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 코인 투자를 권했다가 손실이 나서 사기로 고소당했다면, 결과를 가르는 것은 "돈을 잃었느냐"가 아니라 "권유 당시 무엇을 알고 무엇을 말했느냐"입니다. 이 글은 비슷하게 시작했지만 불송치와 기소로 결과가 갈린 상황들을 나란히 놓고, 그 차이를 만든 요소를 하나씩 해부합니다.
코인 시장이 무너질 때마다 같은 상담이 반복됩니다. "제가 추천한 코인이 반토막 났는데, 친구가 저를 사기로 고소했습니다. 저도 같이 손해를 봤는데 제가 왜 피의자인가요?"
이 질문에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같은 "권유"라도 어떤 사람은 불송치로 끝나고, 어떤 사람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실형을 받습니다. 아래에서 그 갈림길을 세 쌍의 사례로 보여드립니다.
먼저 기준선: 사기죄는 "손실"이 아니라 "기망"을 처벌합니다
투자 권유가 사기가 되려면 권유자가 거짓 사실을 말하거나 알려야 할 사실을 숨겨서 상대를 착오에 빠뜨리고, 그 착오 때문에 돈을 건네게 했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손실이 났다는 사정만으로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형법 제347조(사기) 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법원은 사기죄의 편취 범의를 판단할 때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권유자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 과정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하며, 사후에 손실이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기망을 추단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이 실제로 들여다보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권유자가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상대에게 무엇을 말했는지, 그리고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입니다. 아래 세 쌍의 사례는 이 세 축에서 갈립니다.
사례 비교 1. 친구에게 코인을 소개했는데 폭락한 경우
결론부터 말하면, 본인도 같은 코인을 같은 시기에 샀고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면 불송치 가능성이 높고, 존재하지 않는 호재를 지어내거나 수익을 보장했다면 기소로 갑니다.
상황 A: 불송치로 끝난 경우
A씨는 스스로 공부한 알트코인을 친구에게 소개했습니다. 카카오톡 대화에는 "나도 들어갔는데 변동성이 커서 여유자금으로만 해"라는 말이 남아 있었고, 친구는 자기 명의 거래소 계정에서 직접 코인을 샀습니다. A씨는 소개의 대가로 받은 것이 없었고, 본인 계정에서도 같은 시기에 비슷한 손실이 확인되었습니다.
경찰은 A씨가 거짓 사실을 말한 정황이 없고, 투자 판단은 친구가 스스로 했으며, A씨가 얻은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했습니다.
상황 B: 기소된 경우
B씨도 친구에게 같은 종류의 코인을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대화 내용이 달랐습니다. "다음 달 대형 거래소 상장 확정됐다", "내부 정보라 최소 3배는 간다", "원금은 내가 책임진다"는 메시지가 남아 있었습니다. 상장 계획은 존재하지 않았고, B씨는 친구의 돈을 자기 계좌로 받아 대신 사 주겠다고 한 뒤 일부를 자신의 빚을 갚는 데 썼습니다.
B씨는 사기죄로 기소되었습니다. 허위 호재 고지, 원금 보장 약속, 그리고 받은 돈의 일부 유용이 겹치면서 기망과 편취 의사가 모두 인정된 것입니다.
이 쌍에서 차이를 만든 것
말의 내용: "오를 수도 있다"는 의견 표명과 "상장이 확정됐다"는 사실 주장은 법적으로 전혀 다릅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확정된 것처럼 말하면 그 자체가 기망이 될 수 있습니다.
돈의 경로: 상대가 자기 계정으로 직접 샀는지, 권유자 계좌를 거쳤는지가 결정적입니다. 돈이 권유자를 거치는 순간 "받은 돈을 약속대로 썼는가"라는 추가 쟁점이 생깁니다.
원금 보장 발언: 가상자산은 원금 보장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를 알면서 보장을 약속했다면, 갚을 능력과 의사가 있었는지까지 따져 묻게 됩니다.
사례 비교 2. 리딩방·투자방에서 사람을 모아 준 경우
운영자가 사기꾼이었더라도 모집책이 그 사실을 몰랐고 정상적인 홍보로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공범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면 수익 구조가 비정상임을 알 수 있었는데도 인원수에 따라 수당을 받으며 계속 모집했다면 사기 방조나 공동정범으로 기소됩니다.
상황 C: 방조 혐의 불송치
C씨는 유명 유튜버가 운영한다는 코인 투자방에 스스로 가입해 수익을 봤고, 그 경험을 지인 몇 명에게 이야기해 가입시켰습니다. 소개 수당은 없었고, 운영진과 별도로 연락한 적도 없었습니다. 투자방이 결국 폰지 구조로 드러나 지인들이 고소했지만, C씨 역시 마지막까지 돈을 넣어 손실을 본 피해자였습니다.
수사기관은 C씨에게 운영자의 사기 범행을 인식하고 도왔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불송치했습니다. 방조범이 되려면 정범의 범행을 인식하면서 이를 용이하게 한다는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C씨는 그 인식 자체가 없었던 것입니다.
상황 D: 공동정범으로 기소
D씨는 같은 종류의 투자방에서 "팀장" 직함을 받았습니다. 가입자 한 명당 투자금의 5퍼센트를 수당으로 받았고, 운영진 단체방에서 "출금 지연 문의가 오면 시스템 점검이라고 안내하라"는 지시를 받아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텔레그램에는 D씨가 "이거 돌려막기 아니냐"고 물었다가 "신경 쓰지 말고 모집이나 하라"는 답을 받은 기록도 남아 있었습니다.
D씨는 사기 공동정범으로 기소되었고, 피해액 합계가 5억 원을 넘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었습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특정재산범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 제347조의 죄를 범한 사람은 그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5억원 이상일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2.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공동정범으로 묶이면 이득액은 본인이 받은 수당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편취한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D씨가 손에 쥔 수당은 수천만 원이었지만, 적용 법조는 수십억 원의 이득액을 전제로 정해졌습니다.
이 쌍에서 차이를 만든 것
대가의 유무와 구조: 인원수나 투자금에 비례하는 수당은 "모집 자체가 목적인 사람"이라는 정황으로 읽힙니다.
이상 징후를 인식한 흔적: "돌려막기 아니냐"는 질문 한 줄이 오히려 미필적 고의의 증거가 되었습니다. 의심을 품고도 계속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운영진과의 역할 분담: 지시를 받아 피해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면 단순 소개자가 아니라 조직의 일부로 평가됩니다.
사례 비교 3. 다단계 구조의 코인 사업에 하위 회원을 넣은 경우
사기죄가 안 되더라도 끝이 아닙니다. 원금이나 확정 수익을 약속하며 불특정 다수에게서 돈을 모았다면 유사수신행위법이, 하위 회원 모집에 따라 후원수당을 주는 구조였다면 방문판매법이 별도로 적용됩니다. 이 죄들은 기망을 증명하지 않아도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이 사기죄와 다릅니다.
상황 E: 사기는 불송치, 유사수신은 기소유예
E씨는 "월 3퍼센트 확정 배당"을 내세운 코인 채굴 사업에 가입한 뒤 가족과 직장 동료 4명을 가입시켰습니다. 사업이 중단되자 사기로 고소당했으나, E씨 자신이 가장 많은 돈을 넣은 피해자였고 확정 배당 구조가 허위임을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어 사기 혐의는 불송치되었습니다. 그러나 확정 수익을 약속하며 자금을 모은 행위 자체는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송치되었고, 가담 정도와 피해 회복 노력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유사수신행위의 금지) 누구든지 유사수신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벌칙) ① 제3조를 위반하여 유사수신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상황 F: 사기와 방문판매법 위반 모두 기소
F씨는 같은 사업에서 "센터장" 직급을 받아 수십 명의 하위 회원을 조직했고, 하위 회원이 다시 모집한 인원의 투자금에서도 수당을 받는 3단계 이상의 구조를 직접 설계하는 데 참여했습니다. 배당금이 신규 가입자의 투자금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운영진 회의에서 들었다는 진술도 나왔습니다.
F씨는 사기와 방문판매법 위반으로 함께 기소되었습니다. 등록하지 않은 다단계판매 조직을 운영·관리한 행위는 방문판매법상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별개의 범죄입니다.
이 쌍에서 차이를 만든 것
단계의 깊이: 내가 소개한 사람이 다시 다른 사람을 소개하고 그 실적에서도 내가 수당을 받는 구조라면, 법은 이를 다단계로 봅니다. 내가 직접 모집한 인원수보다 구조에서 차지한 위치가 중요합니다.
자금 출처에 대한 인식: 배당의 재원이 신규 투자금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진술이나 기록이 있으면 사기의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피해 회복 노력: 같은 유사수신이라도 하위 회원 피해를 일부라도 변제하고 합의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처분은 다릅니다.
세 쌍을 관통하는 다섯 가지 판단 축
위 사례들에서 결과를 가른 요소를 정리하면 다섯 가지로 압축됩니다. 자신의 상황을 이 다섯 축에 놓고 보면 수사기관이 어느 쪽으로 볼지 대략 가늠할 수 있습니다.
1. 말의 성격: 의견이었는가, 사실 주장이었는가. "좋아 보인다"와 "상장 확정"은 다릅니다. 확인 없이 사실처럼 말한 것이 있다면 그 부분이 가장 먼저 공격받습니다.
2. 돈의 경로: 상대가 직접 투자했는가, 내 계좌나 지갑을 거쳤는가. 거쳤다면 거래소 입출금 내역과 온체인 기록으로 그 돈의 행방이 전부 복원됩니다. 가상자산은 지워지지 않는 장부 위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기억이 안 난다"는 답은 통하지 않습니다.
3. 대가의 구조: 소개비, 수당, 직급이 있었는가. 있었다면 그 금액이 "이득액"과 "범죄수익"으로 잡혀 추징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4. 인식의 흔적: 이상함을 눈치챈 대화, 의심을 표한 메시지, 운영진의 안내 지시가 남아 있는가. 이것이 미필적 고의를 입증하는 가장 흔한 증거입니다.
5. 본인의 손실과 회복 노력: 본인도 피해를 봤는지, 고소인에게 얼마나 변제했는지. 고의 판단과 양형 양쪽에 모두 영향을 줍니다.
범죄수익 환수: 무죄가 아니어도 돈은 따로 문제됩니다
공범으로 인정되면 형벌과 별개로 받은 수당이 추징되고, 수사 단계에서 계좌와 지갑이 동결될 수 있습니다. 코인 사건에서 특히 부담스러운 부분입니다.
사기나 유사수신으로 얻은 수당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범죄수익에 해당해 몰수·추징 대상이 됩니다. 이미 써 버렸어도 그 가액을 추징하므로 "남은 게 없다"는 말은 면제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수당을 코인으로 받아 다른 지갑으로 옮겼거나 현금화한 과정이 있다면, 그 자체가 범죄수익 은닉으로 추가 기소될 위험까지 있습니다.
또 고소인은 형사 고소와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가압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거래소 계정과 은행 계좌가 함께 묶이면 생활 자체가 어려워지므로, 형사 대응과 민사 대응을 처음부터 같이 설계해야 합니다.
고소당한 지금, 사례 A·C·E 쪽으로 가기 위해 준비할 것
결론은 하나입니다. 수사기관이 보는 다섯 축에서 나에게 유리한 사실을 내가 먼저 객관적 자료로 정리해 두는 것입니다. 조사에서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대화 기록 전체 보존: 고소인과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를 삭제하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백업합니다. 불리해 보이는 부분을 지우면 그 자체가 증거인멸 정황이 되고, 상대방 휴대폰에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내 투자 내역 출력: 같은 코인을 같은 시기에 샀다는 거래소 체결 내역과 손실 내역은 "나도 믿고 투자했다"는 가장 객관적인 증거입니다.
돈의 흐름 정리: 고소인의 돈이 내 계좌를 거쳤다면 입금일, 금액, 이후 거래소 입금 또는 코인 매수 기록을 시간순으로 맞춰 둡니다. 약속대로 썼다는 것을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정보의 출처 확보: "상장 예정"이나 "확정 수익" 같은 말을 했다면 그 정보를 어디서 봤는지(공지, 홍보 자료, 운영진 메시지)를 확보합니다. 내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 나도 속았다는 근거가 됩니다.
수당 내역 정직하게 정리: 받은 것이 있다면 숨기지 말고 금액과 시기를 정리합니다. 수사기관은 어차피 찾아내며, 먼저 밝히고 반환 의사를 보이는 쪽이 유리합니다.
피해 회복 검토: 고소인과의 관계, 금액, 내 책임 정도를 따져 변제나 합의를 검토합니다. 다만 합의는 곧 책임 인정으로 읽힐 수 있어 혐의를 다투는 경우에는 시점과 문구를 신중히 정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사례 B, D, F의 공통점은 처음부터 사기꾼이었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점에 의심이 들었는데도 멈추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수사기관은 바로 그 시점을 찾습니다. 조사에 임하기 전에 그 시점에 내가 무엇을 알았고 무엇을 몰랐는지를 스스로 정직하게 정리해 두는 것이, 어떤 변론 기술보다 먼저입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본문의 사례는 판례의 취지를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한 것으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대응 방법 및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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