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전동킥보드를 타다 넘어져 다친 뒤 보험금을 청구하려는 분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험사에 서류를 내려는 단계에서 “킥보드 사고는 보험금이 안 나온다던데, 그냥 길에서 넘어졌다고 쓰면 되지 않을까”라는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어차피 실제로 다쳤고 치료비도 실제로 들었는데 사고 경위 한 줄 정도는 괜찮다”, “보험설계사도 그냥 넘어졌다고 적으면 된다고 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는 청구 서류의 사고 원인란과 응급실 초진차트를 대조하고, 어긋난 부분이 발견되면 단순 지급 거절로 끝내지 않고 수사기관에 보험사기로 통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바로 이런 사안, 즉 전동킥보드 사고를 단순히 ‘넘어져서 다침’이라고 적어 보험금을 청구한 사건에서 사고 원인을 허위로 기재한 청구는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약관상 면책이 되는지 여부와 별개로 허위 기재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취지입니다.
아래에서는 킥보드 사고를 ‘그냥 넘어졌다’고 적어 보험금을 청구하면 왜 보험사기가 될 수 있는지, 처벌 수위는 어떠한지, 이미 청구했거나 청구를 앞둔 경우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보험사기는 사고 자체가 아니라 ‘원인’을 속이는 경우에도 성립합니다
다친 것이 사실이어도 사고의 원인이나 내용을 속였다면 보험사기행위에 해당합니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2조 제1호는 보험사기행위를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 또는 내용에 관하여 보험자를 기망하여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사고를 통째로 꾸며내는 경우만이 아니라, 실제 사고가 있었더라도 ‘원인’이나 ‘내용’을 속였다면 여기에 들어갑니다.
많은 분이 “나는 실제로 다쳤으니 가짜 사고를 낸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하시지만, 법이 보는 지점은 다릅니다. 보험사는 사고 원인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할지 말지, 얼마를 지급할지를 판단합니다. 그렇다면 킥보드를 타다 다친 사고를 평지에서 걷다 넘어진 사고처럼 바꿔 적는 것은 보험금 지급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바꾸는 행위입니다.
또한 이 규정은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를 기준으로 하므로, 서류를 접수한 시점부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돈을 받지 못했더라도 청구 단계의 기망이 있었다면 미수범 처벌 규정이 문제됩니다.
실제로 다쳤다는 사실이 사고 원인을 바꿔 적은 행위까지 정당화해주지는 않습니다.
2. ‘그냥 넘어졌다’는 한 줄이 기망행위로 평가된 대법원 판결이 있습니다
킥보드 사고를 ‘넘어져서 다침’으로 적고 초진차트를 빼고 청구한 행위를 법원은 사기로 보았습니다.
대법원이 다룬 사건은 이렇습니다. 보험계약자의 가족이 전동킥보드를 타다 넘어져 요골 골절상을 입었는데, 해당 보험의 약관상 이륜자동차 운전 중 사고는 보험금 지급이 제한되고 계속 사용하게 되면 보험사에 알려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청구서에는 상해 발생 원인을 단순히 ‘넘어져서 다침’이라고 적고, 킥보드 사고임이 드러나는 응급 초진차트는 일부러 빼고 제출해 입원의료비 등 약 270만원을 받았습니다.
1·2심 판단이 갈렸지만 대법원은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기망행위를 수단으로 한 권리행사의 경우 그 권리행사에 속하는 행위와 수단에 속하는 기망행위를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그와 같은 기망행위가 사회통념상 권리행사의 수단으로서 용인할 수 없는 정도라면 권리행사에 속하는 행위는 사기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4도11951 판결).
이 판결에서 눈여겨볼 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청구액이 약 270만원 정도의 소액이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사고 원인란을 허위로 적은 데서 그치지 않고 초진차트를 일부러 누락시킨 정황이 함께 평가되었다는 점입니다. 실무에서도 사고 원인란의 기재와 병원 기록이 서로 어긋나는지가 가장 먼저 대조되는 부분입니다.
소액이라도, 사고 원인을 바꿔 적고 불리한 기록을 빼고 낸 청구는 용인될 수 없는 기망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3. “약관 설명을 못 들었다”, “어차피 받을 돈이었다”는 항변은 쉽게 통하지 않습니다
보험금을 받을 권리가 있었는지와 청구 과정에서 속였는지는 따로 판단됩니다.
가장 흔한 항변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보험사가 킥보드가 면책이라고 설명해준 적이 없으니 어차피 받을 수 있는 돈이었다”는 주장이고, 둘째는 “내 보험료를 냈으니 내가 받을 돈을 청구한 것뿐”이라는 주장입니다.
상법 제638조의3은 보험자에게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할 의무를 지우고 있어, 설명 없이 체결된 면책 조항은 보험금 거절의 근거로 쓰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보험사가 전동킥보드 운전 중 사고는 지급하지 않는다는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즉 지급의무가 있었는지 여부와 청구 과정의 기망은 별개로 평가됩니다.
또한 이와 비슷하게 중요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도 기망이 될 수 있습니다.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허위표시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6905 판결).
사고 원인이 킥보드인지 여부는 보험금 지급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이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바꿔 적은 경우는 물론 물어보는데도 사실대로 답하지 않은 경우에도 기망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상법 제657조가 정한 보험사고 발생 통지의무와 사고 경위 확인 단계에서의 답변도 이런 관점에서 신중해야 합니다.
지급받을 권리가 있었는지는 보험사와 따질 문제이고, 그 과정에서 사실을 속였는지는 형사 문제로 따로 심사됩니다.
4. 처벌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으로 가중되고, 청구만 해도 미수로 문제됩니다
10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이며, 징역과 벌금을 함께 선고할 수도 있습니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8조 제1항은 보험사기행위로 보험금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징역형과 벌금형을 병과할 수도 있습니다. 형법상 사기죄(제347조)와 별도로 보험사기에 특화된 처벌 규정이 적용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더해 제9조는 상습으로 보험사기죄를 범한 경우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고, 제10조는 미수범도 처벌합니다. 킥보드 사고를 ‘넘어졌다’고 적어 한 번 청구한 것이 아니라 여러 번의 청구가 반복되었다면 상습성이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청구 금액이 크지 않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특별법에는 금액에 따른 처벌 하한 규정이 없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 규모의 청구도 보험사기죄로 입건될 수 있습니다. 다만 초범인지, 편취액이 얼마인지, 전액 반환했는지, 가담 정도가 어떠한지는 양형 단계에서 중요하게 참작됩니다. 설계사나 가족이 가담했다면 그 사람들도 공범으로 함께 조사받을 수 있습니다.
5. 의심을 받을 때 수사는 이렇게 진행되고, 먼저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청구서·초진차트·사고 경위 진술이 일치하는지가 사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보험사기 사건은 통상 ①보험사의 자체 조사(사고 경위 확인, 병원 기록 대조) → ②금융감독원 또는 수사기관 통보·고소 → ③경찰 조사(수원 지역 거주자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 ④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⑤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이어집니다. 보험사 조사 단계에서 한 진술이 이후 수사 기록에 그대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청구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청구한 뒤 보험사의 연락을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입한 보험 약관에서 이륜자동차·전동킥보드 관련 면책 조항과 통지의무 조항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이미 제출한 청구서의 사고 원인란과 병원 초진차트·진료기록, 119·경찰 신고 기록이 서로 일치하는지 대조합니다.
보험금을 이미 수령했다면 수령 시점·금액·누가 청구서를 작성했는지를 정리하고, 보험사에 어떤 진술을 했는지 기억나는 대로 기록합니다.
이렇게 자료를 정리한 뒤 사실대로 정정하고 반환하는 방안이나 수사 단계에서의 대응 방향을 변호사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이미 접수된 청구를 바로잡는 것은 사안에 따라 양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정정할지에 따라 오히려 불리해질 수도 있습니다.
마치며
킥보드 사고 후 보험금 문제는 “이 정도는 다들 한다더라”는 주변의 말 때문에 초기 판단이 어긋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번 접수된 청구서와 진술은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 작성하는 단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보험금을 청구하려는 입장에서는 약관상 지급이 제한되는 사고라고 하더라도 사실대로 청구하고 지급 여부를 다투는 길이 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이나 약관 해석을 통해 지급을 받을 가능성도 열려 있으므로, 사고 원인을 바꾸는 것보다 약관 쟁점을 정리하는 쪽이 훨씬 안전합니다.
반대로 이미 허위로 청구했거나 의심을 받는 입장에서도 “실제로 다쳤다”는 사정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어떤 기록이 이미 보험사에 넘어갔는지, 진술이 어떻게 이어졌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보험금과 관련된 사기 사건에서 청구한 쪽과 의심을 받는 쪽을 모두 상담해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기록을 정리하고 진술 방향을 정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진술과 서류를 더 쌓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실제로 다쳤고 치료비도 실제로 들었는데도 보험사기가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보험사고의 발생뿐 아니라 원인 또는 내용에 관해 보험자를 기망한 경우도 보험사기행위로 봅니다. 사고 원인을 바꿔 적었다면 상처가 진짜인지와 별개로 문제가 됩니다.
Q. 보험사가 킥보드는 지급 제외라고 설명해준 적이 없는데도 그런가요?
A. 설명의무 위반은 보험금 지급 분쟁에서는 유리한 사정이지만, 허위 기재의 기망 여부와는 별개로 판단됩니다. 대법원도 설명의무 미이행으로 지급의무를 부담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Q. 청구 금액이 몇십만 원이면 문제 삼지 않지 않나요?
A. 특별법에는 금액 하한이 없습니다. 실제 판단 사건도 약 270만원 규모였습니다. 다만 편취액과 반환 여부는 양형에서 중요하게 참작됩니다.
Q. 아직 보험금을 받지 못했는데 청구서만 냈어도 처벌되나요?
A. 특별법 제10조가 미수범을 처벌하므로 청구 단계의 기망만으로도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미수와 기수는 양형에서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Q. 보험설계사가 그렇게 적으라고 해서 따랐는데 저도 책임이 있나요?
A. 설계사의 권유가 있었더라도 청구서에 서명하고 보험금을 받는 당사자는 공범으로 조사받을 수 있습니다. 설계사의 관여 정도와 본인의 인식 여부가 쟁점이 됩니다.
Q. 이미 청구했는데 보험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답변하기 전에 제출 서류와 병원 기록부터 대조하세요. 보험사 조사 단계의 진술이 이후 수사 기록에 쓰일 수 있어, 첫 진술 전에 변호사와 방향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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