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온라인 상담에는 회사가 근로관계를 바꾸거나 끝내려는 상황에서 올라온 질문이 여러 건 있었습니다. 소속 사업부가 철수하면서 합의퇴직을 제안받은 5년차 직원, 부서가 없어지면서 전혀 다른 직무로 전환배치를 통보받고 이를 거부하면 월말에 퇴사 처리하겠다는 말을 들은 직원이었습니다. 두 질문은 모두 회사의 제안에 서명하기 전에 근로자가 무엇을 근거로 판단하고 협상할 수 있는가로 모아졌습니다.
사업부 폐지만으로 해고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경영상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 대상자를 정하고, 해고일 50일 전까지 근로자대표에게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해야 합니다(근로기준법 제24조).
판례는 회사가 여러 사업 부문 중 일부를 폐지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사업의 축소로 보고, 그 부문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이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폐지되는 부문이 인적·물적 조직과 재무에서 독립되어 있고 남은 부문으로 전환배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업무 성격이 다르다면, 사업 전체의 폐지와 같이 보아 이 요건 없이 해고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 사업부 사이에 인력 교류나 겸직이 있었는지, 직무가 얼마나 비슷한지가 중요한 사실이 됩니다.
전환배치를 거부했다고 자동으로 퇴사하지는 않습니다
근로자가 사직서를 내지 않았는데 회사가 정한 날짜에 근로관계를 끝내면 이는 해고입니다. 해고는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고(근로기준법 제27조),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제23조 제1항).
전환배치 자체도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가 입는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하고 근로자와 협의했는지를 따져 정당성이 판단됩니다. 거부 의사를 밝히는 대신 이의를 유보한다는 뜻을 서면으로 남기고 새 직무에 일단 응한 뒤 부당전보를 다투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사직서는 쓰지 않아야 합니다.
합의퇴직은 협상입니다
회사가 합의퇴직을 제안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경영상 해고의 요건과 절차가 까다롭고 분쟁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근로자는 해고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협상의 근거로 삼을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민법상 조건을 바꾼 승낙이 기존 제안의 거절과 새로운 제안으로 취급된다는 것입니다(민법 제534조). 역제안을 할 때는 기존 제안을 전제로 추가 사항을 협의하고 싶다는 형식을 취하고, 제안의 유효기간을 서면으로 확인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합의서에 넣을 수 있는 조건
금액 외에도 합의서에 담을 수 있는 항목은 많습니다. 퇴직 사유를 경영상 필요에 따른 권고사직으로 기재하는 조항은 실업급여 수급과 직결됩니다. 잔여 연차수당과 통지기간 급여의 정산 방식, 업무용 장비의 양도, 경력증명서와 추천서, 경업금지와 비밀유지 의무의 범위, 부제소 조항의 범위도 모두 협의 대상입니다. 특히 부제소 조항은 합의 후 체불 임금 등을 청구할 수 없게 만들 수 있으므로 적용 범위를 좁게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로금을 더 요구하려면 근거를 함께 제시하는 편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근속연수, 재취업에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 전환배치가 가능한 직무가 있는데도 검토되지 않았다는 사정이 대표적인 근거입니다. 다른 대상자와 조건이 다르다면 그 차이의 이유를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징계로 근로조건을 바꾸는 경우도 같은 원리입니다
같은 주에 무급 정직 3개월을 받은 직원의 질문도 있었습니다. 징계 역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법원은 징계 사유가 실제로 있었는지, 취업규칙이 정한 절차를 지켰는지, 징계 수위가 비위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지 않은지를 나누어 판단합니다.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기간 3개월이 지났더라도 법원에 징계무효확인과 정직 기간의 임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상시 5인 미만 사업장이라면
상시 근로자가 5인 미만인 사업장에는 해고의 정당한 이유, 경영상 해고의 요건,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경우 협상의 근거가 달라지므로 사업장 규모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30일 전 해고예고 또는 해고예고수당 규정은 적용됩니다(근로기준법 제26조).
해고된 뒤에도 남는 권리
경영상 이유로 해고된 근로자는 회사가 3년 안에 같은 업무를 할 근로자를 채용하려는 경우 원하면 우선적으로 고용될 권리가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25조). 부당해고나 부당전보라고 판단되면 해고 등이 있은 날부터 3개월 안에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야 합니다(제28조).
통보를 받았을 때의 순서
첫째, 사업부 폐지와 인사 조치의 사유를 서면으로 요청합니다. 둘째, 전환배치가 가능한 직무와 본인의 경력을 정리합니다. 셋째, 합의 조건은 반드시 서면으로 주고받고, 서명 전에 합의서 전체를 검토합니다. 넷째,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기간과 합의 제안의 유효기간 중 먼저 끝나는 날을 기준으로 일정을 잡습니다. 합의서에 서명한 뒤에는 강박이나 기망이 증명되지 않는 한 번복하기 어렵습니다.
회사의 결정이 통보되는 순간에는 선택지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해고 요건과 절차를 확인하면 협상할 수 있는 항목이 분명해집니다. 서명하기 전에 사실관계와 제안서를 정리해 상담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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