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사기로 고소했는데 경찰에서 '불송치' 통지가 왔다면, 사건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의신청이라는 다음 문이 열린 상태입니다. 이 글은 통지서에 적힌 문장을 한 줄씩 풀어 그 문장이 실제로 무슨 뜻인지, 그 문장에 맞서려면 무엇을 새로 넣어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
코인 사기 고소인이 가장 힘 빠지는 순간은 돈을 잃었을 때가 아니라, 몇 달을 기다린 끝에 한 장짜리 '수사결과 통지서'를 받았을 때입니다. 종이에는 '불송치(혐의없음)'라는 여섯 글자와 두어 문장의 이유만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두어 문장은 경찰이 사건의 어느 대목에서 멈췄는지를 정확히 알려주는 좌표입니다. 좌표를 읽을 줄 알면 이의신청서에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도 보입니다.
먼저, 불송치 통지서는 어떤 서류인가
불송치는 경찰이 "이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이고, 고소인은 그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경찰은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해야 합니다. 즉 불송치는 최종 판단이 아니라 고소인의 의사에 따라 뒤집히는 1차 판단입니다.
2021년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은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건을 검찰에 보내지 않고 자체 종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신 법은 고소인에게 통지받을 권리와 이의신청할 권리를 함께 주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6(고소인 등에 대한 송부통지) 사법경찰관은 제245조의5제2호의 경우에는 그 송부한 날부터 7일 이내에 서면으로 고소인·고발인·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를 포함한다)에게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지 아니하는 취지와 그 이유를 통지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고소인 등의 이의신청) ① 제245조의6의 통지를 받은 사람(고발인을 제외한다)은 해당 사법경찰관의 소속 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② 사법경찰관은 제1항의 신청이 있는 때에는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고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송부하여야 하며, 처리결과와 그 이유를 제1항의 신청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여기서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첫째, 이의신청은 고소인·피해자가 할 수 있고 단순 '고발인'은 할 수 없습니다. 코인 사기를 직접 당한 사람이 고소장을 냈다면 당연히 신청권자입니다.
둘째, 통지서에는 '취지와 이유'가 적혀야 하지만 실제로는 한두 문장으로 압축되어 옵니다. 더 자세한 판단 근거가 필요하면 경찰서에 불송치 결정서 열람·복사(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해 경찰이 어떤 증거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지서 문장 1.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이 문장은 "사기가 아니다"가 아니라 "사기라고 인정할 증거가 지금 기록에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이의신청의 핵심은 법리 다툼이 아니라 기록에 없던 증거를 새로 넣는 일입니다.
불송치 결정의 종류는 크게 혐의없음, 죄가안됨, 공소권없음, 각하로 나뉘고, 혐의없음은 다시 '범죄인정안됨'과 '증거불충분'으로 갈립니다. 코인 사기 사건의 불송치 대부분은 증거불충분입니다.
증거불충분이 적혀 있다면 경찰이 사기의 어느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고 봤는지를 결정서에서 찾아야 합니다. 사기죄는 기망행위, 착오, 처분행위, 재산상 손해, 그리고 편취의 고의가 사슬처럼 이어져야 하는데, 코인 사건에서 끊어지는 고리는 거의 예외 없이 마지막 두 개, 즉 고의와 피의자 특정입니다.
이 문장 앞에서 할 일은 고소장을 다시 읽는 것입니다. 고소장에 "속았다", "돈을 잃었다"는 사실만 적혀 있고 "상대방이 처음부터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는 정황"이 빠져 있다면, 경찰은 그 빈칸을 채워주지 않습니다.
통지서 문장 2. "피의자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코인 사기 불송치 이유 중 가장 흔한 문장이며, 이의신청에서 뒤집을 여지도 가장 큰 문장입니다. 고의는 피의자의 머릿속이 아니라 돈을 받기 전후의 객관적 행동으로 증명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사기죄의 편취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한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 과정 등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돈을 받을 당시를 기준으로 돌려줄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를 보아야 하고, 그 뒤에 경제 사정이 나빠져 갚지 못하게 된 것만으로는 사기가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래서 경찰이 이 문장을 쓰는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피의자가 "나도 손해를 봤다", "코인 시세가 떨어져서 그런 것"이라고 진술했고, 고소인 쪽에서 그 말을 반박할 자료를 내지 못한 것입니다.
이 문장을 뒤집는 자료는 '돈의 행방'입니다
코인은 현금과 달리 이동 경로가 블록체인에 남습니다. 편취 고의를 다투는 이의신청에서 가장 힘이 센 자료는 말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흐름입니다.
입금 직후 분산 이동: 내가 보낸 코인이 상대 지갑에 들어온 지 몇 분 만에 여러 지갑으로 쪼개져 나갔다면, "투자에 썼다"는 말과 정면으로 어긋납니다. 트랜잭션 해시와 시각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매수 내역 부존재: "당신 돈으로 코인을 샀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 시점에 해당 지갑이나 거래소 계정에 매수 기록이 없다면, 애초에 투자 자체가 없었다는 근거가 됩니다.
같은 지갑에 모이는 다른 피해자: 내 코인이 들어간 주소에 다른 사람들의 코인도 비슷한 시기에 들어왔다면 개인 간 거래가 아니라 반복적·조직적 범행의 정황입니다. 다른 피해자를 찾는 것이 곧 고의 입증입니다.
출금 요구 단계의 추가 입금 요구: 세금, 보증금, 계정 인증비 명목으로 돈을 더 내라고 했다면 그 요구 자체가 독립된 기망행위이므로, 최초 투자 시점의 고의와 별개로 다툴 수 있습니다.
약속과 실행의 불일치: "상장되면 3배", "원금 보장" 같은 메시지 원본과, 실제 그런 상장이나 보장 구조가 존재한 적 없다는 자료를 나란히 놓습니다.
이 자료들은 고소인이 직접 만들 수 있는 것도 있고, 거래소나 통신사에 영장이 있어야만 나오는 것도 있습니다. 이의신청서에는 직접 확보한 자료는 첨부하고, 영장이 필요한 자료는 "어느 거래소의 어느 계정에 대해 어떤 자료를 확보해 달라"고 구체적으로 요청해야 합니다. 막연히 "더 수사해 달라"는 문장은 힘이 없습니다.
통지서 문장 3.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다"
이 문장은 경찰이 사건을 '투자 실패' 또는 '돈을 빌려주고 못 받은 일'로 분류했다는 뜻입니다. 뒤집으려면 상대방이 처음부터 이행할 능력이나 구조 자체가 없었다는 점을 보여야 합니다.
코인 투자 권유 사건에서 경찰이 이 문장을 쓰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실제로 코인이 매수되었고, 그 코인의 시세가 떨어져 손실이 난 것이라면 아무리 권유가 과장되었어도 형사상 사기가 아니라 민사 문제로 보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문장 앞에서는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내 돈으로 실제 코인이 매수된 기록이 있는가. 그 기록이 있다면 이의신청보다 민사소송과 가압류가 더 빠른 길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매수 기록이 없거나, 매수된 것처럼 보이던 화면이 실제 거래소가 아닌 가짜 앱이었거나, 상대방이 약속한 '재단', '상장', '보증'이 존재한 적이 없다면 이 문장은 사실관계를 잘못 본 것입니다. 이 경우 이의신청서의 첫 문단은 "본건은 투자 실패가 아니라 투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사건"이라는 한 줄로 시작해야 합니다.
또 하나, 상대방이 불특정 다수에게 원금 보장이나 확정 수익을 약속하며 돈을 모았다면 사기와 별도로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유사수신은 편취 고의를 따로 입증하지 않아도 되므로, 고의 입증이 막힌 사건에서 유력한 우회로가 됩니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벌칙) ① 제3조를 위반하여 유사수신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통지서 문장 4.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어 수사중지(피의자중지)"
엄밀히 말해 수사중지는 불송치가 아니라 '잠시 멈춤'이지만, 고소인 입장에서는 사실상 사건이 서랍에 들어간 것과 같습니다. 이 통지를 받았다면 이의신청이 아니라 피의자 특정을 위한 새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 다음 행동입니다.
텔레그램 리딩방, 해외 거래소, 외국인 명의 지갑이 얽힌 코인 사건에서는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수사가 멈추는 일이 많습니다. 해외 거래소가 자료 요청에 회신하지 않으면 경찰로서도 더 나아갈 방법이 제한됩니다.
이때 고소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국내 거래소 경유 지점 찾기: 코인이 어디로 흘러갔든 결국 현금화하려면 국내 신고 거래소를 거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블록체인 탐색기로 내 코인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다 국내 거래소 입금 주소로 보이는 지점을 찾으면, 그 거래소는 실명확인 계정 정보를 갖고 있으므로 피의자 특정의 결정적 단서가 됩니다.
같은 수법의 다른 피해자 연결: 다른 피해자가 상대방과 통화했거나 계좌이체를 했다면 그 기록이 피의자 특정으로 이어집니다. 피해자 여러 명이 같은 지갑 주소를 제출하면 사건이 병합되어 수사 우선순위도 올라갑니다.
원화 입금이 있었는지 다시 확인: 코인만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초기에 소액이라도 계좌이체를 한 기록이 있다면, 그 계좌 명의인이 첫 실마리입니다.
수사중지 통지를 받은 고소인은 이의신청 대신 수사중지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경찰 내부 절차)나 새 자료를 첨부한 수사재개 요청을 할 수 있습니다. 서류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이 자료로 이 사람을 특정할 수 있다"는 연결고리를 한 장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통지서 문장 5. "각하"
각하는 내용 판단에 들어가기도 전에 형식상 이유로 접수를 닫은 것입니다. 고소장 자체의 결함이 원인이므로, 이의신청과 함께 고소장을 다시 쓰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각하 사유로 자주 보이는 것은 고소 내용이 범죄를 구성하지 않음이 명백한 경우, 같은 사실로 이미 불송치나 불기소가 있었는데 새 증거 없이 다시 고소한 경우, 고소인이 출석 요구에 계속 응하지 않은 경우 등입니다.
코인 사건에서 특히 잦은 것은 첫 번째입니다. 고소장에 "수익을 약속했는데 손해를 봤다"는 문장만 있고, 어떤 거짓말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들었는지가 빠져 있으면 경찰은 기망행위 자체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보고 각하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날짜, 대화 채널, 상대방이 한 말의 원문, 그 말을 믿고 보낸 코인의 종류·수량·트랜잭션 해시를 시간순으로 다시 정리한 고소장을 내야 합니다. 고소장은 감정을 호소하는 문서가 아니라 사슬의 각 고리에 증거를 하나씩 매단 문서여야 합니다.
이의신청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
이의신청서는 불송치 이유 문장을 그대로 인용한 뒤, 그 문장이 틀렸음을 보여주는 새 자료를 항목별로 붙이는 구조가 가장 효과적입니다. 감정이나 억울함이 아니라 "경찰이 보지 못한 것"을 보여주는 문서입니다.
제출처는 불송치 결정을 한 경찰서(해당 사법경찰관 소속 관서의 장)입니다. 형사소송법상 별도의 신청 기한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거래소 로그 보존기간이 지나고 자금이 더 멀리 흩어지므로 통지받은 뒤 가능한 한 빨리 내는 것이 좋습니다.
사건번호와 불송치 결정 요지: 통지서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무엇에 이의하는지가 첫 줄에서 분명해야 합니다.
불송치 이유에 대한 반박: 고의를 부정했다면 돈의 행방 자료를, 민사 문제로 봤다면 투자 자체가 없었다는 자료를, 피의자 미특정이라면 새 단서를 항목별로 씁니다.
새로 확보한 증거 목록: 고소 당시 없었던 자료임을 명시합니다. 이미 냈던 자료를 다시 내는 것은 효과가 없습니다.
추가 수사 요청 사항: "OO거래소 OO계정의 입출금 내역 및 실명확인 정보 확보", "OO지갑 주소로 입금한 다른 피해자 확인"처럼 수사기관이 그대로 영장 청구에 옮길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피해 규모와 유사 피해자 현황: 다른 피해자가 있다면 그 수와 피해액을 적습니다. 합산 피해액이 커지면 적용 법조와 수사 우선순위가 달라집니다.
이의신청 이후의 흐름: 검사, 항고, 재정신청
이의신청이 들어가면 경찰은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해야 하고, 검사는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직접 기소 여부를 결정합니다. 검사가 불기소하면 항고, 그다음 재정신청으로 이어지는 별도의 불복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흐름을 순서대로 놓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경찰 불송치 → 이의신청: 경찰서장에게 신청하면 경찰은 지체 없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합니다.
검사의 검토: 검사는 송치된 기록을 보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직접 보완수사를 하거나, 기소·불기소를 결정합니다. 코인 사건에서는 거래소 자료 확보를 위한 보완수사 요구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사 불기소 → 항고: 검사가 불기소하면 고소인은 불기소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관할 고등검찰청에 항고할 수 있습니다.
항고 기각 → 재정신청: 항고가 기각되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관할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공소제기를 결정하면 검사는 기소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60조(재정신청) ① 고소권자로서 고소를 한 자(형법 제123조부터 제126조까지의 죄에 대하여는 고발을 한 자를 포함한다)는 검사로부터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통지를 받은 때에는 그 검사 소속의 지방검찰청 소재지를 관할하는 고등법원에 그 당부에 관한 재정을 신청할 수 있다.
한편 이의신청을 하지 않아도 검사는 경찰의 불송치가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보면 스스로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검사의 판단에 맡겨진 것이므로 고소인이 기대고 있을 제도는 아닙니다.
이의신청과 나란히 챙겨야 할 시효
형사 불복 절차가 길어지는 동안 민사 청구권의 시효가 먼저 끝날 수 있으므로, 이의신청과 별도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사기죄 공소시효 10년: 형법 제347조 사기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이므로 공소시효는 10년입니다. 형사 절차 자체는 여유가 있습니다.
불법행위 손해배상 소멸시효 3년: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입니다. 피의자가 특정된 날이 '가해자를 안 날'의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 그 날짜를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범죄수익 몰수·추징보전: 검찰 단계에서 추징보전이 걸리면 상대방 재산 처분이 막히지만, 그 재산이 피해자에게 바로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민사 가압류를 별도로 해 두어야 회수 순위가 확보됩니다.
정리하면, 불송치 통지서는 사건의 종료 선고가 아니라 경찰이 멈춘 지점의 지도입니다. 그 지도 위에서 끊어진 고리가 고의인지, 피의자 특정인지, 고소장의 형식인지를 먼저 읽고, 그 한 고리를 잇는 자료를 이의신청서에 얹는 것이 코인 사기 고소인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다음 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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