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한 연대보증계약서와 20억 원 청구
의뢰인은 회사의 거래대금에 관해 연대보증계약서에 서명했다가, 채권자로부터 개인적으로 20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청구를 받았습니다.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큰 금액이었고, 이미 서명한 계약서를 두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처음 상담할 때는 적정한 금액으로 합의하는 방법도 생각했습니다. 연대보증계약서에 서명한 이상 책임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다만 합의를 결정하기 전에,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했는지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판례 조사에서 찾은 계약의 효력 문제
처음에는 회사 직원에게 과도한 연대보증 부담을 지우는 것이 부당하다는 점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정만으로 승소하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계약의 형식과 효력에 관한 문제를 다시 살폈습니다.
수많은 유사 사건 판례를 찾아보던 중, 이미 개정되어 시행 중이던 민법의 근보증 규정에서 다툴 방법을 찾았습니다. 계속 거래에서 생기는 여러 채무처럼 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채무를 보증하는 경우에는, 보증인이 부담할 최고액을 서면으로 정해야 한다는 규정입니다. 민법 제428조의3은 이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하지 않은 근보증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서에는 보증기한이 있었지만, 보증채무의 최고액은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최고액이 없다는 지적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이 계약이 그 규정이 적용되는 근보증에 해당한다는 점부터 법원에 설명해야 했습니다.
상대방 주장과 제가 반박한 근거
상대방은 연대보증계약 당시 이미 발생한 채무를 보증한 것이므로 근보증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의뢰인이 미지급액을 알고 있었다는 점도 내세웠습니다.
저는 연대보증계약서와 그 바탕이 된 거래계약을 함께 검토했습니다. 특정 금액과 지급시기가 정해진 채무 하나를 보증한 것인지, 계속되는 거래에서 지급기일을 넘긴 여러 채무를 포괄해 보증한 것인지를 구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계약 문구와 거래 구조를 근거로, 이 계약은 계속적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불확정한 여러 채무를 보증하는 근보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의뢰인이 당시 잔액을 알고 있었다는 사정과, 계약서에서 보증할 채무를 어떻게 정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도 반박했습니다.
보증기한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언제까지 보증하는지와 얼마까지 책임지는지는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판례에서 찾은 법리가 이 계약에 왜 적용되는지, 상대방의 주장으로 그 요건을 대신할 수 있는지를 차례로 논증했습니다.
원고 청구 전부 기각 의뢰인 승소 확정
법원은 이 연대보증계약을 근보증으로 판단했고, 보증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하지 않아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의뢰인에게 20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원고의 청구는 전부 기각되었고, 판결은 확정됐습니다.
보통 민사사건 선고에는 직접 출석하지 않지만, 이 사건에서는 의뢰인이 방청석에, 저는 피고석에 앉아 함께 선고를 들었습니다. 개인에게 매우 큰 부담이 걸린 사건이어서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연대보증 책임을 청구받았다면
이 사건에서 중요했던 것은 서명 여부만이 아니라, 어떤 채무를 보증했고 그 계약에 필요한 요건이 갖춰졌는지였습니다.
최고액이 없다는 이유로 모든 연대보증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증 대상이 이미 정해진 채무인지, 계속 거래에서 발생하는 채무인지, 계약 문구와 체결 시점이 어떠한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연대보증 책임을 청구받았다면 연대보증계약서와 거래계약서, 상대방의 청구자료를 함께 살펴 대응 방향을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