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고령이 되면서 형에게 30억 원 상당의 상가건물을 증여했습니다. 당시에는 형이 아버지를 모시면서 생활비와 병원비 등을 책임지는 조건이었습니다.
형은 몇 년간 아버지와 함께 살았지만 건강이 악화되자 아버지와 상의한 뒤 전문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요양원에 모셨습니다. 이후에도 요양원비와 병원비는 형이 부담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다른 형제들이 '평생 모시는 조건으로 건물을 받았는데 결국 요양원에 보냈으니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 아니냐'고 합니다. 이 경우 형은 증여받은 건물을 돌려줘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부모님이 요양원에 입소했다는 사실만으로 부양조건을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건물을 증여하면서 어떤 내용의 부양의무를 약속했는지, 그리고 요양원 입소가 그 약속을 위반한 것인지입니다.

『부모님을 부양하는 조건으로 건물을 받았다면 일반적인 증여와 다를까요?』
단순히 재산만 무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수증자에게 일정한 의무까지 부담시켰다면 '부담부증여' 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장남에게 건물을 증여하면서 단순히 "앞으로 잘 살아라"라고 한 것과, "이 건물을 주는 대신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생활비와 병원비를 부담하고 나를 부양해라"라고 약정한 것은 법적으로 구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법 제561조는 상대부담 있는 증여에 대하여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민법 제561조).

따라서 실제 분쟁에서는 건물을 증여했다는 사실만큼이나 장남이 무엇을 해주기로 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아버지와 합의해서 요양원에 입소했다면 약속을 어긴 걸까요?』
부양약정이 있었다고 해서 반드시 부모님과 한집에서 직접 생활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실제 약정에서 정한 '부양'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번 사례에서는 형이 일방적으로 아버지를 요양원에 입소시킨 것이 아닙니다.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집에서 돌보는 것보다 전문적인 요양과 간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아버지와 상의하여 입소를 결정했습니다.
게다가 입소 이후에도 형이 요양원비와 병원비를 계속 부담했다면 단순히 거주 장소가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부양을 중단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법원도 어머니의 요양원 생활만으로 피고의 부양의무 불이행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0. 1. 21. 선고 2019가단212055 판결).
반면 증여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요양원에 입소시키고 면회까지 제한한 경우에는 부양의무 불이행이 인정된 사례도 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14. 1. 21. 선고 2013가단212734 판결).
요양원에 입소한 경위, 요양원에 입소할때 증여자와 상의했는지, 다른 가족들의 태도, 요양원에 입소후에 비용 부담과 돌봄이 계속되었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면 증여 당시 "장남이 아버지와 함께 거주하면서 직접 모신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약정되어 있었다면, 단순히 요양원에 입소하게 된 것이 위 약속을 본질적으로 위반한 것이 아니라 증여자를 더 잘 보살피기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결국 요양원 입소 여부 자체보다 당시 약정한 부양의 구체적인 내용과 실제 이행 여부가 핵심입니다.
『요양원비와 병원비를 계속 부담한 자료』
실제로 부양의무를 이행했는지를 판단할 때는 단순한 말보다는 객관적인 돌봄의 경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사례처럼 형이 요양원 입소 이후에도 매달 요양원비를 지급하고 병원비와 생활비 등을 부담하고 자주 방문하여 부친을 살펴보았다면 이는 부양의무를 계속 이행했다는 주장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요양원 입소 후 모든 비용을 아버지 본인의 재산으로 지급하면서 형은 사실상 아무런 경제적·생활상 지원을 하지 않았다면 사실관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FAQ
Q1. 부양조건을 말로만 약속했어도 인정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서면이 없더라도 당시 대화나 확인서, 실제 부양 경위 등 여러 사정을 통해 부양약정이 있었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대전지방법원 2026. 6. 25. 선고 2025가단207304 판결).
그러나 서면, 또는 녹음이 없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입증은 쉽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Q2. 부양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 이미 증여한 건물도 돌려받을 수 있나요?
부담부증여에서 약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요구한 뒤에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561조, 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다43358 판결).
다만 이미 약속한 부양의무를 이행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약정 내용과 실제 이행 정도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글: 상속전문변호사 박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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