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 돈으로 공동구매한 마약인데 저만 매수·유통으로 가중되나요
사건 개요
친한 지인 서너 명이 모여 "다 같이 사면 싸게 살 수 있다"며 돈을 갹출하고, 그중 한 사람이 판매자와 연락을 주고받아 대표로 물건을 받아 오는 방식의 공동구매 상담이 적지 않게 들어옵니다. 각자 낸 돈은 똑같이 나눈 몫이고, 대표로 나섰던 사람도 자기 몫을 뗀 나머지는 약속대로 지인들에게 그대로 건넸을 뿐입니다. 그런데 수사가 시작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판매자와 실제로 연락하고 물건을 넘겨받은 사람, 즉 대표로 나섰던 사람에게 먼저 초점이 맞춰지고, 그 사람에게는 "본인 몫을 산 것"에 더해 "나머지를 지인들에게 건넨 것"까지 함께 문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당사자는 억울함을 느낍니다. "나도 그냥 같이 산 사람 중 하나인데, 왜 나한테만 넘겨받고 넘겨준 것까지 다 붙는가"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마약류관리법)은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사람의 매수·소지와, 매매·매매알선·제공·수수를 같은 조문 안에서도 별개의 금지행위로 나란히 열거하고 있습니다(제4조제1항). 즉 "돈을 내고 물건을 받은 행위"와 "그 물건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건넨 행위"는 법적으로 서로 다른 잣대로 평가될 수 있는 별개의 행위이고, 이 두 행위를 모두 한 사람에게 붙일 수 있는지 여부가 공동구매 사건에서 형량을 가르는 핵심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공동구매 대표로 나섰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형이 가중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구조를 어떻게 정리해 방어하느냐에 따라 실제 적용되는 죄명과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대표로 나섰다는 이유로 매수죄에 더해 제공·수수죄까지 겹쳐 붙는 구도로 흘러가느냐, 아니면 지인들 전원이 매수의 공동정범으로 함께 평가되어 책임이 분산되느냐는 수사 초기부터의 진술과 증거 구성에 달려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형량을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대표로 물건을 받아 지인들에게 나눠준 행위가 단순한 '전달'인지, 아니면 '제공'·'수수' 내지 '매매의 알선'으로 평가될 행위인지입니다(마약류관리법 제4조제1항). 둘째, 그 나눠줌에 영리성이 있었는지입니다 — 마진을 붙이지 않고 각자 낸 돈만큼 정확히 나눈 것인지, 아니면 대표자가 더 많이 가져갔거나 수고비 명목의 차익을 취했는지에 따라 적용 조문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셋째, 지인들이 처음부터 자금을 대고 구매를 요청했다면 이들 역시 매수의 공동정범으로 함께 책임을 질 여지가 있는지입니다. 넷째, 마약류의 종류와 압수·확인된 양(가액)에 따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 제11조의 가액 기준 가중처벌 대상이 되는지입니다.
마약류관리법은 마약(헤로인 등)·향정신성의약품(등급에 따라 제58조~제61조로 벌칙 조문이 나뉩니다)·대마를 각각 다른 벌칙 체계로 규율하기 때문에, 어떤 물질인지에 따라 법정형의 하한 자체가 달라집니다. 판례는 마약류의 소지가 현실적으로 상대방에게 이전되면 그 시점에 매매·제공·수수 행위가 기수(旣遂)에 이른다고 보고 있어, "아직 돈만 오갔을 뿐 물건은 안 건넸다"는 식의 변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이 네 가지 지점을 얼마나 명확한 증거로 구성해 두었는가가, 대표 구매자 한 사람에게 죄명이 겹겹이 붙는 구도를 막을 수 있는지를 결정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매수'와 '제공·수수'를 분리해 방어선을 세우기
가장 먼저 무너지기 쉬운 지점은, 수사기관이 대표 구매자의 행위 전체를 "매매 내지 매매알선"이라는 하나의 큰 틀로 묶어 버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단순 매수·소지보다 훨씬 무거운 조문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재구성합니다.
1) 본인 몫과 지인에게 건넨 몫을 증거로 명확히 구분합니다.
"얼마를 사서 얼마를 나에게 두고 얼마를 넘겼는지"가 불분명하면, 수사기관은 전체 물량을 대표 구매자 한 사람의 매수·소지분으로 보기 쉽습니다. 지인들과 주고받은 대화 내역, 인원수대로 나눈 정황, 각자에게 건넨 시점과 수량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리해 전체 물량 중 순수하게 본인이 소비할 목적으로 매수한 부분이 얼마인지를 먼저 특정합니다. 이는 이후 다투게 될 특가법상 가액 산정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2) '제공·수수'에 영리성이 없었음을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합니다.
지인들에게 물건을 건넨 행위 자체는 제공·수수에 해당할 수 있지만, 그 안에서도 마진을 남기지 않고 낸 돈만큼 정확히 나눈 것인지는 양형과 죄질 평가에 상당한 차이를 만듭니다. 계좌이체 내역에서 각자 낸 금액이 인원수대로 균등하게 나뉘어 있는지, 대표 구매자가 별도의 수고비나 차익을 취하지 않았는지를 정리해, 이 거래가 영리를 목적으로 한 유통 구조가 아니라 공동으로 소비하기 위한 비용 분담이었다는 점을 뒷받침합니다.
3) 대표 구매가 '매매의 알선'으로 의율되는 것을 막습니다.
대표 구매자가 판매자와 지인들 사이에서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사실만으로 판매자와 매수자를 이어 준 '알선'으로 평가되면, 형이 한층 더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대표 구매자 본인도 그 거래의 당사자(매수인)였을 뿐, 제3자의 거래를 중개하거나 소개해 준 것이 아니라는 점—즉 처음부터 본인 몫을 포함해 함께 살 사람으로서 연락한 것이라는 정황—을 진술과 자료로 분명히 정리해 둡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특가법 가중처벌과 전체 양형 구조에 대응하기
죄명이 정리되더라도, 마약류의 가액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특가법 제11조에 따라 형이 크게 가중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형량 자체를 좌우하는 요소들을 챙겨야 합니다.
1) 가액 산정 근거를 다툽니다.
특가법 제11조는 마약류의 가액이 500만 원 이상이면 그 구간에 따라 무기 또는 장기의 징역형으로 가중됩니다. 이 가액은 압수량·순도·시가 등을 기초로 수사기관이 산정하는데, 공동구매로 나눠 가진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전체 거래 물량을 대표 구매자 한 사람의 소지·매수분으로 통째로 계산하면 실제보다 부풀려질 수 있습니다. 앞서 정리한 본인 몫과 지인 전달분의 구분 자료를 근거로, 가액 산정 범위 자체를 다툽니다.
2) 지인들의 공동정범 책임을 법원에 정확히 제시합니다.
처음부터 자금을 내고 구매를 요청한 지인들 역시 매수 범행에 대한 공동정범 내지 방조 책임을 질 여지가 있습니다. 이 구조를 법원에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모든 책임이 대표로 나섰다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구도를 막고, 실제 가담 정도에 맞는 양형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초범·수사 협조·재범 방지 노력 등 양형자료를 준비합니다.
가액 가중 구간에 해당하더라도, 초범인지, 수사에 협조했는지, 치료·재활 프로그램 참여 의지가 있는지는 실제 선고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사정들을 뒷받침할 자료를 미리 준비해 재판부에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여럿이 돈을 모아 하나의 창구로 구매하는 방식은, 그 편의성 때문에 오히려 대표로 나선 사람에게 매수와 제공·수수라는 두 개의 혐의가 함께 얹히는 구조를 만들기 쉽습니다. "다 같이 산 것뿐"이라는 실제 사정과, "혼자 사서 나눠준 것"으로 읽히는 수사기관의 시각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일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본인 몫과 지인 전달분의 구분, 영리성 유무, 공동정범 구조라는 세 가지를 얼마나 초기에 명확한 자료로 정리해 두었는가가 실제 적용 조문과 형량을 가릅니다. 이미 수사가 시작된 상황이라면 지금이라도 사실관계와 증거를 함께 정리해, 어떤 부분을 어떻게 소명할지 방향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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