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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시설비 청구 포기해도 원상복구 의무는 남는다, 철거 범위와 보증금 공제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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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시설비 청구 포기해도 원상복구 의무는 남는다, 철거 범위와 보증금 공제 기준 

강대현 변호사

상가를 비워 주면서 "시설비는 달라고 하지 않겠다"고 말해 두었으니 철거 걱정도 끝났다고 생각했다가, 퇴거 직전에 임대인으로부터 원상복구 비용을 청구받는 세입자가 적지 않습니다. 시설비를 청구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원상복구 의무는 법적으로 서로 다른 문제이고, 앞의 약속이 뒤의 의무를 자동으로 없애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시설을 임대인에게 넘기는 조건으로 나간다는 인식과 달리, 계약서에 원상복구 문구가 살아 있으면 시설을 모두 뜯어내고 보증금에서 공제까지 당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시설비 청구 포기가 정확히 무엇을 포기한 것인지, 그럼에도 원상복구 의무가 왜 남는지, 그 의무를 줄이거나 면제받으려면 어떤 근거와 증거가 필요한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시설비 청구 포기 약정 — 정확히 무엇을 내려놓은 것인가

세입자가 인테리어·간판·냉난방기·칸막이 등에 들인 돈을 임대인에게 돌려 달라고 하는 근거는 크게 둘입니다. 하나는 민법 제626조 제2항의 유익비 상환청구권으로, 임차인이 목적물의 가치를 높이는 비용을 썼다면 임대차 종료 시 가치 증가가 현존하는 한도에서 지출액이나 증가액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입니다. 다른 하나는 민법 제646조의 부속물매수청구권으로,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건물에 부속시킨 물건을 임대차 종료 시 임대인에게 사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입니다.

"시설비는 청구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서면은 대개 이 두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로 풀이됩니다. 즉 포기의 대상은 '들인 돈을 돌려받을 권리'이지, '설치한 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라는 의무가 아닙니다. 돈을 받지 않기로 한 것과 시설을 그대로 두고 나가도 된다는 승낙은 별개이므로, 임대인이 철거를 요구하면 포기 약정만으로는 거절할 수 없습니다. 시설을 그냥 두고 나가도 좋다는 임대인의 명시적 동의가 따로 있어야 의무가 풀립니다.

시설비 청구 포기는 '돈을 받을 권리'를 내려놓은 것일 뿐, '원래대로 돌려놓을 의무'를 면제받은 것이 아니다.

원상복구 의무의 근거 — 민법 제654조, 제615조와 계약서 특약

임차인이 임대차를 끝내고 목적물을 돌려줄 때 원상에 회복해야 한다는 의무는 민법 제654조가 제615조를 임대차에 준용하는 데서 나옵니다. 제615조는 이 경우 부속시킨 물건을 철거할 수 있다고도 규정하고 있어, 철거는 임차인의 권리이자 동시에 반환 과정의 일부입니다. 여기에 대부분의 상가 임대차계약서에는 "임차인은 계약 종료 시 임차인 비용으로 시설물을 철거하고 원상복구하여 인도한다"는 특약이 들어 있어, 법정 의무에 계약상 의무가 겹칩니다.

특약이 있으면 다툼의 초점은 '의무가 있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가 원상이냐'로 옮겨갑니다. 원상복구 범위는 임대차 개시 당시의 상태를 기준으로 하며, 임차인의 통상적인 사용에 따른 노후·마모(통상 손모)까지 복구하라는 취지는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따라서 도배·바닥재의 자연스러운 변색은 복구 대상이 아니고, 임차인이 새로 설치한 벽체·덕트·전기 증설·간판·바닥 마감은 복구 대상이 됩니다. 입점 당시 상태를 사진·인도 확인서로 남겨 두지 않았다면 이 '기준 상태' 자체가 분쟁이 되므로, 입점 때의 자료가 퇴거 때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 복구 대상 — 임차인이 새로 설치·증설한 칸막이, 천장·바닥 마감, 배관·전기·덕트, 간판 등.

  • 복구 제외 — 통상적인 사용에 따른 자연스러운 마모와 노후.

  • 이미 있던 시설 — 입점 당시 설치돼 있던 것은 철거가 아니라 현상 유지 대상.

  • 기준 자료 — 입점 당시 사진, 인도 확인서, 전 임차인으로부터 승계받은 시설 목록.

포기가 유효한 부분과 무효가 되는 부분 — 유익비와 부속물의 차이

두 청구권은 법적 취급이 다릅니다. 민법 제652조는 제646조 등의 규정에 위반하는 약정으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정하고 있고, 여기에는 부속물매수청구권(제646조)이 포함됩니다. 반면 제626조의 유익비 상환청구권은 제652조가 열거한 조문에 들어 있지 않아, 임차인이 이를 포기하는 특약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다뤄집니다. 계약서에 "임차인은 유익비·필요비 상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적혀 있다면 이 부분은 그대로 효력이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부속물매수청구권 포기가 무효'라는 말이 곧 '시설비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부속물매수청구권이 성립하려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부속시켰고, 그 물건이 임차인 소유이며, 건물의 사용에 객관적인 편익을 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법원은 음식점 주방설비나 간판처럼 임차인 개인의 영업 목적에 맞춘 시설은 건물 자체의 객관적 편익이 아니라고 보는 경향이 있어, 상가에서는 이 청구권이 인정되는 범위가 넓지 않습니다. 그래서 계약서에 포기 특약이 있는 상가 세입자는 '포기 특약이 무효니 시설비를 달라'고 주장하기보다 '원상복구의 범위와 비용'을 다투는 쪽이 현실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유익비 포기 특약은 유효한 것이 원칙이고, 부속물매수청구권은 포기가 무효여도 요건을 갖추기 어려워, 결국 시설비 회수보다 원상복구 범위가 분쟁의 중심이 된다.

원상복구를 면제받으려면 — 임대인의 명시적 동의와 서면

원상복구 의무를 덜고 싶다면 필요한 것은 시설비 포기가 아니라 철거 면제 합의입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퇴거 전에 "임차인이 설치한 아래 시설물은 그대로 두고 인도하며, 임대인은 별도의 원상복구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시설 목록을 적은 서면 합의서를 받아두는 것입니다. 구두로 "그냥 두고 가도 돼"라고 했더라도 나중에 임대인이나 새 건물주가 말을 바꾸면 입증이 어려우므로, 문자·이메일·녹취라도 남아 있어야 합니다.

합의서에는 최소한 세 가지가 들어가야 합니다. 첫째, 시설물의 범위를 사진이나 목록으로 특정하는 것입니다. 둘째, 원상복구 의무를 면제한다는 문구와 보증금에서 원상복구 비용을 공제하지 않는다는 문구입니다. 셋째, 합의 당사자가 실제 소유자 또는 임대 권한이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건물주가 바뀌었거나 관리인이 대신 말한 경우라면 새 소유자에게 효력이 미치는지 다툼이 생길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등기부상 소유자 명의 서면으로 정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신규 임차인에게 시설을 넘기는 경우 — 권리금 회수기회와 원상복구

세입자가 시설을 포기하는 대신 다음 임차인에게 그대로 넘기는 구조라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은 임대인이 임대차기간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하는 행위도 금지합니다. 시설과 영업을 통째로 넘기는 거래라면 시설은 신규임차인이 쓸 대상이 되어 원상복구보다 인수의 대상이 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신규임차인과의 권리금 계약서에 시설 인수 범위가 분명히 적혀 있는지입니다. 시설을 넘기기로 했는데 임대인이 신규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하고 철거를 요구한다면, 임대인이 제10조의4 제1항 제4호 위반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고, 그 한도는 신규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 권리금 중 낮은 금액입니다(같은 조 제3항). 이 청구권은 임대차 종료일부터 3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4항). 다만 임차인이 3기의 차임을 연체했거나 건물을 고의·중과실로 파손한 경우 등 제10조 제1항 각 호 사유가 있으면 보호받지 못하므로 차임 연체 이력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원상복구 비용 분쟁 — 보증금 공제와 동시이행의 한계

실제 분쟁은 보증금 반환 단계에서 터집니다. 임대인은 원상복구가 되지 않았다며 철거 견적을 받아 보증금에서 공제하겠다고 하고, 세입자는 과다 견적이라며 전액 반환을 요구하는 구도입니다. 보증금 반환 의무와 목적물 인도 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어(민법 제536조), 세입자가 인도를 미루면 보증금 반환도 지연되지만, 세입자가 원상복구 없이 열쇠를 넘기고 나가면 임대인은 공제할 비용을 자기 판단으로 산정해 청구하게 됩니다.

공제가 정당한지는 결국 실제 소요된 비용, 즉 복구 범위의 타당성과 견적의 적정성에 달려 있습니다. 임대인이 제시한 견적이 통상 손모까지 포함했거나, 임차인이 설치하지 않은 시설까지 철거 대상으로 넣었다면 그만큼은 공제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철거를 아예 하지 않은 채 임차목적물을 반환하지 못한 기간이 길어지면 그 기간의 차임 상당 손해를 별도로 물게 될 수 있습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퇴거 전에 자기 비용으로 비교견적을 받아 두고, 철거 범위를 서면으로 협의해 두는 편이 분쟁 비용을 줄입니다.

  • 퇴거 전 — 임대인과 철거 범위를 목록으로 확정하고, 입점 당시 사진과 대조.

  • 견적 — 임대인 견적과 별도로 세입자 측 비교견적 확보.

  • 인도 — 열쇠 반환일과 상태를 사진·영상으로 기록하고 인도 사실을 문서화.

  • 보증금 — 공제 항목별 명세서를 서면으로 요구하고 항목마다 이의 여부를 정리.

이미 포기 서면을 써 줬다면 — 해석 다툼과 대응 순서

이미 "시설비 일체를 청구하지 않는다"는 확인서를 써 준 뒤 원상복구를 요구받았다면, 문서의 문언과 작성 경위가 핵심입니다. 문서에 '시설 일체를 임대인에게 귀속시킨다'는 표현이 들어 있다면 철거 의무를 면제하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커지고, '시설비 청구를 하지 않는다'에 그친다면 앞서 본 대로 원상복구 의무는 남습니다. 문언이 애매하면 계약 체결 경위, 시설을 설치할 때 임대인이 어떤 설명을 했는지, 임대인이 이전 임차인에게는 어떻게 처리했는지 같은 사정이 함께 고려됩니다.

대응은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계약서·확인서·문자 내역을 모아 포기의 범위를 확정하고, 입점 당시 상태 자료로 복구 범위를 특정합니다. 다음으로 임대인에게 복구 범위와 비용 산정 근거를 서면으로 요구한 뒤, 협의가 되지 않으면 보증금 반환청구소송에서 공제의 정당성을 다투게 됩니다. 소송으로 가기 전에는 임대인이 주장하는 철거 항목 중 임차인 설치분이 아닌 것을 가려내는 작업만으로도 청구액이 상당히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시설비를 안 받기로 했으면 시설은 건물주 것이 되니 철거 안 해도 되나요?

A. 청구권을 포기했다고 해서 소유권이 자동으로 임대인에게 넘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시설을 그대로 두고 나가도 된다는 임대인의 동의가 별도로 있어야 철거 의무가 면제되며, 계약서에 원상복구 특약이 있으면 그 특약이 우선 적용됩니다.

Q. 원상복구 범위에 도배와 바닥 교체까지 포함되나요?

A. 통상적인 사용에 따른 자연스러운 마모와 노후는 원상복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다만 임차인이 새로 시공한 마감이나 영업 중 발생한 훼손은 복구 대상이 되므로, 입점 당시 상태 자료로 구분해야 합니다.

Q. 포기 특약이 있어도 부속물매수청구권은 행사할 수 있나요?

A. 민법 제652조에 따라 부속물매수청구권을 배제하는 약정으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습니다. 다만 임대인의 동의, 임차인 소유, 건물 사용의 객관적 편익이라는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하므로, 영업 목적에 맞춘 시설이라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Q. 신규 임차인이 시설을 인수하겠다고 하면 원상복구는 안 해도 되나요?

A. 신규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에 새 임대차가 성립하고 시설 인수 범위가 문서로 정리되면, 기존 임차인은 해당 시설을 철거할 필요가 없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계약을 거절하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에 따른 손해배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Q. 임대인이 보증금에서 철거비를 마음대로 공제했는데 다툴 수 있나요?

A. 공제가 정당한지는 복구 범위와 실제 비용의 적정성을 기준으로 판단되므로, 항목별 명세와 증빙을 요구해 다툴 수 있습니다. 통상 손모나 임차인이 설치하지 않은 시설까지 포함된 부분은 공제가 부당할 수 있으며, 보증금 반환청구소송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Q. 계약서에 원상복구 조항이 없는데도 철거 책임이 있나요?

A. 특약이 없어도 민법 제654조와 제615조가 임대차에 준용되어, 임차인은 반환할 때 목적물을 원상에 회복할 의무를 집니다. 다만 특약이 없으면 통상 손모는 복구 대상이 아니라는 점과 복구 범위가 입점 당시 상태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더 분명하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시설비 청구 포기와 원상복구 의무는 서로 다른 축입니다. 앞의 것은 돈을 받을 권리를 내려놓은 것이고, 뒤의 것은 민법 제654조·제615조와 계약 특약이 정하는 반환 의무이므로, 하나를 양보했다고 다른 하나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의무를 덜려면 시설 귀속과 철거 면제를 문서로 확정하거나, 신규 임차인에게 시설을 넘기는 구조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의 틀 안에서 정리해야 합니다.

이미 포기 서면을 써 주었다면 그 문언의 범위, 입점 당시 상태 자료, 임대인이 내세우는 철거 항목의 타당성을 차례로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퇴거 전에 정리한 서면 한 장이 나중의 보증금 공제 분쟁을 크게 줄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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