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준 상대가 사망하면 그 채무는 상속인에게 넘어갑니다. 상속인을 피고로 삼아 판결을 받았는데, 정작 집행 단계에서 아무것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상속인의 선택에 따라 책임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채권자와 상속인 양쪽에서 확인해야 할 점을 정리합니다.
한정승인은 책임의 범위를 바꿉니다
상속인은 상속으로 취득할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28조). 한정승인이 인정되면 판결 주문에 상속재산의 범위에서 지급하라는 제한이 붙습니다. 판결은 받았지만 상속재산이 없으면 회수할 몫도 없는 구조입니다.
포기는 소급해 효력이 생깁니다
상속의 포기는 상속개시된 때에 소급해 효력이 있습니다(민법 제1042조). 포기한 사람은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되므로 채무도 승계하지 않습니다. 다만 포기는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가정법원에 신고해야 하고(같은 법 제1019조 제1항, 제1041조), 그 기간을 넘기면 원칙적으로 단순승인이 됩니다.
판결에 제한이 붙지 않았다면
소송에서 한정승인이나 포기가 주장·증명되지 않으면 제한 없는 판결이 나옵니다. 이 경우 채권자는 판결대로 집행할 수 있습니다. 상속인이 뒤늦게 포기 사실을 들고 나오더라도, 확정된 판결의 집행력을 없애려면 상속인이 청구에 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해야 하고(민사집행법 제44조), 그 소가 제기되면 법원이 집행정지를 명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46조 제2항). 채권자가 먼저 상속인의 선택을 조사해 판결을 고칠 의무는 없습니다.
상속인이 조심해야 할 행동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하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봅니다(민법 제1026조 제1호). 부동산을 팔거나 예금을 인출해 쓰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저당권자가 담보권을 실행해 차량이나 부동산을 매각하는 것은 채권자의 권리 행사이므로 상속인의 처분행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한정승인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상속재산에 손대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상속재산파산이라는 선택
상속재산으로 상속채권자와 유증을 받은 자에 대한 채무를 완제할 수 없는 때에는 법원이 신청에 따라 결정으로 파산을 선고합니다(채무자회생법 제307조). 상속재산이 여러 건이고 채권자도 여럿이어서 한정승인만으로 정리가 어려운 경우에 쓰는 방법입니다. 절차가 끝나고 남은 재산이 상속인에게 돌아오더라도 그 돈은 여전히 상속재산의 성격을 가지므로, 신고하지 않은 채권자가 뒤늦게 청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별도 계좌에 보관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한정승인자는 고유재산에 대하는 것과 동일한 주의로 상속재산을 관리해야 합니다(민법 제1022조).
기간을 놓쳤다면 특별한정승인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3개월 안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19조 제3항). 소장을 받고서야 채무를 알게 된 경우가 전형적입니다. 이때 한정승인 신고에는 상속재산의 목록을 붙여야 하고(같은 법 제1030조 제1항), 이미 처분한 재산이 있으면 그 목록과 가액도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해외에 있는 상속인
상속인 중 한 사람이 외국에 살고 있어 입국이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신고는 본인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되고 국내 대리인을 통해 할 수 있습니다. 위임장에 재외공관의 인증을 받는 절차가 필요해 시간이 걸리므로, 3개월 기한을 역산해 준비해야 합니다. 기간이 촉박하면 이해관계인의 청구로 가정법원이 기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1019조 제1항 단서). 연장 청구는 3개월이 지나기 전에 해야 합니다.
채권자가 먼저 확인할 것
소송을 내기 전에 상속인의 승인 형태부터 확인하는 편이 시간을 아낍니다.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사건은 피상속인의 마지막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에 접수되므로, 해당 법원에 사건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나의 사건검색은 사건번호를 알아야 조회되므로, 검색되지 않는다고 해서 사건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상속재산의 범위는 등기부와 자동차등록원부, 금융거래 조회로 확인하고, 저당권이 설정된 재산은 담보권자가 먼저 가져간다는 점을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채권자의 실무적 선택
상속인을 상대로 집행할 때에는 먼저 재산부터 확인하는 편이 비용을 아낍니다. 재산명시를 신청하고(민사집행법 제61조), 제출된 목록으로 부족하면 재산조회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74조 제1항 제2호). 조회 결과가 없다면 집행을 보류하고 판결의 시효만 관리하는 선택도 합리적입니다.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므로, 상속인의 자력이 생기는 시점을 기다릴 수 있습니다.
정리
판결문의 문구 하나가 회수 가능성을 좌우합니다. 상속재산의 범위에서 지급하라는 제한이 붙어 있는지, 상속인이 실제로 무엇을 받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상속이 얽힌 사건에서는 판결을 받는 것과 돈을 받는 것이 다른 문제입니다. 채권자는 상속인의 승인 형태와 상속재산의 존부를 먼저 확인해야 하고, 상속인은 기간과 처분 행위를 조심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3개월이라는 기간이 사건의 방향을 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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