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처음 보는 통신요금 청구서나 미납 독촉 문자를 받고서야, 내 이름으로 휴대폰이 개통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내가 개통한 게 아니니 그냥 두면 알아서 정리되겠지”, “금액이 크지 않으니 일단 내고 나중에 돌려받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청구를 방치하거나 일부를 납부한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독촉은 채권추심과 지급명령으로 이어지고, 이미 낸 요금은 “개통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통신사 측 주장의 근거로 쓰이면서, “도용당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비대면 계약에서 명의도용을 주장하는 사건에서 사업자가 본인확인절차를 적절하게 이행했는지를 기준으로 계약의 효력이 명의자에게 미치는지를 판단했습니다. 명의를 도용당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개통 당시 어떤 확인 절차가 있었는지, 내 정보가 어떤 경위로 새어 나갔는지가 결론을 가르기 때문에, 초기 대응에 따라 요금 납부 의무의 유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내 명의로 몰래 개통된 휴대폰 요금을 내야 하는 경우와 내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어떻게 갈리는지, 청구를 받았을 때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판례와 법령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내가 신청하지 않은 개통이라면 요금을 낼 의무는 원칙적으로 없습니다
이용계약의 당사자가 내가 아니라면, 요금 채무도 나에게 생기지 않습니다.
휴대폰 요금은 이동통신 이용계약에서 발생하는 채무입니다. 계약은 당사자의 의사가 합치되어야 성립하는데, 내가 신청한 적도 다른 사람에게 맡긴 적도 없다면 나는 그 계약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타인이 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개통했더라도 신청서에 적힌 내 이름은 내 의사가 아니라 도용자의 행위일 뿐입니다.
법적으로는 권한 없는 사람이 나를 대신해 체결한 계약에 해당해, 민법 제130조에 따라 본인이 추인하지 아니하면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습니다. 계약의 효력이 없으면 그 계약에서 나온 월 요금, 단말기 할부금, 해지 위약금 어느 것도 나에게 청구할 근거가 사라집니다.
소송으로 가면 요금을 청구하는 쪽, 즉 통신사나 채권을 넘겨받은 추심업체가 “이 사람과 이용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사실을 주장하고 증명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명의자는 가입 시각에 다른 곳에 있었다는 점, 내 휴대전화로 본인인증을 한 적이 없다는 점, 개통 대리점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점 등으로 계약 당사자가 아님을 다툴 수 있습니다.
정부의 생활법령정보 안내에서도 명의도용이 인정되면 이용하지 않은 요금의 계약은 취소되고, 이미 낸 가입비·보증금·보험료는 환급되며, 미납요금과 잔여 위약금에 대한 청구는 금지되는 것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내가 신청하지도 맡기지도 않은 개통이라면, 이용계약의 당사자는 내가 아니므로 요금 납부 의무는 원칙적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2. 다만 “도용당했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고, 통신사의 본인확인 절차가 쟁점이 됩니다
결론을 가르는 것은 ‘몰랐다’는 주장이 아니라 개통 당시 본인확인이 적절했는지입니다.
이동통신사와 대리점은 가입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 부정가입방지시스템 등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4 제2항),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 같은 신분증 제시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3항). 이 확인이 허술했다면 통신사가 명의자에게 계약의 효과를 주장하기 어렵고, 반대로 신분증 진위확인과 본인인증을 정상적으로 거쳤다면 통신사는 “명의자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맞섭니다.
이 판단 기준은 대법원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수신자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하여 전자문서가 송신되었다고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전자문서에 의한 거래에서 그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에 의하여 송신되었다고 믿을 수 있을 정도의 본인확인절차를 수신자가 적절하게 이행하였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4다236754 판결).
이 판결은 저축은행 비대면 대출 사건입니다. 딸을 사칭한 사람에게 운전면허증 사진과 계좌 정보를 건넸다가 자기 명의로 9,000만 원이 대출된 사안에서, 은행이 신분증 진위확인·기존계좌 인증·휴대전화 인증·공동인증서 인증·신용정보 조회 등 서로 독립적인 여러 인증수단을 거쳤다는 이유로 대출계약이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동통신 개통 분쟁에서도 통신사가 신분증 진위확인과 본인인증을 몇 겹으로 거쳤는지, 그 과정에서 내 정보가 어떻게 넘어갔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하급심에서도 통장·신분증 사본·주민등록등본을 대출 명목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넘겼다가 그 정보로 휴대전화 2대가 개통된 사건에서, 통신사가 실명인증과 본인확인 절차를 거쳤다는 이유로 명의자의 통신요금 지급 의무를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도용’이라는 이름만 붙는다고 곧바로 면책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내가 한 게 아니다”라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통신사가 어떤 본인확인을 거쳤는지와 내 정보가 어떻게 유출됐는지를 함께 정리해야 합니다.
3. 개통 사실을 알게 된 뒤의 행동이 ‘추인’으로 해석되면 요금 책임이 살아납니다
도용 사실을 알고도 요금을 내거나 이용을 이어가면 사후에 개통을 인정한 것으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무권대리 계약은 본인이 추인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지만, 반대로 본인이 추인하면 계약은 체결한 때로 소급해 본인에게 효력이 생깁니다. 그런데 추인은 반드시 “인정합니다”라는 서면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추인은 무권리자의 처분이 있음을 알고 해야 하고, 명시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 할 수 있으며, 그 의사표시는 무권리자나 그 상대방 어느 쪽에 해도 무방하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7다3499 판결).
이 판결은 무권리자의 처분에 관한 것이지만, 무권대리의 추인에 관한 민법 제130조·제133조를 유추 적용한다고 밝힌 판결이어서 ‘알고서 한 명시적·묵시적 의사표시’라는 기준은 무단 개통 사건에서도 그대로 참고가 됩니다.
실무에서 문제 되는 장면은 이렇습니다. 도용 사실을 안 뒤에도 자동이체로 요금이 계속 빠져나가게 두거나, 통신사 상담에서 “일단 분납해서 정리하겠다”고 답하거나, 납부 약정서나 분납 각서에 서명하는 경우입니다. 통신사는 이런 사정을 들어 명의자가 개통을 알고 받아들였다고 주장할 수 있고, 약정서는 채무를 인정한 문서로 제출됩니다. 요금이 소액이라도 정리되기 전에 개통을 인정하는 듯한 말이나 서류를 남기지 않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은 ‘도용’과 ‘명의대여’의 구분입니다. 정부의 생활법령정보 안내는 명의자가 개인정보를 직접 제공했거나 개통 의사를 밝혀 대리점이 대신 서명한 경우를 명의대여로 보아 도용 구제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아는 사람이 부탁해서 신분증 사진을 보내 줬는데 휴대폰이 개통됐다”는 상황이라면 스스로 정보를 넘긴 경위 때문에 도용으로 인정받기 어렵고, 그 휴대폰이 사기에 쓰였다면 명의자로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을 수도 있어 요금과 별개의 대응이 필요합니다.
도용 사실을 알게 된 뒤에는 요금을 내거나 이용을 이어가는 행동 하나하나가 추인의 증거로 쓰일 수 있으므로, 이의 제기가 먼저입니다.
4. 명의를 도용해 개통한 사람은 사기·문서위조 등으로 함께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요금 분쟁과 별개로 도용자에게는 여러 죄가 겹쳐 적용되고, 그 수사 결과가 내 방어의 증거가 됩니다.
타인의 신분증 정보로 종이 가입신청서를 작성해 냈다면 사문서위조(형법 제231조)와 위조사문서행사(제234조)가 성립하고, 두 죄 모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비대면 개통에서 타인의 인증 정보를 입력해 가입 절차를 진행했다면 사전자기록위작(제232조의2,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컴퓨터등 사용사기(제347조의2)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통신사를 속여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제공받았다면 사기죄(형법 제347조 제1항)가 적용되고,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여기에 정당한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이용한 행위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 제3호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같은 법 제71조 제10호)이, 인터넷·문자 등을 통해 속이는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정보를 수집했다면 정보통신망법 제49조의2 제1항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같은 법 제72조 제1항 제2호)이 각각 문제 됩니다.
개통한 휴대폰을 사기 등에 쓸 목적이었다면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4 제1항 제3호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같은 법 제95조의2 제3호의2)까지 더해집니다. 이 죄들은 경합범(형법 제37조)으로 함께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이미 낸 요금이나 신용 문제로 입은 손해는 도용한 사람을 상대로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는 개통 대리점 기록, 단말기 수령 경위, 접속 정보는 그대로 “내가 계약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요금 분쟁의 증거가 되므로, 형사 고소와 요금 다툼을 따로 떼어 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5. 청구를 받았다면 통신사 이의 제기와 경찰 신고를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청구를 받은 날부터 이의 제기, 명의 확인, 신고의 순서로 기록을 쌓아야 합니다.
형사 절차는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도용자를 상대로 고소 또는 신고 → ②고소인·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도용자가 누구인지 모르더라도 성명불상자를 상대로 접수할 수 있고, 수사기관이 개통 대리점 기록과 단말기 수령 경위 등을 통해 특정해 나갑니다.
요금 청구 쪽에서는 통신사가 이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경우가 문제입니다. 지급명령은 채무자를 심문하지 않고 발령되는데(민사소송법 제467조),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제470조)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제474조). 낯선 이름의 지급명령 서류를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그냥 두는 것이 가장 위험한 대응입니다.
청구를 받았다면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엠세이퍼(www.msafer.or.kr)의 가입사실현황조회로 내 명의로 가입된 회선이 더 있는지 확인하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가입제한서비스를 설정합니다.
통신사에 명의도용 조사를 서면으로 신청해 접수 기록을 남기고, 개통 경위 확인과 함께 독촉·추심 중지를 요청합니다.
경찰에 고소 또는 신고해 접수증을 확보한 뒤 통신사에 제출하고, 신분증 분실·유출 경위(피싱 링크 접속, 신분증 사진 전송 등)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통신사가 도용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에는 통신민원조정센터에 무료로 조정을 신청할 수 있고, 그래도 청구가 이어지면 요금 채무가 없다는 확인을 구하는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명의도용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고소와 요금 채무 다툼을 함께 설계해 불필요한 납부와 추인 위험을 피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명의도용 피해는 “내가 한 게 아닌데 설마 나에게 청구하겠나”라는 생각과 “통신사가 알아서 바로잡아 주겠지”라는 기대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의를 도용당한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항의보다 개통일, 개통 대리점, 본인인증 방식, 내 정보가 새어 나간 경위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경찰 접수증과 통신사 조사 접수 기록이 쌓일수록 요금 분쟁과 형사 고소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지인의 부탁으로 신분증 사진이나 인증번호를 넘겼다가 요금과 수사를 함께 걱정하는 입장에서도 “도용당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정보를 넘긴 경위와 그 대가·목적, 개통된 휴대폰이 어디에 쓰였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명의 관련 분쟁에서 명의를 도용당한 쪽과 명의를 빌려준 것으로 의심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개통 경위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법리로 다투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청구서를 받고도 ‘내 일이 아니다’라며 넘기고 계신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급명령의 이의신청 기간이 지나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가 개통한 게 아니면 청구서를 그냥 무시해도 되나요?
A. 권하지 않습니다. 도용이 사실이더라도 통신사나 추심업체는 청구를 이어갈 수 있고, 지급명령을 받고 2주 안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조사를 의뢰해 기록을 남기는 것이 먼저입니다.
Q. 이미 몇 달 치 요금을 냈는데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도용이 인정되면 이미 낸 요금과 가입비·보증금 등은 환급 대상이 됩니다. 다만 도용 사실을 안 뒤에도 계속 냈다면 추인했다는 반박이 나올 수 있어, 언제 도용을 알았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Q. 가족이 몰래 개통했는데도 요금을 내야 하나요?
A.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납부 의무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다만 개통에 동의했거나 신분증을 직접 건넸다면 도용이 아니라 명의대여로 판단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주장이 가능합니다.
Q. 통신사가 본인확인을 다 거쳤다고 하면 결국 제가 내야 하나요?
A. 확인 절차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본인확인이 당시의 기술 수준에 맞는 적정한 것이었는지, 여러 독립적인 인증수단을 거쳤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하므로, 어떤 인증이 어떻게 통과됐는지 자료를 확인해야 합니다.
Q. 도용한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데 고소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범인을 특정하지 못해도 성명불상자를 상대로 고소·신고할 수 있고, 개통 대리점 기록과 단말기 수령 경위, 접속 정보 등을 통해 수사기관이 특정합니다.
Q. 앞으로 또 도용당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있나요?
A. 엠세이퍼의 가입제한서비스를 설정하면 타인이 내 명의로 통신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미리 차단할 수 있고, 신규 가입이나 명의변경이 있을 때 안내를 받는 서비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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