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우편으로 필로폰을 들여오다 적발된 밀수사범의 얼굴과 실명이 공개됐다는 보도를 접하면, 마약 사건도 이제 얼굴이 알려지는구나 하고 놀라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정작 투약 혐의로 조사받는 지인이나, 소액을 주고받은 매매 사건의 당사자를 두고는 신상이 공개됐다는 이야기가 좀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같은 마약류 사건인데 왜 어떤 사건은 신상공개로 이어지고, 어떤 사건은 애초에 그 대상조차 되지 않는 걸까요. 이 글에서는 마약 밀수·제조가 신상공개 대상이 되는 법적 근거와, 투약이나 단순 매매가 실제로 빠지는 구조적·실무적 이유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마약 사건 신상공개, 언제부터 가능해졌나 — 특정중대범죄법의 등장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약류 사건에는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 법적 근거 자체가 없었습니다. 신상공개는 오랫동안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살인·강도 등 극소수 강력범죄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성폭력범죄에만 국한된 제도였습니다. 마약을 밀수하거나 제조해 유통시킨 사람이라도, 그 죄명만으로는 얼굴을 공개할 법적 수단이 마련돼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공백을 메운 것이 2023년 10월 24일 제정되고 2024년 1월 25일부터 시행된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입니다. 이 법은 내란·외환, 폭발물 사용, 중상해·상해치사, 특정강력범죄, 성폭력범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에 더해 마약류 범죄 중 일부를 처음으로 신상공개 대상에 편입시켰습니다. 마약 범죄가 국민 건강에 미치는 해악과 조직적 유통구조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이 법 제정의 배경으로 작용했습니다.
마약 사건 신상공개는 2024년 1월 25일 시행된 특정중대범죄법으로 처음 생긴 제도이지, 마약류관리법 위반이라는 죄명 자체에 원래부터 있던 효과가 아니다.
신상공개 대상이 되는 마약류관리법 제58조 — 밀수·제조·매매가 걸리는 이유
특정중대범죄법 제2조 제9호는 특정중대범죄의 하나로 마약류관리법 제58조의 죄(같은 조 제4항은 제외)를 지정합니다. 제58조는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수출입(밀수)·제조·매매하거나 매매를 유인·권유·알선한 자, 그러한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자,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수수·조제·투약·제공한 자 등을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한 조문입니다. 영리목적이나 상습범이면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까지 올라갑니다.
여기에 더해 특정중대범죄법 제2조 제10호는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제6조(업으로서 한 불법수입 등)와 제9조 제1항(마약류로 인식하고 취득한 물품의 수출입)의 죄도 특정중대범죄로 지정합니다. 이 조문은 마약류 밀거래를 업으로 삼거나 조직적으로 수출입하는 행위를 별도로 무겁게 처벌하는 규정이어서, 국제 밀수조직이나 대규모 유통망이 걸린 사건은 이중으로 신상공개 대상 법조에 포함됩니다.
수출입(밀수) — 마약·향정신성의약품을 국내로 들여오거나 국외로 반출하는 행위.
제조 — 마약·향정신성의약품을 만들거나 그 원료를 가공하는 행위.
매매·매매의 유인·권유·알선 — 판매하거나 판매를 성사시키는 중개 행위.
업으로서 한 불법수출입 — 마약류불법거래방지법 제6조가 정한 영업적·조직적 밀거래.
왜 하필 밀수·제조인가 — 신상공개 요건과 맞아떨어지는 지점
특정중대범죄법 제4조 제1항은 신상정보를 공개하려면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과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것을 요구합니다. 밀수와 제조는 이 요건에 가장 잘 들어맞는 유형입니다. 밀수는 유통망의 시작점이고, 제조는 원료 단계부터 완제품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 통제한다는 점에서 사회에 미치는 해악의 규모와 재범 위험이 다른 마약범죄보다 크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대규모 물량을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로 들여오다 적발되는 사건은 대부분 여러 명이 역할을 나눈 조직 범행이고, 유통 대상이 불특정 다수로 넓게 퍼질 위험이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증거관계가 비교적 명확하고(세관 적발·물량 자체가 물증), 공개를 통해 얻는 재범 방지·범죄예방 효과도 크다고 판단되기 쉬워 신상공개 요건 충족이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반면 아래에서 볼 투약이나 소규모 매매는 이 요건 이전에 애초에 대상 법조 자체에서 갈립니다.
투약·단순 소지는 애초에 적용 법조 자체가 다르다 — 마약류관리법 제59조
필로폰처럼 마약류관리법 제2조 제3호 가목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스스로 소지·소유·사용(투약)·관리하는 행위는 같은 법 제3조 제5호 위반이지만, 처벌 조문은 제58조가 아니라 제59조 제1항 제5호입니다. 법정형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상습범이라도 제59조 제2항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그칩니다. 같은 제3조 제5호를 위반해도 수출입·제조·매매처럼 유통에 관여했는지, 아니면 스스로 소지·사용했을 뿐인지에 따라 적용 조문 자체가 제58조와 제59조로 완전히 나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특정중대범죄법 제2조 제9호가 지정한 조문은 "마약류관리법 제58조의 죄" 하나뿐입니다. 제59조는 이 조문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투약이나 단순 소지·소유·관리 행위는 아무리 여러 차례 적발되고 상습범으로 가중처벌되더라도, 신상공개의 전제가 되는 특정중대범죄 자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건 요건 판단 이전 단계, 즉 적용 법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구조적 배제라는 점에서 뒤에서 볼 매매의 경우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제58조(신상공개 대상) — 수출입·제조·매매·매매의 유인·권유·알선.
제59조(신상공개 대상 아님) — 소지·소유·사용(투약)·관리.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이라도 유통 관여 여부에 따라 적용 조문 자체가 갈린다.
'단순 매매'는 조문상 대상인데 왜 실제로는 빠지나 — 재량 요건의 문턱
여기서 흔히 오해가 생깁니다. 매매(판매) 행위 자체는 마약류관리법 제3조 제5호에도 포함되고, 제58조 제1항 제3호가 "매매하거나 매매를 유인·권유·알선"한 자까지 그대로 포괄하기 때문에, 지인 한두 명에게 소량을 판 경우라도 조문상으로는 제58조가 적용되어 특정중대범죄에 해당합니다. 즉 "매매는 신상공개 대상 법조 자체가 아니다"라는 설명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대상 법조에는 포함되지만, 실제 공개로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신상공개는 해당 죄에 해당한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제4조 제1항의 증거·공익성 요건에 더해, 제4조 제2항이 정한 범죄의 중대성, 범행 후 정황, 피해자 보호 필요성, 피해자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마약범죄는 특정 피해자가 없는 범죄이다 보니, 실무에서는 이 종합고려 요소가 사실상 유통 규모·조직성·재범 위험으로 대체되어 판단됩니다. 지인 간 소량 거래는 유통망이 좁고 조직성이 없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는 정당화가 상대적으로 취약해지고, 그 결과 신상공개 결정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실무상 드뭅니다.
단순 매매가 빠지는 이유는 법조문이 달라서가 아니라, 신상공개의 공익성 요건을 충족할 만큼 유통 규모와 조직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매매도 신상공개될 수 있는 경우 — 규모와 조직성이 관건
반대로 말하면, 매매라도 규모와 조직성이 커지면 신상공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대규모 유통조직의 총책이나 중간 판매책, 국제 밀수조직과 연계되어 물량을 공급받아 되파는 매매책, 영리 목적이나 상습으로 반복해 제58조 제2항의 가중처벌(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까지 적용되는 사안은 증거관계와 공익성 요건을 모두 충족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집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매매라는 죄명이라도 실제 신상공개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신상공개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매매냐 투약이냐"라는 죄명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넓은 범위에 얼마나 조직적으로 해악을 끼쳤는가입니다. 소량을 주고받은 개인 간 거래와, 조직을 이뤄 반복적으로 유통시킨 거래는 같은 매매라는 이름을 쓰더라도 신상공개 요건 충족 가능성에서 확연히 갈립니다.
신상공개 결정 절차와 대응 — 심의위원회, 의견진술, 유예기간
특정중대범죄법이 정한 절차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하기 전에 피의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하며(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서 이미 의견을 청취했다면 생략 가능), 공개를 통지한 날부터 5일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어야 합니다. 피의자가 서면으로 이의 없음을 표시하면 이 유예기간은 생략될 수 있습니다. 공개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30일간 이뤄지고, 공개되는 얼굴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결정일 전후 30일 이내의 최근 모습이어야 하며, 피의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어떤 경우에도 공개하지 않습니다.
수사 단계에서 신상공개 가능성이 거론된다면, 이 의견진술 절차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통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 조직성이 없다는 점, 초범이라는 점, 재범 방지·범죄예방이라는 공익 목적에 비추어 공개의 필요성이 낮다는 점을 구체적 자료로 소명하면 요건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도 절차상 하자나 재량권 일탈·남용이 있었다면 다툴 여지를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의견진술 기회 — 결정 전 반드시 부여(심의위원회 청취 시 생략 가능).
유예기간 — 통지 후 5일 이상(이의 없음 서면 표시 시 생략 가능).
공개 기간·범위 — 정보통신망 30일간, 얼굴·성명·나이로 한정.
미성년자는 예외 없이 공개 대상에서 제외.
자주 묻는 질문
Q. 필로폰을 여러 번 투약했는데도 신상공개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아닙니다. 투약은 마약류관리법 제59조가 적용되는데, 특정중대범죄법이 지정한 조문은 제58조뿐이어서 투약 혐의만으로는 신상공개의 전제가 되는 특정중대범죄 자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상습으로 가중처벌되더라도 이 결론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Q. 지인 한두 명에게 소량을 판매한 정도도 신상공개 대상 법조에 해당하나요?
A. 조문상으로는 매매도 마약류관리법 제58조에 포함되어 특정중대범죄에 해당합니다. 다만 신상공개는 자동이 아니라 증거·공익성 요건 판단을 거치므로, 조직성 없는 소량 거래는 실제 공개로 이어지는 사례가 드뭅니다.
Q. 마약을 밀수하기만 하면 무조건 얼굴이 공개되나요?
A. 아닙니다. 제58조에 해당해도 충분한 증거와 공공의 이익이라는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하고,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사건마다 재량으로 판단합니다.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의견 청취 절차도 함께 거칩니다.
Q. 신상공개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의견을 낼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결정 전 피의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하고, 통지 후에도 5일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도록 되어 있어 그 기간 안에 소명할 수 있습니다.
Q. 공개되는 얼굴 사진은 아무 사진이나 쓰이나요?
A. 아닙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결정일 전후 30일 이내의 최근 모습으로 한정되고, 다른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보관 중인 사진이나 영상물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피의자가 미성년자라면 어떤 경우에도 공개하지 않습니다.
Q. 매매책으로 조사받는데 조직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을 미리 소명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A. 의미가 있습니다. 신상공개는 유통 규모와 조직성이 클수록 공익성 요건이 쉽게 인정되는 구조여서, 거래 규모가 작고 조직적 유통이 아니었다는 점을 자료로 뒷받침하면 요건 판단 단계에서 고려될 수 있습니다.
맺음말
마약 사건의 신상공개는 죄명이 아니라 적용 법조와 그 안의 공익성 요건으로 갈립니다. 투약과 단순 소지는 마약류관리법 제59조가 적용돼 애초에 신상공개 대상 법조 자체가 아니고, 매매는 제58조에 포함돼 조문상으로는 대상이지만 유통 규모와 조직성이 크지 않으면 실제 공개로 이어지는 사례가 드뭅니다. 반면 밀수와 제조, 조직적 대량 유통은 증거관계와 공익성 요건을 함께 충족하기 쉬워 신상공개의 실제 표적이 되어 왔습니다.
인계동이나 안산 등 마약 사건 수사가 잦은 지역에서는 수원지검·수원구치소로 사건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신상공개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인이나 가족이 연루된 사건이 밀수·제조에 가까운지, 단순 투약·소지에 그치는지에 따라 대응 방향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조사 초기 단계부터 혐의의 성격을 정확히 짚어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