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건으로 압수된 휴대폰·현금·차량은 '사건이 끝나야' 돌려받는 것이 아닙니다. 수사 단계마다 환부·가환부를 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따로 있고, 무엇이 몰수 대상인지도 물건마다 다릅니다. 압수 당일부터 판결 확정 뒤까지, 시점별로 할 수 있는 일을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압수수색을 당한 분들이 사건 자체 다음으로 많이 묻는 것이 "휴대폰은 언제 돌려받나요"입니다. 업무용 연락처, 금융 앱, 가족 사진이 전부 그 안에 있으니 당연한 질문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재판 끝나면 주겠지' 하고 기다리기만 합니다. 실제로는 압수물마다 돌려받을 수 있는 시점과 방법이 법에 따로 정해져 있고, 청구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이 먼저 돌려주는 일은 드뭅니다.
먼저 결론: 돌려받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마약 자체와 거래 수익금, 거래에 직접 쓴 자금·운반수단은 몰수가 원칙이고, 그 밖의 물건은 '증거로 더 붙잡아 둘 필요가 있는지'에 따라 환부·가환부 여부가 갈립니다. 휴대폰은 중간 지대에 있습니다.
마약류관리법은 다른 범죄와 달리 몰수를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한다'고 정해 둔 필요적 몰수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몰수) 이 법에 규정된 죄에 제공한 마약류·임시마약류 및 시설·장비·자금 또는 운반 수단과 그로 인한 수익금은 몰수한다. 다만, 이를 몰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물건은 형법 제48조의 임의적 몰수 영역으로 넘어옵니다. 법원이 범죄와의 관련성, 물건의 가치, 범행에서 차지한 비중을 따져 몰수할지 돌려줄지를 정합니다.
형법 제48조(몰수의 대상과 추징) ① 범인 외의 자의 소유에 속하지 아니하거나 범죄 후 범인 외의 자가 사정을 알면서 취득한 다음 각 호의 물건은 전부 또는 일부를 몰수할 수 있다. 1. 범죄행위에 제공하였거나 제공하려고 한 물건 2.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겼거나 취득한 물건 3. 제1호 또는 제2호의 대가로 취득한 물건
이 두 조문이 이 글 전체의 뼈대입니다. 아래부터는 시간 순서대로 따라갑니다.
1단계. 압수 당일 — 돌려받기 위한 준비는 이때 시작됩니다
압수 현장에서 챙겨야 할 것은 압수목록 사본과 '누구 소유인지'의 기록입니다. 이 두 가지가 없으면 나중에 환부를 청구할 때 내 물건이라는 입증부터 막힙니다.
수사기관은 압수한 물건의 목록을 작성해 소유자·소지자에게 교부해야 합니다. 목록에 휴대폰 기종, 현금 액수, 차량번호가 정확히 적혔는지 그 자리에서 확인하고, 틀린 부분은 정정을 요구하세요.
현금은 특히 액수와 보관 상태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서랍에 있던 현금 300만 원"과 "마약 판매 대금으로 보관하던 현금"은 같은 돈이라도 몰수 여부가 완전히 다릅니다. 어디서 어떻게 생긴 돈인지 설명할 자료(급여 입금 내역, 인출 기록)를 미리 모아 두세요.
휴대폰처럼 전자정보가 담긴 물건은 법이 압수 방법을 따로 정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106조(압수) 제3항 법원은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인 경우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아야 한다. 다만,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정보저장매체등을 압수할 수 있다.
즉 원칙은 '필요한 정보만 복제'이고, 기기 자체를 가져가는 것은 예외입니다. 현장에서 기기를 통째로 가져갔다면, 이 예외 사유가 있었는지가 나중에 가환부를 요구할 때 근거가 됩니다.
이 단계에서 하지 말아야 할 일
휴대폰을 넘겨주기 직전에 초기화하거나 대화방을 지우는 것입니다. 증거인멸 문제가 따로 생길 뿐 아니라, 포렌식으로 삭제 흔적까지 복구되면 "지울 것이 있었다"는 정황이 되어 환부는 더 멀어집니다.
2단계. 포렌식 기간 — '사본 확보'가 끝나면 청구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휴대폰의 전자정보를 복제(이미징)해 사본을 확보했다면, 기기 자체는 더 붙잡아 둘 이유가 줄어듭니다. 이때부터 가환부 청구의 실익이 생깁니다.
포렌식은 기기를 통째로 복제한 뒤 그 사본에서 혐의와 관련된 정보를 골라내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실무에서는 접수량에 따라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이 걸립니다.
이 과정에서 피압수자는 전자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참여 기회를 보장하지 않고 혐의와 무관한 정보까지 뒤진 경우 그 증거의 능력을 부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참여권은 두 가지 면에서 돌려받기와 연결됩니다. 첫째, 어떤 정보가 복제됐는지 알 수 있어 "사본 확보가 끝났으니 기기는 돌려 달라"고 말할 시점을 잡을 수 있습니다. 둘째, 사건과 무관한 정보(가족 사진, 업무 자료)는 삭제·폐기를 요구할 근거가 됩니다.
이 단계의 할 일
포렌식 일정과 참여 가능 여부를 담당 수사관에게 서면(문자·메일 포함)으로 문의해 기록을 남깁니다.
사본 확보가 끝났다는 답을 들으면 바로 압수물 가환부 신청서를 제출합니다. 소유 증명(개통 서류, 구매 영수증)과 계속 사용해야 할 사정(업무용, 가족 연락, 금융 인증)을 함께 적습니다.
현금·차량은 범죄와 무관하다는 자료(소득 증빙, 차량 사용 내역)를 붙여 환부를 청구합니다.
3단계. 송치·검찰 단계 — 거부당하면 법원에 바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기소 전이라도 환부·가환부를 청구할 권리가 법에 명시돼 있고, 검사가 거부하면 법원에 결정을 구할 수 있습니다. "재판 가서 얘기하라"는 답은 법적으로 끝이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218조의2(압수물의 환부, 가환부) ① 검사는 사본을 확보한 경우 등 압수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압수물 및 증거에 사용할 압수물에 대하여 공소제기 전이라도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 또는 제출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환부 또는 가환부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청구에 대하여 검사가 이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신청인은 해당 검사의 소속 검찰청에 대응한 법원에 압수물의 환부 또는 가환부 결정을 청구할 수 있다.
조문을 뜯어 보면 세 가지가 보입니다. '사본을 확보한 경우'가 환부 사유의 대표 예시로 적혀 있다는 것, 청구권자에 소유자뿐 아니라 소지자·보관자·제출인까지 포함된다는 것, 그리고 검사의 거부가 끝이 아니라 법원 결정 청구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경찰 단계에서도 같은 규정이 준용됩니다. 다만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처리하므로, 경찰이 "검찰에 물어봐야 한다"고 하는 것은 절차상 맞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청구 자체를 미룰 이유는 없습니다.
환부와 가환부는 어떻게 다른가
환부는 압수를 완전히 풀어 소유자에게 돌려주는 것이고, 가환부는 압수의 효력은 유지한 채 임시로 돌려주는 것입니다. 가환부를 받은 사람은 그 물건을 팔거나 버릴 수 없고,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요구하면 다시 제출해야 합니다.
휴대폰은 보통 '증거로 쓸 물건'에 해당하므로 환부보다 가환부가 현실적인 목표입니다. 사본이 확보됐다면 원본 기기를 재판에 낼 필요성은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신청서에는 "증거로서의 가치는 사본으로 충분히 보전된다"는 점을 분명히 적습니다.
이 단계에서 피해야 할 일
환부를 받기 위해 "휴대폰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식으로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는 것입니다. 포렌식 결과와 어긋나면 진술 신빙성 전체가 흔들리고, 양형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돌려받기 위한 주장은 '증거 보전은 끝났다'는 절차 쪽에 두어야지, 사실관계를 꾸미는 쪽으로 가면 안 됩니다.
4단계. 재판 중 — 몰수 구형을 다투는 자리입니다
기소 뒤에는 법원이 환부·가환부의 주체가 되고, 동시에 검사가 몰수를 구형하는 물건을 두고 '몰수 대상이 아니다' 또는 '몰수는 지나치다'고 다투는 단계가 됩니다.
형사소송법 제133조(압수물의 환부, 가환부) ① 압수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압수물은 피고사건 종결 전이라도 결정으로 환부하여야 하고 증거에 공할 압수물은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 또는 제출인의 청구에 의하여 가환부할 수 있다. ② 증거에만 공할 목적으로 압수한 물건으로서 그 소유자 또는 소지자가 계속 사용하여야 할 물건은 사진촬영 기타 원형보존의 조치를 취하고 신속히 가환부하여야 한다.
제2항이 중요합니다. 증거로만 쓸 물건이면서 소유자가 계속 써야 하는 물건은 사진 촬영 등으로 원형을 남기고 '신속히' 가환부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업무용 휴대폰, 영업용 차량이 전형적인 예입니다.
휴대폰 몰수, 어디까지 인정되나
텔레그램으로 마약을 사고판 휴대폰은 '범죄행위에 제공한 물건'으로 몰수될 수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몰수도 비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봅니다. 범죄에 쓰인 정도, 물건의 가치, 범행에서 차지한 비중을 종합해 몰수가 지나치면 위법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결과가 갈립니다. 판매자가 거래 수단으로 상시 사용한 휴대폰은 몰수되는 경우가 많고, 단순 투약자가 한두 번 구매 연락에 썼을 뿐인 휴대폰은 몰수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다툴 여지가 큽니다. '제공했다'는 것과 '주된 도구였다'는 것은 다르다는 점을 변론에서 분리해 주장해야 합니다.
현금과 차량
마약 판매 대금임이 입증된 현금은 마약류관리법 제67조의 '수익금'으로 필요적 몰수 대상입니다. 반대로 투약자가 소지하던 현금은 그 출처가 범죄와 연결되지 않는 한 몰수 근거가 없어 환부 대상입니다. 매수 대금으로 준비해 둔 돈은 '제공하려고 한 자금'으로 몰수될 수 있어 경계선에 있습니다.
차량은 마약을 '운반'하는 데 썼는지가 기준입니다. 운반 수단으로 쓰였다면 필요적 몰수이고, 단지 차 안에서 투약했을 뿐이라면 운반 수단이라 보기 어려워 다툴 수 있습니다. 투약 후 운전은 별도의 약물운전 문제가 되지만, 그것이 곧 차량 몰수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 명의 물건이라면
형법 제48조는 '범인 외의 자의 소유에 속하지 아니하는' 물건을 몰수 대상으로 정합니다. 부모 명의 차량, 배우자 명의로 개통된 휴대폰처럼 제3자 소유 물건은 그 사람이 범행 사정을 알면서 취득한 경우가 아닌 한 몰수할 수 없습니다. 소유자인 가족이 직접 환부를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투약한 마약은 어떻게 되나
이미 소비해 몰수할 수 없는 마약류는 그 가액을 추징합니다. 추징금 계산 방식은 별도 주제이므로 여기서는 '몰수할 물건이 없으면 돈으로 대신 거둔다'는 원리만 기억하면 됩니다.
5단계. 선고·확정 후 — 몰수 선고가 없으면 압수는 풀립니다
판결에서 몰수가 선고되지 않은 압수물은 압수가 해제된 것으로 간주되어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찾아가지 않으면 공고 후 3개월 뒤 국고로 귀속됩니다.
형사소송법 제332조(압수물의 환부) 압수한 서류 또는 물품에 대하여 몰수의 선고가 없는 때에는 압수를 해제한 것으로 간주한다.
판결문 주문에 "압수된 증 제○호를 몰수한다"는 문구가 있는 물건은 국고에 귀속되고, 그 문구가 없는 물건은 환부 대상입니다. 판결문을 받으면 주문에서 몰수 목록부터 확인하세요.
실제 수령은 판결 확정 후 검찰청 압수물 담당 부서에서 이루어집니다. 환부 통지가 오면 신분증과 통지서를 지참해 찾아가면 되고, 본인이 구속 중이라면 위임장을 갖춘 가족이 대신 받을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86조(환부불능과 공고) ① 압수물의 환부를 받을 자의 소재가 불명하거나 기타 사유로 인하여 환부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검사는 그 사유를 관보에 공고하여야 한다. ② 공고한 후 3월 이내에 환부의 청구가 없는 때에는 그 물건은 국고에 귀속한다.
수감 중이거나 주소가 바뀌어 통지를 받지 못하면 이 조항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교도소에 있는 동안 가족이 대신 챙겨야 하는 대표적인 일입니다.
돌려받은 휴대폰의 데이터
기기를 돌려받았다고 수사기관이 복제한 사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건과 무관한 전자정보는 삭제·폐기를 요구할 수 있고, 수사기관이 보관하는 사본은 사건 기록과 함께 관리됩니다. 포렌식 과정에서 참여권을 행사해 두었다면 어떤 정보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기도 쉽습니다.
물건별로 한눈에 정리하면
같은 압수물이라도 '무엇에 쓰였는가'와 '누구 소유인가'가 결과를 가릅니다.
마약류 자체: 필요적 몰수. 소비해 없으면 가액 추징.
판매 대금·수익금: 필요적 몰수. 계좌 잔액도 입증되면 추징 대상.
투약자가 소지한 생활비 현금: 출처 소명되면 환부. 압수 당일부터 자료를 모아 둘 것.
매수 자금으로 준비한 현금: '제공하려 한 자금'으로 몰수 가능. 경계선.
거래에 상시 사용한 휴대폰: 몰수 가능하나 비례원칙으로 다툴 수 있음. 사본 확보 후 가환부 청구.
단순 투약자의 휴대폰: 가환부 가능성 높음. 제133조 제2항 '계속 사용하여야 할 물건' 주장.
운반에 쓴 차량: 필요적 몰수. 가족 명의면 소유자가 직접 환부 청구.
투약 장소로만 쓰인 차량: 운반 수단 아님을 다퉈 환부 가능.
저울·지퍼백 등 도구: 범죄 제공 물건으로 몰수되는 것이 보통.
자주 묻는 질문
가환부 신청서는 어디에 내나요?
기소 전이면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서 또는 검찰청에, 기소 후면 재판을 맡은 법원에 냅니다. 정해진 양식이 없어도 압수물 특정, 소유 관계, 계속 사용해야 할 사정, 사본 확보 여부를 적으면 됩니다.
거부당하면 얼마나 더 걸리나요?
기소 전 검사의 거부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218조의2에 따라 법원에 결정을 청구할 수 있고, 압수물 환부에 관한 수사기관의 처분 일반에 대해서는 같은 법 제417조의 준항고도 가능합니다. 법원이 서면으로 판단하므로 통상 몇 주 단위로 결론이 납니다.
돌려받으면 다시 압수될 수도 있나요?
가환부는 압수 효력이 남아 있으므로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요구하면 다시 제출해야 합니다. 환부는 압수가 완전히 해제된 것이어서, 새로운 혐의로 별도의 영장이 발부되지 않는 한 다시 가져갈 수 없습니다.
마치며
압수물은 기다린다고 돌아오지 않습니다. 압수 당일 목록을 확인하고, 사본 확보 시점에 가환부를 청구하고, 재판에서 몰수의 범위를 다투고, 판결 주문에서 몰수 목록을 확인하는 것이 각 단계에서 해야 할 일입니다.
특히 휴대폰은 사건의 증거이자 생활의 도구라는 이중의 성격 때문에 수사기관도 쉽게 내주지 않습니다. 돌려받기 위한 주장은 사실을 꾸미는 쪽이 아니라 '증거 보전은 이미 끝났다'는 절차 쪽에 두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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