 커졌는지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은 장물죄에서 장물이 되는 돈과 되지 않는 돈을 엄격하게 구별하면서도, 장물인 줄 알았는지는 확정적으로 알았을 때만이 아니라 ‘장물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가진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장물죄가 되느냐 아니냐는 돈이 어떤 경로로 넘어왔는지, 받을 때 어떤 사정을 알았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아래에서는 몰래 이체된 돈을 알고 받았을 때 장물죄가 성립하는 경우와 성립하지 않는 경우, 장물죄가 아니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죄, 그리고 경찰 연락을 받았을 때 무엇부터 정리해야 하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장물이 되려면 재산범죄로 취득한 ‘물건’이어야 합니다

범죄로 얻은 돈이라고 해서 모두 장물인 것은 아니고, 재물인지 재산상 이익인지가 먼저 갈립니다.

형법 제362조 제1항은 장물을 취득, 양도, 운반 또는 보관한 사람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이런 행위를 알선한 사람도 같은 형으로 처벌합니다. 여기서 장물은 절도, 사기, 횡령, 공갈 같은 재산범죄로 취득한 물건 그 자체를 말합니다.

그런데 지인이 남의 인터넷뱅킹으로 돈을 몰래 이체했다면, 그 지인에게 성립하는 죄는 대개 컴퓨터등사용사기죄(형법 제347조의2)입니다. 이 죄로 지인이 얻는 것은 현금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자기 계좌의 잔액, 즉 은행에 대한 예금채권이라는 재산상 이익입니다. 장물죄의 대상은 ‘재물’이어서, 재산상 이익은 그 자체로 장물이 되지 못합니다.

반대로 지인이 남의 지갑이나 금고에서 현금을 가져왔거나, 맡아 둔 회사 현금을 빼돌렸거나, 남을 속여 현금이나 수표를 받아냈다면 그 돈은 재물이므로 장물이 됩니다. “몰래 이체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결론이 나지 않고, 돈이 지인에게 어떤 형태로 넘어갔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장물죄 성립 여부는 지인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그 결과로 얻은 것이 재물인지 재산상 이익인지부터 정해집니다.


2. 몰래 이체된 돈을 현금으로 받았더라도 장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컴퓨터등사용사기로 생긴 예금을 인출해 건넨 현금은 장물이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 판단입니다.

실제 사건에서 이 쟁점을 직접 다룬 판결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권한 없이 회사 인터넷뱅킹에 접속해 자기 계좌로 1억 8천여만 원을 이체한 뒤 자기 현금카드로 현금을 인출했고, 그중 6,000만 원을 사정을 아는 다른 사람에게 건넸습니다. 대법원은 돈을 받은 사람의 장물취득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컴퓨터등사용사기죄에 의하여 취득한 예금채권은 재물이 아니라 재산상 이익이므로, 그가 자신의 예금구좌에서 돈을 인출하였더라도 장물을 금융기관에 예치하였다가 인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4. 4. 16. 선고 2004도353 판결).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본인 계좌의 잔액이 사기로 생긴 것이라 해도 자기 현금카드로 자동지급기에서 돈을 찾는 것은 정당한 권한에 따른 사용이어서 별도의 절도나 사기가 되지 않습니다. 둘째, 장물인 현금을 은행에 맡겼다가 같은 금액을 찾으면 장물의 성질이 유지되지만, 그 법리는 맡긴 돈이 처음부터 재물일 때 적용되는 것이지 재산상 이익인 예금채권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인이 몰래 이체한 돈이 먼저 지인의 계좌에 들어왔다가 지인이 직접 인출해 현금으로 건넸다면, 받은 사람에게 장물취득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장물죄에 한정된 결론이고, 다른 죄까지 면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몰래 이체한 돈이 지인 계좌를 거쳐 현금으로 인출된 경우, 그 현금은 장물이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


3. 장물인 줄 알았는지는 ‘의심’만으로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확정적으로 알지 못했더라도 ‘장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면 고의가 인정됩니다.

돈을 받은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변명은 “몰랐다”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장물의 인식 정도를 넓게 봅니다.

장물죄에 있어서 장물의 인식은 확정적 인식임을 요하지 않으며 장물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가지는 정도의 미필적 인식으로서도 충분하고, 장물인 정을 알고 있었느냐의 여부는 장물 소지자의 신분, 재물의 성질, 거래의 대가 기타 상황을 참작하여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도6084 판결).

그래서 법원은 지인이 평소 그 정도의 돈을 만질 형편이 아니었는지, 돈을 받은 시점과 방식이 정상적이지 않았는지, 출처를 묻자 말을 흐리지는 않았는지, 받은 직후 서둘러 쓰거나 다른 계좌로 옮기지는 않았는지 같은 정황을 종합합니다. 카카오톡이나 문자에 “이거 어디서 난 돈이야”,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같은 대화가 남아 있다면 불리한 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같은 판결은 장물취득죄가 취득할 당시 장물인 줄 알면서 받아야 성립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재물을 건네받은 뒤에야 ‘이상한데’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면 그 수수행위는 장물취득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받을 당시 사정, 예컨대 빌려준 돈을 돌려받는 것이라는 설명이 있었는지, 그 설명을 뒷받침하는 차용 내역이 있었는지가 방어의 핵심입니다.

장물인 줄 알았는지는 확정적 인식이 아니라 받을 당시의 의심 정도와 주변 정황으로 판단됩니다.


4. 장물죄가 아니어도 다른 죄와 민사 책임이 남을 수 있습니다

범죄수익 수수, 공범 가담 여부, 부당이득 반환까지 함께 따져야 합니다.

장물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는 범죄수익임을 아는 정황에서 이를 수수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기·횡령처럼 같은 법이 정한 특정범죄에서 나온 재산이라면, 현금이든 계좌이체로 받은 돈이든 정황을 알고 받았다는 점이 입증될 때 이 조항이 문제가 됩니다. 또 돈을 받고 출처를 숨기려고 다른 계좌로 돌리거나 거래를 가장하면 같은 법 제3조가 정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체 전부터 “이체해서 나눠 쓰자”는 대화가 오갔거나 계좌를 빌려준 사실이 있다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이 경우 단순히 돈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 지인의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나 방조범으로 평가될 수 있고, 컴퓨터등사용사기는 형법 제347조의2에 따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한 중한 범죄입니다. 장물 관련 범죄 중에도 상습으로 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제363조), 업무상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면 1년 이하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제364조)이 정해져 있어 구체적 사정에 따라 적용 법조가 달라집니다.

한 가지 특례도 있습니다. 형법 제365조 제2항에 따라 장물죄를 범한 사람이 본범과 배우자, 직계혈족 또는 동거친족 관계라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장물죄에만 해당하고,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형사 책임과 별개로 피해자는 돈을 받은 사람에게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쓴 돈은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고, 계좌가 지급정지되거나 압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합의와 반환은 형사에서 양형에 유리한 사정이므로, 반환 여력과 시기를 미리 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5. 경찰 연락을 받았다면 조사 전에 이 순서로 정리해야 합니다

받은 경위와 그때 알았던 사정을 자료로 고정해 두는 것이 첫 진술보다 앞서야 합니다.

이 유형의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서 참고인 또는 피의자 조사 통보 → ②계좌 거래내역과 메신저 대화 확보를 통한 수사 → ③공소청(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공소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처음에는 참고인으로 불렀다가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로 바뀌는 경우도 있어, 첫 조사에서 하는 말이 이후 방향을 크게 좌우합니다.

경찰 연락을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해명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먼저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1. 돈이 들어온 방식(계좌이체인지, 지인이 인출해 건넨 현금인지, 다른 사람 계좌를 거친 것인지)과 날짜·금액을 거래내역으로 확인합니다.

  2. 받을 당시 지인이 돈의 출처나 이유를 어떻게 설명했는지, 빌려준 돈이나 정당한 채권이 있었는지 대화 기록과 차용 자료를 보존합니다.

  3. 받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 남아 있는 금액이 얼마인지 정리하고 임의로 추가 이체하거나 계좌를 정리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고의 인정 여부, 장물 해당 여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적용 여부를 사건별로 따져 보고 조사에 임해야 합니다.


마치며

지인이 보낸 돈이라는 이유로 출처를 꼼꼼히 따져 보지 않았다가, 뒤늦게 경찰의 연락을 받고 크게 당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초기 대응이 늦어지거나, 급한 마음에 지인과 말을 맞추려다 오히려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돈을 몰래 이체당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신속히 추적하고, 누구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본범뿐 아니라 돈을 받은 사람에 대한 민사 청구와 지급정지 같은 조치까지 함께 살펴야 실제 회수 가능성이 달라집니다.

반대로 돈을 받은 쪽에서 의심받는 입장에서도 “몰랐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받을 당시의 사정을 자료로 설명할 수 있는지에 따라 장물죄 불성립, 불기소, 양형 참작까지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재산범죄 사건에서 돈을 빼낸 쪽과 피해를 입은 쪽, 그리고 그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수사받는 쪽의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받은 경위와 당시 인식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첫 조사 전에 방향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인이 몰래 이체한 돈을 제 계좌로 받았습니다. 장물취득죄가 되나요?

A. 계좌이체로 생긴 예금채권은 재물이 아니라 재산상 이익이어서 장물죄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 다만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이나 공범 문제는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Q. 현금으로 받았다면 결론이 달라지나요?

A. 지인이 몰래 이체한 돈을 자기 계좌에서 인출해 건넨 현금이라면 장물이 아니라고 본 판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인이 훔치거나 횡령하거나 속여서 얻은 현금이라면 장물이 되므로, 돈의 원래 출처가 핵심입니다.

Q. 받을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알았습니다. 처벌되나요?

A. 장물취득죄는 받을 당시 장물인 줄 알아야 성립하므로, 받은 뒤에 의심이 생겼다는 사정은 방어에 유리합니다. 다만 받을 당시 몰랐다는 점은 대화 기록과 거래 정황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Q. 확실히 훔친 돈인 줄은 몰랐고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고의가 인정되나요?

A. 인정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장물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가지는 미필적 인식으로도 충분하다고 보며, 신분과 거래 방식 같은 정황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Q. 지인이 가족이나 배우자인데 처벌이 달라지나요?

A. 장물죄는 본범이 배우자, 직계혈족 또는 동거친족이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에는 이 특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Q. 받은 돈을 이미 다 썼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이미 쓴 돈이라도 피해자에게 반환하고 합의하면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이 됩니다. 반환 계획과 시기를 정해 조사 전에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경찰에서 참고인으로 나오라는데 변호사가 필요한가요?

A. 참고인 조사가 피의자 조사로 바뀌는 경우가 있어 첫 조사 전에 상담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처음 한 진술이 이후 고의 판단에 그대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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