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친회·동문회·협회 같은 사단법인에서 이사가 모두 사퇴했거나 임기가 끝났는데 후임을 뽑지 못해 법인 업무가 멈추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이사가 정관에서 정한 인원에 미달해 이사회 결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거나, 대표권을 가진 이사장 자리가 비어 계약·등기·소송을 아무도 대표해서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총회를 열어 이사를 새로 뽑으면 되지만 내부 분쟁 때문에 총회 소집 자체가 막혀 있다면 길이 없어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민법 제63조가 정한 임시이사 선임 제도가 어떤 요건에서 작동하는지, 누가 어느 법원에 어떻게 청구하는지, 법원이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민법 제63조 — 임시이사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
민법 제57조는 법인은 이사를 두어야 한다고 정하고, 제58조 제1항은 이사가 법인의 사무를 집행한다고 정합니다. 사단법인에서 이사는 업무 집행, 대외 대표(제59조 제1항), 의사표시 수령의 창구입니다. 이사가 한 명도 없으면 법인은 법적으로 존재하지만 손발이 없는 상태가 되어 긴급한 계약 이행, 세금 신고, 소송 응소, 제3자의 최고·해지 통지 수령이 모두 막힙니다.
이 공백을 메우는 장치가 민법 제63조입니다. 이사가 없거나 결원이 있는 경우에 이로 인하여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 때에는 법원은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임시이사를 선임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대법원 2018. 11. 20.자 2018마5472 결정은 이 취지를 이사가 없는 사이 긴급한 사무를 처리하지 못하거나 의사표시를 수령하지 못해 법인이나 제3자에게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으므로, 법원이 임시이사를 선임해 임시로 이사 업무를 처리하게 하여 그 손해를 막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정리하면 임시이사는 법인을 대신해 영구적으로 운영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식 이사가 다시 선임될 때까지 공백을 메우는 임시 장치입니다. 그래서 청구가 받아들여져도 임시이사의 권한은 이 목적 범위 안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임시이사는 법인의 이사 공백으로 생기는 손해를 막기 위한 임시 장치이고, 정식 이사 선임을 대신하는 제도가 아니다.
선임 요건 ① — '이사가 없거나 결원이 있는 경우'의 범위
첫 번째 요건은 이사가 없거나 결원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위 2018마5472 결정에서 2009. 11. 19.자 2008마699 전원합의체 결정을 인용해, 여기서 이사가 없거나 결원이 있는 경우란 이사가 전혀 없거나 정관에서 정한 인원수에 부족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준은 법이 아니라 그 법인의 정관입니다. 정관에 이사를 5명으로 정했다면 4명만 남아도 결원이고, 정관에 이사 수의 범위(예: 5명 이상 15명 이내)만 있다면 그 하한 밑으로 떨어졌는지를 봅니다.
이사 수가 모자라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사망·사임·해임, 임기 만료 후 후임 미선임, 이사 선출 총회결의가 무효로 확정되어 이사 지위가 소급해 사라지는 경우 등입니다. 마지막 유형은 실제 분쟁에서 자주 보입니다. 2018마5472 사건도 이사장 선출 총회결의가 무효라는 판결이 확정되어 이사장과 부이사장의 자리가 비게 된 사안이었습니다.
이사가 전혀 없는 경우 — 전원 사퇴·사망 등으로 이사회 자체가 구성되지 않는 상태.
정관상 정원 미달 — 정관이 정한 이사 수(또는 하한)보다 적은 상태.
대표권이 있는 이사만 비어 있는 경우 — 일반 이사는 있어도 대표이사(이사장) 자리가 비어 법인을 대표할 사람이 없는 상태.
선출 결의 무효 확정 — 이사를 뽑은 총회결의가 무효로 확정되어 이사 지위가 사라진 상태.
선임 요건 ② — '손해가 생길 염려'는 어느 정도여야 하나
두 번째 요건은 이사 공백으로 인하여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를 통상의 이사 선임 절차에 따라 이사가 선임되기를 기다릴 때 법인이나 제3자에게 손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합니다. 막연히 이사가 모자란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정식 선임을 기다릴 수 없는 사정이 구체적으로 소명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법인 명의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의 잔금 기일이 다가왔는데 대표자가 없어 이행을 못 하는 경우, 법인을 상대로 한 소송이 제기되었는데 응소할 대표자가 없는 경우, 임대차 계약의 갱신 거절 통지를 받아줄 사람이 없는 경우, 기본재산 관련 행정청 신고기한이 임박한 경우가 전형적입니다. 반대로 총회를 소집하면 한 달 안에 후임 이사를 뽑을 수 있고 그 사이 급한 업무도 없다면, 법원은 임시이사까지 둘 필요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청구서에는 결원 사실과 함께 구체적으로 어떤 손해가 임박했는지를 적고 자료를 붙여야 합니다. 이 소명이 약하면 요건 단계에서 기각될 위험이 큽니다.
결원만으로는 부족하고, 통상의 선임 절차를 기다릴 수 없는 구체적 손해 우려가 소명되어야 한다.
누가 어느 법원에 청구하나 — 이해관계인·검사와 관할
청구권자는 이해관계인과 검사입니다(민법 제63조). 이해관계인은 법인의 구성원(사원), 남아 있는 이사·감사, 법인에 채권을 가진 거래 상대방, 법인을 상대로 소송이나 청구를 하려는 사람처럼 이사의 존재에 법률상 이해가 걸린 사람을 말합니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사실상의 관심만으로는 부족하고 법률상의 이해가 있어야 하므로, 신청서에 자신이 법인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밝혀야 합니다.
관할은 비송사건절차법 제33조 제1항이 정합니다. 임시이사의 선임은 법인의 주된 사무소 소재지 지방법원 합의부가 관할합니다. 단독판사가 아니라 합의부라는 점, 그리고 법인의 등기부상 주된 사무소가 기준이라는 점을 놓치면 관할 위반으로 이송 시간만 허비할 수 있습니다.
신청서에는 보통 법인 등기사항증명서, 정관, 이사의 사임·사망·임기 만료를 보여주는 자료, 이사회·총회 소집이 어려운 사정, 임박한 손해를 보여주는 계약서·소장·통지서 사본을 첨부합니다. 임시이사 후보를 제시하는 경우에는 후보자의 이력과 법인과의 이해관계 유무도 함께 설명하는 편이 좋습니다.
법원이 실제로 보는 것 — 총회로 해결할 수 있는지가 핵심
요건이 갖춰져 있어도 법원은 임시이사가 꼭 필요한지를 따로 따집니다. 2018마5472 결정은 대표권이 전속된 이사장 등이 없는 경우에 임시 이사장 선임이 필요한지를 판단하면서, 결원에 이르게 된 경위, 대표권 행사에 관한 정관 규정, 정관에서 정한 적법한 직무대행자의 존재 여부, 종전 대표자가 임기 만료 후에도 직무를 계속하는 것이 부적당한 사정이 있는지를 살핀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정관에서 정한 통상의 선임절차인 총회를 통해 법인이 스스로 결원을 해결할 수 있는지, 부재로 인해 법인 운영에 혼란이나 장해가 있는지도 종합하라고 했습니다.
실무에서 이 중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이 총회 자율 해결 가능성입니다. 정관상 직무대행 순서가 있어 부이사장이 직무를 대행할 수 있다면 임시이사 필요성이 줄어듭니다. 반대로 사원 간 대립이 극심해 총회를 열어도 결의 효력을 두고 다시 소송이 벌어질 것이 뻔하고, 임기 만료된 대표자가 직무를 계속하기엔 분쟁 경위상 부적당하다면 임시이사 선임 필요성이 높게 인정됩니다.
그 사건에서도 임기가 만료된 부이사장이 긴급사무처리 권한을 가질 여지가 있었지만, 법원은 분쟁 경과와 법인 규모를 고려해 임시 부이사장 선임이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공백이라는 사실보다 그 공백을 법인이 스스로 메울 수 있는지를 봅니다.
법원은 결원 사실 자체보다 법인이 총회 등 정관상 절차로 스스로 공백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대표권이 이사장에게만 있는 법인 — 일반 이사가 남아 있어도 청구할 수 있는 경우
이사가 여러 명 남아 있으니 임시이사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관 구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민법 제59조 제1항은 이사가 각자 법인을 대표한다고 하면서도 정관으로 달리 정할 수 있게 합니다. 정관에서 대표권을 이사장에게만 전속시키고 일반 이사에게는 대표권을 주지 않았다면, 이사장 자리가 비었을 때 일반 이사들이 있어도 이들이 법인을 대표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은 2018마5472 결정에서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정관이 대표 이사장과 일반 이사를 명백히 분리하고 이사장을 총회에서 직접 선출하도록 정한 경우, 일반 이사에게는 처음부터 대표권이 없으므로 이사장이 궐위되어도 일반 이사가 법인을 대표할 권한을 갖지 않습니다(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1다7599 판결 인용). 그리고 이 경우 법원은 민법 제63조에 따라 대표권이 전속된 임시 이사장이나 직무대행자인 임시 부이사장을 선임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법리는 이사 머릿수가 아니라 대표할 사람이 있는지를 봐야 한다는 실무적 시사점을 줍니다. 정관을 먼저 읽고 대표권이 누구에게 전속되어 있는지, 직무대행 순서가 정해져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임시이사 선임 이후 — 권한 범위와 특별대리인 제도와의 구분
임시이사가 선임되면 정식 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이사의 업무를 임시로 처리합니다. 법원이 후보자를 정하며 청구인이 추천한 사람이 반드시 선임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 사건에서는 사원이 아닌 변호사 출신의 중립적 제3자를 임시 이사장으로 선임한 판단도 수긍되었는데, 사원들 사이 세력이 나뉘어 갈등이 깊을 때 법원이 중립적 인물을 택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혼동하기 쉬운 제도가 특별대리인입니다. 민법 제64조는 법인과 이사의 이익이 상반하는 사항에서는 이사에게 대표권이 없고, 이 경우 특별대리인을 선임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이사가 있어도 그 사항만큼은 이해충돌로 대표할 수 없을 때 쓰는 제도이고, 선임 절차의 관할은 임시이사와 같이 비송사건절차법 제33조 제1항에 따릅니다. 임시이사는 이사 자체의 공백에, 특별대리인은 특정 사항의 이해충돌에 대응합니다.
이사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직무대행자를 선임하는 가처분(등기는 민법 제52조의2)도 별개입니다. 이는 이사가 존재하지만 그 지위를 다투는 본안소송 중에 쓰는 보전 수단이고, 임시이사는 이사가 없거나 모자란 경우에 쓰는 제도라는 점이 다릅니다. 분쟁 상황에서는 두 신청을 함께 준비하는 경우도 있어, 어느 쪽이 맞는지 처음에 정리해야 합니다.
총회 소집이 막혔을 때 — 임시총회 소집 허가와 임시이사 중 무엇을 택하나
결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결국 총회에서 정식 이사를 선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총회를 소집할 권한이 있는 이사장이 없거나 소집을 거부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민법 제70조 제2항에 따라 총사원의 5분의 1 이상(정관으로 증감 가능)이 목적사항을 제시해 임시총회 소집을 청구했는데 제3항에 정한 2주 안에 이사가 소집 절차를 밟지 않으면, 청구한 사원은 법원의 허가를 얻어 직접 소집할 수 있고, 이 사건의 관할은 비송사건절차법 제34조에 따라 주된 사무소 소재지 지방법원 합의부입니다.
따라서 사원 입장에서는 두 갈래 선택이 있습니다. 급한 업무 때문에 당장 법인을 움직일 사람이 필요하면 임시이사 선임을, 이사 선출만 막혀 있고 급한 업무가 없으면 임시총회 소집 허가를 택하는 식입니다. 상황에 따라 둘을 병행하기도 합니다. 임시이사가 선임되어도 정식 이사 선출은 총회가 해야 하므로, 임시이사에게 총회 소집 등 정상화 업무를 맡기는 구조가 현실에서는 많이 쓰입니다.
다만 총회로 풀 수 있는 사안임을 법원이 확인하면 임시이사 필요성이 부정될 수 있으니, 청구 전에 총회 소집을 시도했으나 막혔다는 경과를 자료로 남겨두는 것이 소명에 유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사가 한 명이라도 남아 있으면 임시이사를 청구할 수 없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정관에서 정한 이사 수에 부족이 있으면 결원이고, 대표권이 이사장에게만 전속된 법인에서는 일반 이사가 남아 있어도 이사장 궐위 시 대표할 사람이 없는 상태가 됩니다. 이 경우에도 손해 우려가 소명되면 임시 이사장 선임이 가능합니다.
Q. 임시이사를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A. 민법 제63조는 이해관계인과 검사로 정합니다. 사원, 남은 이사나 감사, 법인의 채권자·거래 상대방처럼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이해관계인에 해당합니다. 신청서에 법인과의 관계를 소명하는 자료를 붙여야 합니다.
Q. 어느 법원에 신청해야 하나요?
A. 비송사건절차법 제33조 제1항에 따라 법인의 주된 사무소 소재지 지방법원 합의부가 관할합니다. 법인 등기사항증명서상 주된 사무소 주소를 기준으로 확인하면 됩니다.
Q. 임기가 끝난 이사가 후임이 없다는 이유로 계속 직무를 해도 되지 않나요?
A. 임기 만료 이사가 직무를 계속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볼 사정이 없으면 법원이 임시이사 필요성을 낮게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분쟁 경위상 그 사람이 직무를 계속하기 부적당하다면 임시이사가 선임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선임 필요성을 판단할 때 이 사정을 살피도록 했습니다.
Q. 임시이사는 누구로 정해지나요, 제가 추천한 사람이 선임되나요?
A. 선임 권한은 법원에 있어서 추천 후보가 그대로 선임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분쟁이 깊은 법인에서는 사원이 아닌 중립적 제3자가 선임되기도 합니다. 후보를 추천한다면 이력과 법인과의 이해관계가 없다는 점을 함께 설명하는 편이 좋습니다.
Q. 임시이사가 선임되면 법인의 정식 이사 자리는 어떻게 되나요?
A. 임시이사는 정식 이사가 선임될 때까지의 임시 장치입니다. 정식 이사 선출은 정관이 정한 대로 총회에서 이루어지므로, 총회 소집이 막혀 있다면 임시총회 소집 허가 같은 별도 절차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맺음말
사단법인의 이사 공백은 방치할수록 계약 불이행, 소송 방어 실패, 행정 신고 누락처럼 손해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민법 제63조의 임시이사는 이 공백을 법원의 힘으로 메우는 제도이지만, 결원 사실과 손해 우려를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하고 법원은 총회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지를 함께 따집니다.
청구에 앞서 정관상 이사 정원과 대표권 구조, 직무대행 순서를 먼저 확인하고, 총회 소집을 시도한 경과와 임박한 손해를 보여주는 자료를 갖춰 두면 판단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임시총회 소집 허가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과의 선택도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신청서를 내기 전에 법인의 분쟁 구조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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