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올라오는 상담 질문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이미 서명한 문서에 관한 것입니다. 해고를 둘러싼 합의서, 의료사고 후의 합의서, 전세 보증금 반환을 미루면서 받은 약정서, 부동산 가계약 문자, 합의금의 지연이자 약정이 그렇습니다.
공통점이 있습니다. 서명할 때는 당연하다고 여긴 문장 하나가 나중에 결론을 정합니다. 오늘은 실제 질문에서 반복적으로 보이는 문구 다섯 가지를 정리합니다. 사례는 모두 특정되지 않도록 바꾸었습니다.
합의서는 분쟁을 끝내기 위해 쓰는 문서입니다
합의서는 다툼을 정리하는 문서이므로 법원은 원칙적으로 적힌 대로 효력을 인정합니다. 서명한 사람이 내용을 몰랐다거나 급해서 서명했다는 사정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적었는지보다 무엇을 적지 않았는지가 문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 금액 앞의 수식어
퇴사 합의서에 급여 외 세전 1,000만원을 지급한다고 적었는데, 회사는 급여를 포함해 1,000만원을 입금했습니다. 회사는 급여 외라는 표현이 1,000만원이 급여가 아니라는 뜻이었다고 설명합니다.
계약 해석은 문언에서 출발합니다. 급여 외라는 말은 급여와 별개의 금액으로 읽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이런 다툼이 생기는 것 자체가 문구가 불명확했다는 뜻입니다. 금액을 적을 때는 무엇이 포함되고 무엇이 제외되는지, 세전인지 세후인지, 지급일이 언제인지를 함께 적어야 합니다.
둘째, 모든 청구를 포기한다는 조항
시술 중 화상을 입고 병원과 위로금 합의를 했는데, 합의서에 향후 민형사상 일체의 청구를 포기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3년 뒤에도 흉터 치료가 계속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습니다.
판례는 합의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후유증에 대해서는 포기 조항이 있어도 추가 청구를 인정합니다. 다만 예상할 수 없었다는 점은 청구하는 쪽이 입증해야 합니다. 치료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포괄적 포기 조항에 서명하면 이 입증 부담을 스스로 지게 됩니다. 향후 치료비를 유보하는 문구를 넣는 것이 원칙입니다.
셋째, 돈의 명목
전세 보증금 반환이 늦어지자 임대인이 약정서를 쓰고 3천만원을 먼저 보내왔습니다. 이 돈이 보증금의 일부 반환인지, 반환일을 늦추는 대가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일부 반환이라면 잔액만 청구하면 됩니다. 연기의 대가로 해석되면 임차인이 반환일 연장에 동의한 것이 되어, 그 기간에는 지연 책임을 묻기 어려워집니다. 돈을 받을 때는 명목을 한 줄이라도 적어 두어야 합니다.
넷째, 효력이 언제 생기는지 정한 문구
부동산 가계약금을 보내면서 계약금 일부가 입금되었을 때 계약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이후 중도금 날짜가 맞지 않아 본계약이 무산되었습니다.
판례는 목적물과 대금 등 중요 사항에 합의가 있었는지로 계약 성립을 판단하는데, 효력 발생 문구가 있으면 계약이 성립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매수인은 가계약금을 포기해야 해제할 수 있습니다. 입금 전에 받은 문자 한 통이 계약서 역할을 한 것입니다.
다섯째, 지나치게 높은 숫자
합의금을 약속한 날까지 주지 않으면 연 50퍼센트의 이자를 붙이기로 정하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대에게 압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지연 시 이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아, 부당히 과다하면 법원이 감액할 수 있습니다. 숫자가 지나치게 높으면 상대가 합의 전체의 효력을 다투는 근거로 삼기도 합니다. 실효성은 높은 이율보다 공정증서와 기한이익 상실 조항에서 나옵니다.
이미 서명했다면 확인할 것
서명한 뒤에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첫째, 상대가 합의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합의를 해제하고 원래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약속한 합의금이 지급되지 않은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때 부제소 조항이나 포기 조항도 함께 효력을 잃습니다.
둘째, 서명 과정에 강박이나 사기가 있었다면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불이익을 예고하며 서명을 요구한 녹음이나, 사실과 다른 설명을 듣고 서명했다는 자료가 있다면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취소는 그 사유가 끝난 날부터 3년 안에 해야 합니다.
셋째, 문구가 불명확하면 작성 경위와 당시 주고받은 대화로 해석을 다툴 수 있습니다. 서명 전후의 문자와 메일을 지우지 말고 보관하십시오. 해석이 갈리는 문구는 작성한 쪽에 불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합니다.
서명하기 전에 확인할 것
다섯 문구에서 확인할 점은 같습니다. 금액에 무엇이 포함되는지, 받는 돈의 명목이 무엇인지, 어떤 청구를 포기하고 무엇을 남기는지, 효력이 언제 생기는지,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집행하는지입니다.
금전을 지급받는 합의라면 공증사무소에서 공정증서로 작성하고 강제집행을 승낙한다는 문구를 넣으십시오. 일반 합의서는 상대가 지키지 않으면 다시 소송을 해야 하지만, 공정증서는 소송 없이 바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합의서는 한 번 서명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서명을 앞두고 계시다면 초안 단계에서 문구를 검토받으시길 권합니다. 이미 서명하셨더라도 문구의 해석과 효력을 다툴 여지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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