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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범죄단지에 감금돼 사기를 했는데도 처벌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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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범죄단지에 감금돼 사기를 했는데도 처벌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동남아 지역 범죄단지에 취업을 빙자해 끌려갔다가 가까스로 귀국한 뒤, 현지에서 했던 일 때문에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나도 감금당해 있던 피해자인데 설마 처벌받겠느냐”, “시키는 대로 안 하면 맞았으니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으로 귀국하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경찰에서 연락이 오면 “피해자라더니 왜 피의자냐”는 상황에 놀라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막막해하십니다. 해외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 본인도 피해자라는 점이 곧바로 면책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수사기관과 법원은 범죄단지 사건에서 가담자 개개인이 어떤 경위로 들어와 어떤 행위를 어느 정도 강제당했는지를 행위별로 가려 판단하고 있습니다. 감금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전부 무죄가 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피해자였다는 사정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해외 범죄단지에서 사기에 가담한 경우 어떤 법리로 처벌 여부가 갈리는지, 그리고 귀국 후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해외에서 벌어진 사기라도 내국인이면 국내 형법이 적용됩니다

범행 장소가 외국이라는 사정은 처벌의 장벽이 되지 못합니다.

형법 제3조는 “본법은 대한민국영역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한국 국적자가 캄보디아나 미얀마 같은 외국의 범죄단지 안에서 사기를 했더라도, 우리 형법이 그대로 적용되어 국내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국내 법원이 재판할 수 있습니다.

적용될 수 있는 죄명은 대표적으로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로,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면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로맨스스캠, 투자리딩방, 보이스피싱처럼 전기통신을 이용한 금융사기라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자산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15조의2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범죄수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이 정해져 있고, 병과도 가능하며 미수범도 처벌됩니다.

피해자가 한국인이고 피해금이 국내 계좌로 들어왔다면 수사기관이 증거를 확보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현지에서 이미 단속이나 추방을 당했더라도 그것과 별개로 국내 수사는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계셔야 합니다.

범행이 외국에서 이루어졌더라도, 한국 국적자라면 국내 형법에 따라 사기죄 등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2. 감금되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형법상 면책이 되지는 않습니다

면책은 ‘강요된 행위’의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는 개별 행위에 한해서 인정됩니다.

가장 먼저 검토하는 조문은 형법 제12조 강요된 행위입니다.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형법 제12조).

이 조문의 요건은 매우 엄격합니다. 폭력은 저항할 수 없는 정도여야 하고, 협박은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를 내용으로 하면서 방어할 방법이 없는 것이어야 합니다. 여권을 빼앗겼다거나 빚을 갚아야 한다는 압박, 실적을 못 채우면 벌금이나 감봉이 있다는 정도의 불이익은 그 자체로는 이 요건에 못 미칠 수 있습니다.

반면 실적을 못 채울 때마다 구타나 전기충격을 당했고, 탈출을 시도한 동료가 폭행당하거나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으며, 무장 경비가 상시 배치된 건물에서 외부와의 연락이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사기 행위가 그 폭행·협박에 의해 강요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생깁니다.

중요한 점은 판단 단위가 ‘범죄단지에 있었던 기간 전체’가 아니라 ‘개별 행위’라는 것입니다. 입소 초기에 강제로 시킨 일과, 시간이 지나 적응한 뒤 스스로 실적을 올리려고 한 일은 따로 평가됩니다.

감금과 폭행의 정도, 그리고 그 행위가 그 강제에 의해 이루어졌는지가 형법 제12조 적용의 핵심입니다.


3. 사기의 고의가 없었거나 가담의 정도가 약하다면 별도로 다툴 수 있습니다

취업사기로 끌려온 경위와 가담 시점에 따라 고의 인정 여부가 갈립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을 속인다는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해외 고수익 일자리라는 채용공고를 보고 출국했고, 도착해서야 불법적인 일임을 알게 된 경우라면 입국 초기의 행위에 대해서는 기망의 고의를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 이후에도 계속 가담했다면 그때부터는 고의가 인정될 위험이 커집니다.

또 하나의 쟁점은 공동정범입니다. 형법 제30조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대본을 만들거나 계좌를 관리하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역할만 맡았더라도, 조직 전체의 사기 범행에 역할을 나눠 맡았다면 피해 전체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청소·식사 준비처럼 사기와 직접 관련 없는 일만 했다면 가담 정도는 크게 달라집니다.

범죄단체에 해당하는지도 쟁점이 됩니다. 형법 제114조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하거나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을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되,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조직의 일원으로 정착해 활동한 정황이 있다면 사기죄 외에 이 조항까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 밖에 형법 제22조의 긴급피난, 제16조의 법률의 착오처럼 위법성이나 책임을 다투는 조항이 있지만 인정 범위는 좁습니다. 결국 어떤 사정을 어떤 법리로 주장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끌려온 경위, 가담 시점, 맡은 역할의 성격에 따라 고의와 공동정범 성립 여부를 각각 따져야 합니다.


4. 인신매매 피해자로 인정되면 양형과 처분에서 크게 달라집니다

피해자 지위를 입증하는 자료의 유무가 수사 단계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형법 제289조 제3항은 노동력 착취를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한 사람을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고, 제4항은 국외에 이송할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하거나 매매된 사람을 국외로 이송한 사람도 같은 형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취업을 빙자해 사람을 해외로 데려가 범죄에 동원하는 구조는 바로 이 인신매매 범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가담자 중 일부는 가해자인 동시에 인신매매의 피해자입니다. 수사기관이 피해자 지위를 인정하면 처벌 여부 판단이나 양형에서 참작되고, 기소 단계에서도 달리 평가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 지위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얼마나 갖추느냐가 중요해집니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 자료는 구체적입니다. 처음 연락을 받은 채용공고 화면, 모집책과 나눈 메신저 대화, 항공권과 출입국 기록, 여권을 압수당한 경위, 폭행·구금을 당한 흔적을 담은 진단서나 사진, 대사관·영사관에 구조를 요청한 기록, 탈출 과정을 도운 사람의 진술 등입니다. 반대로 성과급이나 수당을 받았는지, 직급이 올랐는지, 후배를 교육한 적이 있는지는 불리한 사정으로 읽힙니다.

이 때문에 같은 단지에 있었더라도 어떤 분은 피해자로, 어떤 분은 피의자로 다뤄집니다. 본인이 ‘피해자’라고 느낀다는 것과 수사기관이 피해자로 인정하는 것은 별개이므로, 자료로 이를 입증해야 합니다.


5. 귀국 후 수사는 이런 순서로 진행되고 초기 진술이 중요합니다

첫 조사에서의 진술이 이후 피해자 인정과 처벌 수위의 기준선이 됩니다.

범죄단지 가담 사건은 통상 ①귀국 직후 공항에서의 확인 또는 출석요구(관할이 수원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 ②피의자 조사와 압수수색·계좌 추적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피해금 규모가 크거나 다수 피해자가 있는 사건은 체포나 구속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처음 조사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만 답하면 수사기관은 이를 책임 회피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어떤 경위로 출국했는지, 언제 불법적인 일임을 알았는지, 어떤 행위를 누구의 어떤 강제 때문에 했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증거와 함께 말씀하셔야 합니다. 아래 순서로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1. 출국 경위를 보여주는 채용공고·대화 기록·항공권 등을 먼저 확보하고, 휴대전화 데이터는 삭제하지 말고 그대로 보존합니다.

  2. 현지에서 겪은 폭행·감금·여권 압수 등을 날짜별로 정리하고, 진단서와 대사관·영사관 구조 요청 기록을 모읍니다.

  3. 현지에서 맡았던 역할과 받은 금전을 숨김없이 정리해, 어디까지가 강제된 행위이고 어디부터가 스스로 한 행위인지 변호인과 구분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건 초기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다면, 피해자 지위 주장과 책임 범위 다툼을 일관되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범죄단지에서 돌아온 분들은 “내가 피해자인데 말해도 믿어줄까” 하는 두려움과 “괜히 말했다가 처벌받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 사이에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끌려가 강제로 일을 해야 했던 분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보다 출국 경위, 감금과 폭행의 실상, 강제된 행위와 그렇지 않은 행위를 구분해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래야 피해자 지위와 형법 제12조 등의 주장이 힘을 얻습니다.

반대로 조직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았다는 의심을 받는 분 입장에서도 사실을 감추면 오히려 불리해집니다. 어느 시점부터 어떤 행위에 얼마만큼 가담했는지를 정직하게 정리해야 책임의 범위를 정확히 다툴 수 있습니다.

저는 형사 사건에서 사기 혐의를 받는 분과 사기 피해를 입은 분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건의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첫 진술이 사건의 방향을 정하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감금되어 억지로 한 일인데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12조의 강요된 행위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방어할 방법 없는 생명·신체 협박이 있었던 경우에 한해 인정되고, 그 요건은 개별 행위별로 엄격하게 판단됩니다.

Q. 외국 경찰에 이미 조사받고 추방되었는데 한국에서 또 조사받나요?

A. 받을 수 있습니다. 형법 제3조에 따라 내국인의 국외범에는 우리 형법이 적용되므로, 현지 절차와 별개로 국내 수사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Q. 일이 불법인 줄 모르고 시작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나요?

A. 모르는 상태에서 한 초기 행위는 고의를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불법임을 알게 된 이후에도 계속 가담했다면 그 시점부터는 고의가 인정될 수 있어, 시점별로 나눠 정리해야 합니다.

Q. 제가 직접 속인 적은 없고 계좌 관리만 했는데도 책임이 있나요?

A. 있을 수 있습니다.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역할을 나누어 함께 범행한 경우 각자를 정범으로 처벌하므로, 직접 연락하지 않았더라도 조직적 사기의 일부를 맡았다면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Q. 인신매매 피해자로 인정받으면 처벌을 면하나요?

A. 자동으로 면책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피해 경위가 입증되면 처벌 여부 판단과 양형에서 크게 참작되므로 피해자 지위를 뒷받침하는 자료 확보가 중요합니다.

Q.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최초 진술이 피해자 지위와 책임 범위 판단의 기준선이 되고, 사건에 따라 체포·구속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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