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가게에 설치된 ATM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나눠 받는 구조를 이용해, 본인 카드로 현금을 빼고 다시 넣기를 반복하다가 수사를 받게 되었다는 상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담하시는 분들은 대개 “내 계좌에서 내 돈을 뺐다 넣었을 뿐인데 누가 피해를 입었다는 거냐”, “은행이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정책이니 이용한 것뿐”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막상 경찰에서 은행과 정산업체의 고소·진정 내용을 보여주면, 수천 번에 이르는 거래 기록 앞에서 “정상적인 이용이었다”는 말이 설 자리를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도 가맹점 운영자들이 수수료 수익을 노리고 체크카드로 ATM 인출을 반복한 사건에서 사기와 업무방해의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한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내 돈을 인출했다는 사실만으로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아래에서는 수수료를 노린 ATM 인출 반복이 어떤 경우에 사기죄로 이어지는지, 어떤 죄명이 문제되는지, 수사를 받게 되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내 돈을 인출했더라도 수수료를 노린 거래라면 범죄가 문제됩니다
피해는 인출된 돈이 아니라, 거래가 있어야만 지급되는 수수료에서 발생합니다.
ATM 수수료 구조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고객이 인출할 때 은행이 수수료를 면제해주더라도, 은행은 ATM을 운영하는 정산업체(밴사)에 거래 건당 수수료를 지급하고, 정산업체는 그 일부를 ATM이 설치된 가맹점에 나눠주는 방식이 흔합니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거래가 많을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인출한 돈이 아닙니다. 인출한 돈은 본인 예금이고, 곧바로 다시 입금하면 은행에 남는 손실도 없습니다. 쟁점은 실제 이용 의사 없이 오직 수수료를 발생시킬 목적으로 거래를 만들어냈고, 그 결과 은행이 수수료를 지급하게 되었는지입니다.
이 경우 은행이나 정산업체는 “정상적인 고객 이용 거래”라고 믿고 수수료를 지급한 것이므로, 그 믿음이 거짓 외관에서 비롯된 것인지가 사건의 핵심이 됩니다. 하루 수십 번, 한 달에 수천 번씩 동일 카드로 인출과 입금이 반복되었다면 수사기관은 이를 정상 이용으로 보지 않습니다.
본인 돈을 인출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수수료를 얻으려고 거래를 꾸며냈다는 점이 형사 문제의 출발점입니다.
2. 사기죄와 컴퓨터등사용사기죄 중 어느 쪽이 적용되는지가 쟁점입니다
기망의 상대가 사람인지, 기계의 정보처리인지에 따라 적용 조문이 갈립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할 때 성립합니다. 반면 형법 제347조의2의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할 때 성립합니다. 두 죄 모두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ATM 거래는 겉으로는 기계가 처리하지만, 그 수수료를 심사하고 지급하는 주체는 은행과 정산업체의 담당자입니다. 따라서 어느 조문이 적용되는지는 수수료 정산 과정에서 사람이 오인했는지, 아니면 전산 처리만으로 지급이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행위였더라도 그 과정에서 사람이 속았다면 사기죄 성립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판단했다고 합니다. 피고인 측은 시스템 오류를 악용한 것이 아니라 정해진 조건대로 이용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거래 목적이 수수료 수취에 있었다는 점이 드러나면 이 항변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는 한 가지 죄명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기 또는 컴퓨터등사용사기와 함께 업무방해가 병합되어 기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을 속였는지, 기계에 부정한 정보를 입력했는지는 조문 선택의 문제일 뿐, 어느 쪽이든 20년 이하 징역형이 걸린 중죄입니다.
3. “약관대로 이용했다”는 항변, 거래 횟수와 패턴이 무너뜨립니다
정상 이용이었는지는 이용 목적과 거래 패턴이라는 객관적 정황으로 판단합니다.
수사기관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거래 내역의 패턴입니다. 같은 카드로 같은 ATM에서 인출과 입금이 짧은 간격으로 반복되는지, 야간·휴일에 집중되는지, 인출액이 소액으로 쪼개져 있는지, 거래 직후 잔액이 거의 변하지 않는지를 봅니다. 한 달에 수천 건이 넘는 거래가 같은 카드·같은 기기에서 나왔다면, 그 자체로 이용 목적을 추단하는 강한 정황이 됩니다.
다음으로 수수료 수익과의 연결고리를 봅니다. 거래가 늘어난 시점과 정산 수익이 늘어난 시점이 맞물리는지, 수수료 정산 계좌가 누구 명의인지, 거래를 일으킨 카드 명의자와 가맹점 운영자가 같거나 가족·직원 관계인지가 확인됩니다. 가맹점 운영자 본인이 아니라 지인·직원 카드를 돌려 쓴 경우에도 공모관계로 함께 처벌될 수 있습니다.
사기죄의 기망은 반드시 말로 거짓을 하지 않아도, 정상 거래인 것처럼 외관을 꾸며 상대방이 착오에 빠지게 하는 행위로도 인정됩니다. 판례도 상대방에게 처분행위의 동기가 된 중요한 사실을 숨기거나 거래 외관을 가장해 착오를 일으킨 경우에는 부작위나 외관 조작에 의한 기망을 인정해 왔습니다. 수수료 지급은 “실제 고객이 이용했다”는 전제 위에서 이루어지므로, 그 전제를 허위로 만든 것이 기망으로 평가됩니다.
따라서 “은행 정책상 수수료가 면제되어 손해가 없었다”는 주장은 은행이 면제한 것은 고객에게 받을 수수료일 뿐이고, 정산업체에 지급하는 건당 수수료는 은행의 실제 지출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합니다.
정상 이용인지는 약관 문구가 아니라, 거래가 왜 그렇게 많이 일어났는지라는 객관적 흔적으로 가려집니다.
4. 업무방해가 함께 적용되고, 규모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집니다
횟수와 기간이 길수록 포괄적으로 평가되어 무겁게 다뤄질 수 있습니다.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허위의 외관을 만들어 거래 심사·정산 업무를 오도했다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가 문제되고, 사기(또는 컴퓨터등사용사기)와 업무방해가 하나의 행위로 이루어졌다면 상상적 경합으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반복된 거래는 동일한 범의로 이루어진 경우 포괄일죄로 묶여 하나의 범죄로 평가되고, 이때 이득액은 기간 전체의 수수료 합계로 계산됩니다. 수수료 수익이 수백만원 수준에 그친다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의 이득액 5억원 구간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몇 달씩 여러 대의 ATM, 여러 장의 카드를 이용했다면 합산 규모가 커질 수 있습니다.
보도된 가맹점 운영자 사건에서는 수수료 이득이 수백만원대였고 피고인들에게 벌금형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결과가 모든 사건에 적용되는 기준은 아닙니다. 초범 여부, 수수료 규모, 반환 여부, 거래 기간, 조직적 분담이 있었는지에 따라 벌금형부터 징역형 집행유예까지 달라질 수 있으며, 수수료를 반환·공탁하고 피해 회사와 합의한 사정은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됩니다.
한 번 한 번은 소액이어도 반복되면 합산되고, 합산액과 기간이 곧 양형의 기준이 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첫 조사 전에 거래 내역과 정산 구조를 정리해 두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이런 사건은 통상 ①은행이나 정산업체의 고소·고발 또는 이상거래 탐지 통보 → ②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의 압수수색·계좌 추적과 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거래 내역이 전산상 모두 남아 있어서, 수사기관은 사실관계를 이미 상당 부분 정리한 상태에서 조사를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진술을 하기 전에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ATM 설치·수수료 정산 계약서를 확인해 건당 수수료 지급 조건과 이상거래 제한 조항이 있는지부터 살핍니다.
카드 거래 내역과 정산 입금 내역을 대조해 문제가 된 거래 기간·횟수·수수료 합계를 직접 계산합니다.
거래를 한 이유(재고 정리, 자금 이동, 단순 이용 등)를 뒷받침할 객관 자료가 있는지 점검하고, 이미 수령한 수수료를 반환할 수 있는지 검토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기 고의가 있었는지, 정산업체와 은행 중 누가 피해자인지, 반환·합의를 어떤 순서로 진행할지 함께 정하면 불필요하게 불리한 진술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수수료를 노린 ATM 인출은 “내 돈을 넣고 뺐을 뿐”이라는 생각 때문에 범죄라는 인식 없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수사를 받게 되었을 때도 초기 대응이 늦어지기 쉽습니다.
수사를 받는 가맹점 운영자나 카드 명의자 입장에서는 거래 목적을 어떻게 설명할지, 수수료를 반환할 수 있는지, 공모관계가 인정될 사정이 있는지를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진술이 한 번 굳어지면 이후 바꾸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수수료 지급 구조를 관리하는 정산업체나 은행 입장에서도 이상거래 탐지 자료, 지급 내역, 정산 계약 조항을 정리해 피해액을 입증할 수 있어야 형사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가 모두 가능합니다.
저는 금융 거래 관련 사기·업무방해 사건에서 의심을 받는 쪽과 피해를 주장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거래 목적과 정산 구조에 대한 사실관계 정리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 계좌의 돈을 인출했다가 바로 다시 입금했는데도 사기가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인출한 돈이 아니라 거래가 있어야만 지급되는 수수료입니다. 실제 이용 의사 없이 수수료를 얻으려고 거래를 만든 것이라면 사기 또는 컴퓨터등사용사기, 업무방해가 문제됩니다.
Q. 몇 번부터 문제가 되나요?
A. 법에 정해진 횟수 기준은 없습니다. 거래 목적, 반복 간격, 기간, 수수료 수익과의 연결성을 종합해 판단하며, 수천 건 단위의 반복은 강한 정황이 됩니다.
Q. 은행이 수수료를 면제해줬으면 손해가 없는 것 아닌가요?
A. 아닙니다. 면제되는 것은 고객이 내는 수수료이고, 은행이 정산업체에 건당 지급하는 수수료는 은행의 실제 지출이기 때문에 피해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가족이나 직원 카드로 대신 거래하게 했는데 저만 처벌되나요?
A. 카드를 쓴 사람도 공모관계로 함께 처벌될 수 있습니다. 누가 거래를 기획했고 수수료를 누가 받았는지에 따라 역할이 구분됩니다.
Q. 이미 받은 수수료를 돌려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범죄 성립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반환과 합의는 기소 여부와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될 수 있는 중요한 사정입니다.
Q. 경찰 출석 요구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거래 목적에 대한 첫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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