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온라인 상담에 올라온 질문 가운데 여러 건이 내용증명과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지역주택조합 가입을 철회하려는 분, 분양계약 해제를 요청하려는 분, 잔금일을 앞두고 매도인에게 협조를 요구하려는 분, 전 직장에서 받은 내용증명에 회신하려는 분이었습니다. 질문은 달랐지만 공통으로 물은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내용증명이 언제 효력을 갖는지, 그리고 그 문서가 나중에 어떻게 쓰이는지입니다.
내용증명이 증명하는 것
내용증명은 어떤 내용의 문서를 누가 누구에게 언제 발송했는지를 우체국이 증명하는 우편 제도입니다. 우체국이 발송인이 낸 문서의 등본을 보관하므로, 나중에 상대방이 받은 적이 없다거나 내용이 달랐다고 다투면 이 등본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내용증명 자체에 특별한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해제 통지, 이행 최고, 청약 철회 같은 의사표시의 효력은 민법과 개별 법률이 정하고, 내용증명은 그 의사표시를 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수단입니다.
원칙은 도달한 때입니다
민법 제111조는 상대방이 있는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계약 해제 통지나 이행 최고는 상대방이 받아 볼 수 있는 상태가 된 날 효력이 생깁니다. 보낸 날이 아니라 받은 날이 기준이므로, 기한이 걸린 통지는 도달에 걸리는 기간을 계산해 여유 있게 보내야 합니다.
판례는 내용증명 우편이 반송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무렵 도달한 것으로 봅니다. 상대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수령을 거절한 경우에도 내용을 알 수 있는 상태에 놓였다면 도달한 것으로 봅니다. 반면 수취인 부재나 주소 불명으로 반송되었다면 도달하지 않은 것이므로, 다른 주소로 다시 보내거나 문자와 이메일을 함께 활용해야 합니다.
보낸 날 효력이 생기는 예외
소비자를 보호하는 일부 법률은 발송한 날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주택법 제11조의6 제3항은 지역주택조합 가입 청약을 서면으로 철회하면 그 서면을 발송한 날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30일 철회 기간의 마지막 날이라도 발송하면 기간을 지킨 것이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발송일을 증명하는 내용증명의 쓰임이 더 커집니다.
시효를 지키려면 6개월 안에 후속 절차가 필요합니다
채무 이행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은 민법상 최고에 해당해 소멸시효를 중단시킵니다. 다만 민법 제174조에 따라 최고 후 6개월 안에 소 제기, 지급명령 신청, 압류나 가압류 같은 절차를 밟지 않으면 시효 중단의 효력이 없어집니다. 시효 만료가 가까운 채권을 내용증명만으로 지킬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채권양도 통지는 확정일자 있는 증서로 해야 채무자 외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450조 제2항). 내용증명 우편은 확정일자 있는 증서로 인정되므로, 같은 채권을 두고 압류채권자와 우선순위를 다투는 경우에는 통지 방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문구는 나중에 증거로 쓰입니다
내용증명은 상대방도 보관하고 소송에서 증거로 제출합니다. 그래서 무엇을 요구했는지만큼 어떤 표현을 썼는지가 중요합니다.
잔금을 치를 수 없는 사정을 설명하려고 "자력을 상실했다",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쓰면 이행거절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행거절이 인정되면 상대방은 최고 없이 바로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협의를 요청하려던 문서가 상대방에게 해제 근거를 제공하는 결과가 됩니다.
회신서도 같습니다.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사실관계를 필요 이상으로 설명하면 그 가운데 불리한 부분이 자백처럼 쓰일 수 있습니다. 회신서에는 부인할 사실과 상대방에게 특정해 달라고 요구할 사항을 적고, 추측이나 감정 표현은 넣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회신하지 않으면 인정한 것이 되는가
내용증명을 받고 회신하지 않았다고 해서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회신 의무를 정한 규정은 원칙적으로 없습니다. 예외로 상법 제53조는 상시 거래관계에 있는 상인이 영업부류에 속한 계약의 청약을 받고 지체 없이 낙부를 통지하지 않으면 승낙한 것으로 봅니다. 거래처 사이의 청약이라면 회신하지 않는 것이 불리할 수 있습니다.
회신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주장만 기록에 남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소송이 예상되는 사안이라면 사실과 다른 부분을 부인하는 짧은 회신이라도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문자와 이메일도 통지가 될 수 있습니다
법이 서면을 요구하지 않는 통지라면 문자나 이메일로 한 의사표시도 상대방이 읽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을 때 효력이 생깁니다. 다만 상대방이 받지 못했다고 다투면 도달을 입증하기가 내용증명보다 어렵습니다. 기한이 걸린 통지나 계약을 끝내는 통지는 내용증명으로 보내고, 문자나 이메일은 상대방이 내용을 빨리 알 수 있도록 함께 보내는 용도로 쓰는 편이 좋습니다.
받는 사람을 잘못 정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상대방의 직장이나 가족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상대방의 잘못을 알리면 명예훼손이나 채권추심법 위반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내용증명은 의사표시의 상대방 본인에게 보내는 것이 원칙이고, 법인이라면 등기부상 본점 주소와 대표이사를 수신인으로 적습니다.
내용증명은 우체국 창구나 인터넷우체국에서 누구나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효력이 생기는 시점, 시효와의 관계, 문구가 증거로 쓰이는 방식을 따져 보면 보내기 전에 확인할 것이 적지 않습니다. 기한이 걸린 통지이거나 소송이 예상되는 사안이라면 발송 전에 문안을 검토받으시길 권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