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6세 미만과의 성관계는 상대가 동의했어도 형법상 의제강간으로 처벌되며, 실제 사건의 승부는 "상대 나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가"라는 고의 판단에서 갈립니다. 이 글은 수사기관과 법원이 나이에 대한 고의를 어떤 정황으로 판단하는지, 그 구조를 하나씩 해부합니다.
"프로필에 스무 살이라고 써 있었어요." "먼저 성인이라고 했는데요." 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지만, 이 말만으로 사건이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왜 그런지 알려면 먼저 이 죄가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결론 먼저: 동의는 변명이 되지 않고, 나이 인식은 "미필적 고의"로 충분합니다
의제강간은 상대의 동의 여부를 묻지 않는 범죄입니다. 법이 만 16세 미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아예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고 상대가 적극적이었다는 사정은 성립 여부와 무관합니다.
남는 쟁점은 하나, 행위자가 상대의 나이를 인식했느냐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인식이 확정적일 필요는 없고 "16세 미만일 수도 있다"는 정도의 미필적 인식이면 고의가 인정된다고 봅니다.
따라서 "정확히 몇 살인지 몰랐다"는 말은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방어가 되려면 "성인이라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었고, 그렇게 믿는 것이 자연스러웠다"는 사실이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조문으로 보는 구조: 13세 기준선과 16세 기준선
형법 제305조는 나이에 따라 두 개의 기준선을 두고 있습니다. 13세 미만은 행위자 나이를 묻지 않고 처벌하고, 13세 이상 16세 미만은 행위자가 19세 이상일 때 처벌합니다.
형법 제305조(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추행) ①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 제301조 또는 제301조의2의 예에 의한다.
②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19세 이상의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 제301조 또는 제301조의2의 예에 의한다.
"제297조의 예에 의한다"는 말은 강간죄와 같은 형으로 처벌한다는 뜻입니다. 폭행·협박이 없었어도 법정형은 강간죄 그대로입니다.
간음(성관계): 형법 제297조 강간죄의 예 →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벌금형이 없습니다.
유사성행위: 형법 제297조의2 유사강간의 예 → 2년 이상의 유기징역.
추행(신체접촉):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의 예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
상대가 13세 미만이고 위계·위력이 개입되면 성폭력처벌법 제7조가 적용되어 형이 크게 올라갑니다.
16세 기준선은 2020년 개정으로 13세에서 올라온 것입니다. 개정 전 사건은 13세 기준이 적용되므로, 행위 시점이 언제인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행위자가 19세 미만이면
상대가 13세 이상 16세 미만이고 행위자도 19세 미만이라면 제305조 제2항의 "19세 이상의 자"에 해당하지 않아 의제강간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폭행·협박·위계·위력이 있었다면 별도의 성범죄가 문제되고, 대가가 오갔다면 아래에서 보는 아청법 문제가 따로 남습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이 "나이 인식"을 판단하는 정황 7가지
법원은 행위자의 말이 아니라 객관적 정황을 종합해 나이 인식을 추단합니다.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정황을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와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1. 처음 만난 경로
성인 인증을 거치는 데이팅 앱에서 만났다면 성인으로 믿을 근거가 됩니다. 반대로 랜덤채팅, 오픈채팅, 게임 채팅처럼 인증 절차가 없는 경로는 "미성년자일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감수했다"는 방향으로 해석되기 쉽습니다.
2. 대화 기록 속 단서
"야자 끝나고", "시험 기간", "엄마가 못 나가게 해", "학원" 같은 표현이 대화에 있었다면 결정적입니다. 수사기관은 카카오톡·DM·문자 전체를 복원해 이런 단서를 찾습니다. 반대로 상대가 직장, 대학, 군 복무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면 성인으로 믿었다는 근거가 됩니다.
3. 상대가 나이를 속였다는 사실과 그 방식
상대가 먼저 나이를 속였다는 사정은 유리한 정황이지만, 단순히 "성인이라고 말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법원은 그 말을 믿는 것이 그 상황에서 자연스러웠는지를 다시 묻습니다. 신분증 사진을 보여 줬거나 성인 인증이 필요한 장소에 함께 출입한 사실이 있다면 신뢰의 근거가 훨씬 두터워집니다.
4. 외모·체격·복장
교복이나 학교 체육복을 입고 있었다면 다른 정황을 압도합니다. 외모만으로는 판단이 어렵다는 점을 법원도 인정하지만, 수사기관은 당시 사진과 CCTV로 외견을 확인하고, 법정에서는 피해자의 발육 상태도 고려 대상이 됩니다.
5. 만난 시간대와 장소
평일 오후 이른 시간에 학교 근처에서 만났는지, 심야에 상대가 귀가를 서둘렀는지, 상대가 주거지가 아닌 곳에서 지내고 있었는지 같은 사정도 모두 나이 인식의 간접증거가 됩니다.
6. 나이를 확인하려 한 흔적
"몇 살이야?"라고 물은 기록조차 없다면 불리합니다. 반대로 나이를 물었고, 상대가 구체적인 출생연도와 함께 답했으며, 그 답이 다른 정황과 모순되지 않았다면 성인으로 믿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습니다.
7. 사후 대응
나이를 알게 된 뒤 연락을 끊고 관계를 정리했는지, 아니면 계속 만났는지는 최초 시점의 인식을 거꾸로 추단하는 자료로 쓰입니다. 알게 된 이후의 행위는 그 자체로 별건이 됩니다.
같은 "몰랐다"가 다른 결론으로: 두 상황 비교
아래 두 상황은 모두 행위자가 "성인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지만, 정황의 무게가 달라 결론이 갈린 사건들의 취지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상황 A: 인식 부인이 받아들여진 경우
성인 인증을 요구하는 데이팅 앱에서 만났고, 상대는 프로필과 대화에서 일관되게 특정 대학 재학생이라고 했습니다. 만남 전 술집에 함께 들어갔고, 상대는 신분증 검사를 통과했습니다. 대화 기록 어디에도 학교나 부모의 통제를 암시하는 표현이 없었습니다.
법원은 행위자가 성인이라고 믿을 만한 객관적 근거가 여러 겹으로 존재했고, 미성년자일 가능성을 의심할 계기가 없었다고 보아 나이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상황 B: 인식 부인이 배척된 경우
인증 절차가 없는 오픈채팅에서 만났고, 상대는 나이를 묻는 질문에 "성인"이라고만 답했습니다. 대화 중 "시험 끝나면", "엄마한테 학원 간다고 했어"라는 표현이 있었고, 만남은 평일 오후 4시 학교 인근 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행위자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만났습니다.
법원은 미성년자임을 강하게 시사하는 단서가 반복적으로 있었는데도 확인하지 않은 것은 미성년자일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감수한 것이라고 보아 고의를 인정했습니다.
두 상황의 차이는 행위자의 진심이 아니라 기록에 남은 정황이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가였습니다. 자신의 사건을 살필 때도 같은 잣대를 대야 합니다.
"동의했다", "먼저 유혹했다"는 주장이 소용없는 이유
피해자의 동의나 적극성은 성립 여부에 아무 영향이 없고, 양형에서도 감경 사유로 거의 고려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주장을 조사 단계에서 강하게 펼치면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린다"는 인상을 남겨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 부모와의 합의는 처벌불원 의사로서 양형에 반영되지만, 의제강간은 고소가 없어도 수사·기소되는 비친고죄이므로 합의로 사건이 종결되지는 않습니다.
대가가 오갔다면: 아청법 성매수라는 별도의 문제
용돈, 숙박비, 선물 등 어떤 명목이든 대가를 약속하거나 지급했다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이 따로 성립합니다. 이 죄는 상대가 19세 미만이면 성립하므로, 16세 이상 19세 미만이어서 의제강간이 되지 않는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3조(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 등) ①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경우에도 나이 인식은 미필적 고의로 충분하며, 대가를 지급하는 만남 자체가 "미성년자일 가능성을 알았다"는 정황으로 평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건만남 후 상대가 스스로 신고하거나 협박하는 사건이 실제로 적지 않은데, 협박은 별도로 대응하되 성매수 혐의는 그대로 남는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고의가 인정된다면: 양형에서 실제로 보는 것
간음 유형은 법정형 하한이 3년이므로 집행유예를 받으려면 작량감경으로 하한을 낮춰야 하고, 그 판단은 양형기준의 감경 요소가 얼마나 채워졌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처벌불원: 피해자와 법정대리인의 처벌불원 의사가 가장 큰 감경 요소입니다. 다만 피해자가 미성년자이므로 접촉 방식에 특히 신중해야 하며, 변호인을 통한 절차가 원칙입니다.
진지한 반성: 조사 초기부터 사실을 인정한 태도와 재범 방지 노력(치료·상담 이수 등)이 구체적 자료로 제출되어야 합니다.
범행 경위: 대가가 개입되지 않았고, 상대가 적극적으로 나이를 속인 사정은 성립에는 영향이 없지만 양형에서는 참작됩니다.
불리한 요소: 상대가 13세 미만인 경우, 여러 차례 반복된 경우, 촬영물이 존재하는 경우, 나이를 알게 된 뒤에도 관계를 지속한 경우는 가중 방향으로 강하게 작용합니다.
추행 유형은 벌금형이 있어 결과의 폭이 넓지만, 벌금형이라도 아래에서 보는 신상정보 등록 등 부수 처분은 그대로 따라옵니다.
처벌 외에 따라오는 것들
의제강간은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이므로 형벌과 별도로 신상정보 등록, 취업제한, 공개·고지 명령이 함께 논의됩니다.
신상정보 등록: 유죄가 확정되면 벌금형이라도 등록 대상이 되고, 선고형에 따라 10년에서 30년까지 등록이 유지됩니다.
취업제한: 최대 10년 범위에서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학원, 체육시설, 의료기관 등 범위가 넓습니다.
공개·고지: 법원이 재범 위험 등을 고려해 결정하며, 인터넷 공개와 거주지 인근 고지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공소시효: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는 피해자가 성년이 된 날부터 시효가 진행되므로, 수년이 지난 뒤 사건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사 통보를 받았다면 지금 정리해야 할 것
고의 판단은 정황 싸움이므로, 첫 조사 전에 유리한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대화 기록 원본 보존: 상대가 나이나 신분을 언급한 부분, 성인 인증 앱 화면, 신분증 사진 등을 삭제하지 말고 원본 그대로 보존합니다. 삭제는 증거인멸로 평가될 뿐 아니라 유리한 자료도 함께 사라집니다.
만남 경위의 시간순 정리: 어떤 앱에서, 어떤 대화를 거쳐,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를 객관적 기록과 대조해 정리합니다. 기억에 의존한 진술이 기록과 어긋나면 신빙성 전체가 흔들립니다.
피해자 접촉 금지: 사실 확인이나 사과 목적이라도 직접 연락은 2차 가해나 증거인멸 시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진술 방향 결정: 나이 인식을 부인할 것인지, 인식은 인정하고 양형으로 갈 것인지는 확보된 자료의 강도에 따라 첫 조사 전에 정해야 합니다. 조사 중간에 방향이 바뀌면 그 자체가 불리한 정황이 됩니다.
이 죄의 구조를 다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상대의 동의는 문제되지 않고, 나이를 확정적으로 알았어야 하는 것도 아니며, "몰랐다"는 말은 객관적 정황으로 뒷받침될 때만 의미가 있습니다. 자신의 사건에서 그 정황이 어느 쪽을 가리키는지를 냉정하게 살피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본문의 사례는 판례의 취지를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한 것으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대응 방법 및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