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을 받고도 돈을 못 받는 이유와 남은 방법
판결을 받고도 돈을 못 받는 이유와 남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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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을 받고도 돈을 못 받는 이유와 남은 방법 

조현재 변호사

하루에 올라오는 상담 질문을 읽다 보면 같은 자리에서 멈춘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임금을 못 받아 소송을 해 이겼는데 회사에 재산이 없습니다. 사기 피해로 판결을 받았는데 상대가 수감 중입니다. 압류를 걸었는데 앞선 채권자가 있어 배당받을 것이 없습니다.

이들은 법을 몰라서 막힌 것이 아닙니다. 소송에서 이기는 절차와 돈을 받아내는 절차가 서로 다른 제도라는 점을 뒤늦게 알게 된 것입니다.

승소는 절차의 끝이 아니라 절반입니다

판결문은 국가가 강제집행을 허가한 문서일 뿐, 돈을 지급하는 문서가 아닙니다. 집행은 채권자가 대상을 찾아 스스로 신청해야 시작됩니다. 법원은 재산이 어디 있는지 찾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송을 시작하기 전에 상대에게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실제로는 가장 중요합니다. 이 순서가 뒤집히면 인지대와 시간을 들여 판결을 받고도 집행할 대상을 찾지 못하게 됩니다.

재산명시와 재산조회의 한계

집행권원을 얻은 뒤 쓸 수 있는 제도가 재산명시신청과 재산조회입니다. 재산명시는 채무자를 법원에 불러 재산목록을 제출하고 선서하게 하는 절차이고, 재산조회는 법원이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에 조회하는 절차입니다.

두 제도 모두 채무자의 주소가 확인되어야 진행됩니다. 주소가 불명확하면 재산명시가 기각되고, 그러면 재산조회로 넘어가기도 어렵습니다. 실제 상담에서 가장 자주 걸리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조회 결과가 나와도 예금 잔액이 소액이거나 부동산이 없으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조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재산이 남아 있습니다.

조회에 잡히지 않는 것들

법인 채무자라면 거래처에 대한 물품대금이나 용역대금 채권이 있습니다. 이 채권은 재산조회로 나오지 않지만, 거래처를 특정할 수 있으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세금계산서나 거래 내역을 알고 있다면 유력한 대상입니다.

개인 채무자라면 임차보증금, 급여, 보험 해약환급금, 사업장의 카드 매출채권이 있습니다. 수감 중인 채무자에게는 영치금 반환채권이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도 제약이 있습니다. 채무자는 압류금지채권 범위변경을 신청해 생계에 필요한 부분을 압류에서 제외해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치금 사건에서 매월 일정액이 압류에서 제외되면, 채무자가 잔액을 그 금액 아래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집행을 피하는 일이 생깁니다.

제도가 채권자에게 준 우회로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안에 따라 다음 경로가 남아 있습니다.

첫째, 임금 채권이라면 소송보다 대지급금이 빠릅니다. 체불임금등사업주확인서를 받으면 일정 한도의 임금과 퇴직금을 국가가 먼저 지급합니다. 사업주에게 재산이 없어도 회수가 되는 유일한 경로입니다.

둘째, 채무자가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했더라도 모든 채권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면책되지 않습니다. 사기 피해라면 형사 절차에서 확정된 사실이 이 주장의 근거가 됩니다.

셋째, 채무자가 재산을 가족 명의로 옮겼다면 사해행위취소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제척기간이 취소원인을 안 날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부터 5년으로 짧아 확인이 늦으면 기회를 잃습니다.

넷째, 법인에 재산이 없다면 대표자 개인의 책임을 봅니다. 임금 체불은 대표자 개인의 형사 책임 대상이고, 법인 재산을 빼돌린 정황이 있으면 대표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배당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같은 채권에 압류가 여럿 걸리면 제3채무자는 전액을 공탁하고 법원이 배당합니다. 이때 채권자들은 채권액에 비례해 나누어 받는 것이 원칙이고, 먼저 압류했다고 우선하지 않습니다. 뒤늦게 압류에 참여해도 손해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만 배당표가 잘못 작성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앞선 채권자가 받은 압류금지 결정이 다른 채권자의 압류에까지 적용된 것처럼 계산되면 배당액이 달라집니다. 압류금지채권 범위변경은 그 결정을 받은 사건의 압류에만 효력이 미치는 것이 원칙입니다.

배당기일에 출석해 이의를 진술하지 않으면 배당표는 그대로 확정됩니다. 이의를 진술한 뒤에는 1주일 안에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해야 효력이 유지됩니다. 기일 통지를 받으셨다면 금액이 작더라도 배당표 원안을 먼저 열람해 보시길 권합니다.

순서를 바꾸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소송 전에 가압류를 해 두는 것입니다. 상대가 재산을 정리하기 전에 묶어 두면 판결 이후의 절차가 훨씬 단순해집니다. 보증보험 증권으로 담보를 제공할 수 있어 비용 부담도 예전만큼 크지 않습니다.

이미 판결을 받으신 분이라면, 채무자의 생활 반경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부터 정리해 보시길 권합니다. 어디서 일하는지, 어떤 사업을 하는지, 거래처가 어디인지, 어느 은행을 쓰는지가 재산조회 결과보다 유용한 경우가 많습니다.

집행의 성패는 채무자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로 갈립니다. 판결문을 가지고 계신데 회수가 되지 않고 있다면, 상대에 관해 알고 계신 사실을 정리해 상담받으시길 권합니다. 남은 시효와 쓸 수 있는 절차를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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