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온라인 상담에는 오래된 빚을 두고 올라온 질문이 여러 건 있었습니다. 2017년에 연체된 대출의 연대보증인에게 대부업체가 추심 문자를 보냈고, 확인해 보니 채권자가 2022년에 지급명령을 신청했다가 스스로 취하한 이력이 있다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70대 부모가 시효 중단을 구하는 소장을 받고 답변서를 준비하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두 질문 모두 결론은 같은 곳에서 갈립니다. 시효가 언제부터 진행했고, 그사이에 무엇이 시효를 멈추었는가입니다.
기산점은 연체일이 아니라 기한이익 상실일입니다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합니다(민법 제166조 제1항). 할부나 분할상환 약정이 있는 대출은 한 번 연체했다고 곧바로 전액을 청구할 수 있게 되지 않고, 약정에서 정한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해야 잔액 전부의 이행기가 도래합니다. 추심 문자에 적힌 최초 연체일과 실제 기한이익 상실일이 몇 달씩 차이 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기간도 채권의 성질에 따라 다릅니다. 일반 민사채권은 10년이지만 상행위로 생긴 채권은 5년입니다(상법 제64조). 대부업자나 금융기관의 대출금은 상사채권으로 보는 것이 통상이므로 5년을 기준으로 계산하게 됩니다. 계산의 출발점을 한 달만 잘못 잡아도 결론이 뒤집히므로, 여신거래약정서의 기한이익 상실 조항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소를 냈다가 취하하면 중단 효력은 사라집니다
재판상 청구는 시효를 중단시키지만, 그 소가 각하되거나 기각되거나 취하된 경우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습니다(민법 제170조 제1항). 지급명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채권자가 지급명령을 신청했다가 취하했다면 그 신청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취급되고, 시효는 중단 없이 계속 진행한 것이 됩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취하한 때부터 6개월 안에 다시 재판상 청구를 하거나 압류, 가압류, 가처분을 하면 최초의 청구 시에 시효가 중단된 것으로 봅니다(같은 조 제2항). 그래서 취하 이력만 확인하고 안심해서는 안 되고, 취하 직후 6개월 사이에 다른 신청이 있었는지까지 사건검색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채권이 여러 차례 양도되었다면 양수인이 낸 신청까지 살펴야 합니다.
승인은 시효를 처음으로 되돌립니다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인정하면 시효는 중단되고 그때부터 새로 진행합니다(민법 제168조 제3호, 제178조 제1항). 승인은 형식을 가리지 않습니다. 일부를 변제하거나, 변제 기일을 미뤄 달라고 요청하거나, 채무조정을 신청하면서 채권자 목록에 그 채무를 적는 것도 승인이 됩니다.
추심 문자에 회신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금액을 다투는 취지로 답장을 했더라도 채무가 있다는 전제에서 한 말이면 승인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시효 완성을 주장할 생각이라면 채권자와의 접촉 자체를 줄이고, 필요한 연락은 승인으로 읽히지 않도록 문구를 정한 뒤에 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보증인의 시효는 따로 세지 않습니다
보증인은 흔히 자신의 시효를 따로 계산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민법 제440조는 주채무자에 대한 시효의 중단은 보증인에 대하여 그 효력이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주채무자가 채무를 승인하거나 주채무자를 상대로 소가 제기되어 주채무의 시효가 중단되면, 보증채무의 시효도 함께 중단됩니다. 보증인이 그 사실을 몰랐더라도 결과는 같습니다.
반대 방향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보증인이 한 승인이나 일부 변제는 주채무의 시효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한편 보증채무는 주채무에 종속되므로 주채무가 시효로 소멸하면 보증채무도 소멸하고, 보증인은 주채무의 시효 완성을 스스로 원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증인이 확인해야 할 것은 자신의 이력이 아니라 주채무자의 이력입니다. 주채무자가 신용회복 절차를 밟았거나 일부라도 갚은 적이 있다면 시효 계산이 달라집니다.
판결이 확정되면 10년이 다시 시작됩니다
시효 중단을 구하는 소송을 방치하면 가장 나쁜 결과가 나옵니다. 답변서를 내지 않으면 무변론판결이 선고될 수 있고, 판결이 확정되면 단기 시효였던 채권도 10년의 시효를 새로 얻습니다(민법 제165조 제1항). 지급명령도 확정되면 같습니다.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안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확정되므로, 이 2주가 실무에서 가장 자주 놓치는 기한입니다.
답변서에는 시효 완성 사실과 그 계산 근거를 적고, 채권자가 주장하는 중단 사유가 있다면 그것이 취하나 각하로 효력을 잃었다는 점을 함께 적습니다. 서류가 어디로 송달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주소가 정리되지 않아 우편물을 받지 못한 사이에 판결이 확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오래된 빚을 받았을 때 확인할 순서는 정해져 있습니다. 기한이익 상실일을 찾아 시효의 시작점을 정하고, 사건검색으로 그동안의 소송과 신청 이력을 전부 뽑고, 취하된 신청이 있다면 그 뒤 6개월을 살피고, 주채무자의 승인 이력을 확인합니다. 그다음에야 시효가 완성되었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추심 문자 한 통에 답장하기 전에 이 순서를 밟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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