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온라인 상담에는 이름을 빌려준 뒤에 책임을 떠안게 된 사람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지인에게 이름을 빌려주어 법인을 세웠는데 그 법인의 체납세금 9천만 원에 대해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된 사람, 명의수탁자로 빌라 여러 채를 떠맡았다가 국세와 지방세 5억 원 이상을 부과받은 사람, 가상자산 환전 아르바이트라는 말을 믿고 자기 계좌를 쓰게 했다가 사기방조 조사를 받게 된 사람이 있었습니다.
세 사람 모두 같은 말을 했습니다. 이름만 빌려주었을 뿐 실제로 한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은 이름이 남아 있는 곳에서 책임을 먼저 묻고, 실제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본인이 입증하도록 합니다. 세금, 계좌, 부동산의 세 영역에서 그 구조를 정리합니다.
세금 — 명의상 주주에게 오는 제2차 납세의무
법인의 재산으로 체납세금을 충당할 수 없으면 과점주주가 그 부족액에 대해 제2차 납세의무를 집니다. 국세기본법 제39조 제2호는 과점주주를 발행주식의 100분의 50을 초과하여 소유하면서 법인의 경영에 대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로 정하고 있습니다. 명의만 올라 있고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이 요건을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법인 통장과 인감을 누가 관리했는지, 이사회나 주주총회에 실제로 참석한 적이 있는지, 급여나 배당을 받았는지가 판단 자료가 됩니다.
문제는 기간입니다. 제2차 납세의무 지정에 불복하려면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심사청구나 심판청구를 해야 합니다(국세기본법 제61조 제1항, 제68조 제1항). 통지서를 받고도 이름만 빌려주었으니 상관없다고 생각해 기간을 넘기면, 이후에는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 경우에만 인정되는 무효확인소송밖에 남지 않습니다.
형사 책임도 따로 있습니다. 조세범 처벌법 제11조 제2항은 조세 회피나 강제집행 면탈을 목적으로 자신의 명의로 타인이 사업자등록을 하도록 허락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그런 목적을 알지 못했다는 점을 설명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명의를 빌려줄 당시 실제 운영자가 어떤 설명을 했는지 남아 있는 대화 기록이 가장 직접적인 자료입니다.
계좌 — 대가를 받았다면 목적과 무관하게 처벌 대상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는 대가를 주고받거나 약속하면서 통장이나 인증수단 같은 접근매체를 대여하거나 보관·전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같은 법 제49조 제4항 제2호). 범죄에 쓰일 줄 몰랐더라도 대가를 받고 계좌를 쓰게 했다면 이 조항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계좌에 들어온 피해금을 명의인이 꺼내 쓴 경우는 더 무겁습니다. 대법원은 사기 피해자가 송금한 돈이 들어온 계좌의 명의인이 그 돈을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봅니다. 회사가 연락을 끊었으니 자기 몫으로 알았다는 설명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조사 전에 피해금을 반환하고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분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환 여부를 먼저 결정해야 합니다.
민사 책임도 남습니다. 피해자는 명의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명의인이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하면 피해금 환급 절차는 멈추고 소송으로 결론을 내게 됩니다(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5조 제1항 제5호).
부동산 — 명의수탁자에게 남는 세금과 처벌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는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지만, 그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합니다. 등기부상 소유자인 명의수탁자에게 재산세와 양도 관련 세금이 부과되고, 그 부동산을 담보로 한 채무와 임대차 관계의 책임도 명의수탁자에게 청구됩니다. 임차인이 여러 명인 다세대주택이라면 보증금 반환 소송과 강제경매가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함께 진행되고, 실제 소유자에게 구상을 청구하려면 명의신탁 사실을 따로 입증해야 합니다.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자기 명의로 등기한 명의수탁자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같은 법 제7조 제2항). 형사처벌을 받은 뒤에도 세금은 그대로 남고, 조세는 파산과 면책으로도 소멸하지 않습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1호).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실제 소유자에게 과세해야 한다는 조세불복을 기간 안에 제기하는 것이 유일한 정면 대응입니다.
이미 이름을 빌려주었다면
첫째, 통지서의 수령일부터 확인하십시오. 조세 불복은 90일, 형사 항소는 7일, 민사 항소는 2주처럼 절차마다 기간이 짧고, 기간이 지나면 다툴 방법 자체가 줄어듭니다.
둘째, 실제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자료를 모으십시오. 법인 통장과 도장을 누가 관리했는지, 계약서에 누가 서명했는지, 급여나 배당을 받은 적이 있는지, 실제 운영자와 주고받은 대화가 핵심입니다. 실제 운영자에게 구상을 청구할 때도 같은 자료가 쓰이므로 원본을 보관해 두십시오.
셋째, 진술은 처음부터 일관되어야 합니다. 조사 단계에서 한 진술은 이후 조세 불복과 민사 소송에서도 그대로 쓰입니다. 무엇을 알았고 무엇을 몰랐는지 시간순으로 정리한 뒤에 조사에 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름을 빌려주는 일은 한 번의 서명으로 끝나지만, 그 뒤의 책임은 세금과 형사와 민사로 나뉘어 오랫동안 이어집니다. 이미 통지를 받았다면 기간이 남아 있을 때 대응 순서를 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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