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을 받은 뒤 수사기관이 같은 영장을 들고 며칠 뒤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장에 적힌 유효기간이 아직 남아 있으니 문제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법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재집행을 위법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효기간과 집행 가능 횟수는 전혀 다른 개념이고, 이 둘을 혼동하면 수사기관의 재방문에 순순히 응했다가 정작 중요한 방어권을 놓치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압수수색영장의 유효기간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언제부터 영장의 효력이 소멸하는지, 그리고 위법한 재집행을 당했을 때 무엇을 확인하고 어떻게 다퉈야 하는지 순서대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압수수색영장 유효기간의 의미 — 집행 횟수가 아니라 착수 시한
검사는 형사소송법 제215조에 따라 범죄수사에 필요하고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으며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는 범위에서 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습니다. 같은 법 제219조가 준용하는 제114조 제1항 제6호는 영장에 유효기간을 적되, "그 기간이 지나면 집행에 착수할 수 없으며 영장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취지"를 반드시 함께 기재하도록 정합니다. 조문 문언 그대로 읽으면 유효기간이 규율하는 것은 딱 하나, 언제까지 집행에 착수할 수 있는가 하는 시한입니다.
실무에서 흔히 벌어지는 오해는 유효기간을 '이 기간 안에는 몇 번이든 다시 쓸 수 있는 이용권'처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조문 어디에도 "유효기간 내 재집행을 허용한다"는 문구는 없고, 반대로 '집행 착수'라는 한 시점만을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간극을 채운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 다음 항목에서 보듯, 판례는 유효기간이 남아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집행이 한 번 종료되면 그 영장은 목적을 달성해 효력을 잃는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압수수색영장의 유효기간은 집행에 착수할 수 있는 종기를 정한 것일 뿐, 그 기간 안에서 몇 번이고 집행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압수수색영장 재집행 금지 원칙 — 대법원이 밝힌 일회성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것이 대법원 1999. 12. 1.자 99모161 결정입니다. 대법원은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되는 유효기간이 집행에 착수할 수 있는 종기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수사기관이 영장을 제시하고 집행에 착수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그 집행을 종료했다면 이미 그 영장은 목적을 달성해 효력이 상실된다고 판시했습니다. 동일한 장소나 목적물에 대해 다시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면 그 필요성을 소명해 법원으로부터 새로운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 것이지, 앞서 발부받은 영장의 유효기간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이를 다시 제시하고 집행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 법리는 2023년에도 그대로 재확인됐습니다. 대법원 2023. 10. 18. 선고 2023도8752 판결은 99모161 결정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고 집행에 착수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집행을 종료했다면 그 영장은 이미 효력을 상실했다고 재차 확인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엄격하게 보는지는 영장주의의 취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압수수색은 헌법 제12조 제3항이 정한 영장주의의 적용을 받는 강제처분이고, 한 번의 영장 심사는 그 시점에 소명된 필요성과 범위만을 허가한 것이므로, 필요성이 다시 생겼다면 그때마다 법관이 다시 심사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법원 99모161 결정과 2023도8752 판결은 모두 같은 결론이다 — 집행이 종료된 영장은 유효기간이 남아 있어도 다시 쓸 수 없고, 재집행이 필요하면 새 영장을 받아야 한다.
집행 종료와 일시 중지의 구별 — 어디까지가 '같은 집행'인가
다만 모든 재방문이 위법한 재집행은 아닙니다. 판례가 금지하는 것은 집행을 마친 뒤 다시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고, 애초의 집행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일시 중단됐다가 같은 영장의 유효기간 내에 그 집행을 재개하는 것은 별개로 취급됩니다. 예를 들어 수색 대상 장소에 사람이 없어 문을 열지 못해 잠시 대기하다가 같은 날 다시 들어간 경우, 목적물의 양이 많아 하루 만에 확인을 마치지 못해 다음 날 이어서 작업한 경우, 야간집행 제한 때문에 낮 동안의 집행을 저녁에 중단했다가 다음 날 다시 이어가는 경우는 원래 집행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이를 구별하는 실질적인 기준은 애초 영장이 허가한 목적물 확보나 수색 범위 확인이 이미 달성되었는지입니다. 목적물을 찾아 압수하고 압수목록까지 교부해 절차가 마무리됐다면 그 시점에 영장은 목적을 달성해 효력을 잃습니다. 반대로 애초 예정된 수색·확인 작업 자체가 물리적 사정으로 끝나지 못한 상태에서 짧은 시간 안에 이어서 재개하는 것이라면, 이는 새로운 압수수색이 아니라 중단됐던 하나의 집행이 계속되는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집행 종료 후 재방문 — 압수목록 교부 등으로 절차가 이미 끝난 뒤 다시 오는 경우, 위법한 재집행에 해당할 소지가 큼.
부득이한 일시 중단 후 재개 — 목적물 확보 작업 자체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물리적 사정으로 잠시 멈췄다가 이어가는 경우.
구별 실익 — 전자는 새 영장이 필요, 후자는 원래 영장으로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결과가 갈림.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재집행 함정 — 복제본을 다시 뒤지는 경우
휴대전화나 컴퓨터처럼 전자정보를 압수하는 사건에서는 재집행 문제가 좀 더 복잡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2023도8752 판결의 사안이 그 전형입니다. 경찰은 한 피해자에 대한 범죄사실로 발부받은 영장에 따라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복제본(이미징)을 만들고 그 안에서 혐의사실 관련 정보를 선별해 압수를 완료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그 복제본이 저장돼 있던 경찰관 컴퓨터에서 다른 피해자에 대한 별도 범죄사실의 증거를 다시 탐색해 압수했고, 검사의 보완수사요구에 따라 뒤늦게 제2영장을 발부받아 같은 컴퓨터에서 재차 증거를 압수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과정 전체를 위법하다고 봤습니다. 수사기관은 복제본에서 혐의사실 관련 정보(유관정보)를 선별해 압수를 완료하면 그와 관련 없는 정보(무관정보)를 삭제·폐기해야 하고, 새로운 범죄 혐의 수사를 위해 무관정보가 남아 있는 복제본을 다시 열람하는 것은 영장 없이 전자정보를 수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판시했습니다. 새로운 범죄를 수사하려면 그 복제본 자체가 아니라, 기존 압수수색에서 이미 출력·복제해 둔 유관정보의 결과물만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제2영장을 뒤늦게 받았다는 사정도 앞선 위법한 열람 자체를 치유하지는 못한다는 것이 이 판결의 결론입니다.
위법한 재집행의 효과 — 위법수집증거와 준항고
재집행이 위법하다고 인정되면 그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정한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에 따라 증거로 쓸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그 증거 자체는 물론, 그 증거를 단서로 이어진 2차적 증거까지도 인과관계가 단절됐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함께 증거능력을 잃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재집행으로 확보한 자료가 이미 기소 단계까지 넘어간 상황이라면, 공판 과정에서 그 압수 경위 자체의 위법성을 다투는 것이 방어의 핵심 축이 됩니다.
수사 단계에서 곧바로 다툴 수 있는 절차도 마련돼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17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압수에 관한 처분에 불복이 있으면 그 직무집행지를 관할하는 법원에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는데, 이것이 준항고입니다. 재집행이라고 판단되는 상황이라면 압수물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도 준항고를 통해 그 처분 자체의 위법성을 법원에서 다퉈 취소를 구할 수 있고, 이는 뒤에 형사재판에서 증거능력을 다툴 때의 근거 자료로도 이어집니다.
재집행을 당했다면 — 확인해야 할 것과 대응 절차
현장에서 수사기관이 다시 압수수색을 나왔다면, 그 자리에서 반드시 확인해 둬야 할 사실들이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19조가 준용하는 제118조에 따라 영장은 처분받는 사람에게 반드시 제시돼야 하고, 피의자에게는 사본까지 교부해야 합니다. 처음 집행 때와 같은 영장 번호·발부일자가 그대로인지, 이번이 몇 번째 방문인지, 지난 집행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종료됐는지를 그 자리에서 정확히 확인하고 기록해 두는 것이 이후 다툼의 출발점이 됩니다.
지난 집행 당시 압수목록을 교부받았는지도 중요한 판단 자료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19조가 준용하는 제129조는 압수를 마치면 곧바로 목록을 작성해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어, 이미 목록을 받은 뒤라면 그 압수수색은 이미 종료된 것으로 볼 근거가 됩니다. 아래 사항들을 정리해 두면 이후 준항고나 공판에서의 증거능력 다툼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이번에 제시된 영장이 처음 집행 때와 같은 영장인지, 새 영장인지 확인.
지난 집행 당시 압수목록을 교부받았는지, 받았다면 그 날짜와 내용.
지난 집행이 목적물 확보로 끝난 것인지, 아니면 물리적 사정으로 중단됐던 것인지.
이번 방문의 영장 제시·사본 교부·참여권 보장 여부를 그 자리에서 메모하거나 촬영해 기록.
실무에서 흔한 오해 — 여러 장소 기재나 유효기간 도과와 헷갈리지 말 것
재집행 금지 원칙을 다른 상황과 혼동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나의 영장에 수색할 장소가 여러 곳 기재돼 있다면, 그 장소들을 순서대로 옮겨 다니며 집행하는 것은 처음부터 하나의 영장이 허가한 범위 안의 일이므로 재집행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애초 영장 자체가 여러 장소에 대한 집행을 예정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하나의 장소에서 집행을 마친 뒤 같은 장소를 다시 찾는 경우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반대로 유효기간이 이미 지난 뒤 처음으로 집행에 착수하려는 경우는 재집행 문제와는 또 다른 차원의 하자입니다. 이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114조 제1항 제6호가 정한 대로 애초에 집행 자체에 착수할 수 없는 상태이므로, 영장을 반환해야 하고 그 상태에서 이뤄진 집행은 그 자체로 위법합니다. 재집행 금지 원칙(유효기간이 남았어도 이미 끝난 집행은 다시 못 한다)과 유효기간 도과 후 착수 금지(유효기간이 지나면 애초에 시작도 못 한다)는 서로 다른 국면을 규율하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실제 상황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부터 구별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압수수색영장 유효기간이 남았는데 수사기관이 다시 왔다면 무조건 위법인가요?
A. 지난번 집행이 목적물 확보 등으로 이미 종료됐다면 유효기간이 남아 있어도 재집행은 원칙적으로 위법합니다. 다만 지난 집행이 물리적 사정으로 일시 중단됐다가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라면 같은 집행의 계속으로 볼 여지가 있어, 종료 여부를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Q. 압수수색 중 못 찾은 물건이 있어 다음 날 다시 왔다면 재집행인가요?
A. 애초 예정된 수색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짧은 기간 안에 이어서 재개하는 것이라면 새로운 집행이 아니라 중단된 집행의 연장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압수목록 교부 등으로 이미 절차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면 다시 방문한 것 자체가 새로운 집행으로 취급될 가능성이 큽니다.
Q. 휴대전화 복제본에서 다른 범죄 증거가 나오면 그대로 쓸 수 있나요?
A. 원래 영장의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정보가 담긴 복제본을 새로운 범죄 수사를 위해 다시 열람하는 것은 영장 없는 수색과 같아 위법하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 새 범죄를 수사하려면 그 복제본이 아니라 새 영장을 발부받아 별도로 압수해야 합니다.
Q. 위법한 재집행으로 확보한 증거는 무조건 재판에서 못 쓰나요?
A.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것이 원칙이고, 그 증거를 단서로 이어진 2차적 증거도 인과관계가 단절됐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함께 배제됩니다. 다만 개별 사건에서 그 예외 사유가 인정되는지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다퉈질 수 있습니다.
Q. 재집행이라고 생각되면 현장에서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A. 제시된 영장이 이전과 같은 영장인지, 지난 집행이 언제 어떻게 종료됐는지, 압수목록을 이미 교부받았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기록해야 합니다. 이를 근거로 준항고를 통해 처분의 취소를 구하거나, 이후 공판에서 증거능력을 다투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Q. 영장에 여러 장소가 함께 적혀 있으면 순서대로 도는 것도 재집행인가요?
A. 아닙니다. 하나의 영장이 처음부터 여러 장소에 대한 집행을 예정하고 있었다면 그 장소들을 옮겨 다니며 집행하는 것은 애초 허가된 범위 안의 일입니다. 재집행 문제는 같은 장소·목적물에 대한 집행이 이미 끝난 뒤 다시 그곳을 찾는 경우에 발생합니다.
맺음말
압수수색영장의 유효기간은 몇 번이고 다시 쓸 수 있는 이용권이 아니라, 집행에 착수할 수 있는 시한일 뿐입니다. 대법원은 집행이 한 번 종료되면 그 영장은 목적을 달성해 효력을 잃는다는 원칙을 오래전부터 유지해 왔고, 전자정보 복제본을 다시 뒤지는 방식의 우회적인 재집행에도 같은 법리를 적용해 왔습니다. 유효기간이 남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재방문에 순순히 응하기보다, 지난 집행이 실제로 종료된 것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수원지검이나 안산·시흥 등 경기남부 관할 수사기관에서 압수수색이 반복되는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라면, 준항고 청구 기한을 놓치기 전에 지난 집행 경위를 정리해 법률 조력을 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위법한 재집행 여부를 판단하려면 압수수색 당시의 세부 경위를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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