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찍으려다 셔터를 안 눌렀는데 미수죄로 처벌되나요
사건 개요
지하철이나 카페, 헬스장 탈의실 같은 공간에서 휴대전화를 든 채 특정 대상을 향해 자세를 잡다가, 상대방이나 주변 사람에게 발각되어 그 자리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결국 경찰이 출동하는 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정작 확인해 보면 휴대전화 사진첩에는 아무 사진도 저장돼 있지 않습니다. 셔터를 누르지 않았거나, 누르려는 순간 발각돼 그만둔 경우입니다. 당사자는 "촬영된 사진이 없는데 무슨 죄가 되느냐"고 억울해하지만, 며칠 뒤 경찰서에서 출석요구 통보를 받고서야 사안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실제로 이런 상담이 상당히 많습니다. "폰을 들고 있었을 뿐 촬영 버튼은 누르지도 않았다", "카메라 앱을 켠 적도 없다"는 식으로 항변하지만, 수사기관은 목격자 진술과 당시 정황만으로도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미수로 입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셔터를 누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곧 무죄를 의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촬영 결과물이 전혀 없더라도 미수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만 미수가 성립하려면 법이 정한 "실행의 착수"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이 요건이 실제로 충족됐는지는 사건마다 정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됩니다. 무작정 겁먹거나 반대로 무작정 안심할 사안이 아니라, 당시 정황을 하나하나 뜯어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퉈지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이 정한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무거운 처벌을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15조는 제14조의 미수범도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이 범죄는 애초에 미수 처벌 규정이 있는 범죄입니다.
둘째, 형법 제25조가 정한 미수의 일반 개념상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종료하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때"에 미수가 성립합니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서 '촬영'이란 기계장치 속 저장장치에 피사체의 영상정보를 입력하는 행위를 뜻하므로, 이 입력이라는 결과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다면 논리상 미수의 영역에 들어옵니다.
셋째, 그렇다면 관건은 '실행의 착수'가 언제 인정되느냐입니다.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1도749 판결은 화장실 칸막이 너머로 카메라 기능이 켜진 휴대전화를 뻗어 피해자를 향하게 한 사안에서, 촬영대상을 특정하고 카메라 렌즈로 초점을 맞추는 등 영상정보를 입력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행위를 개시했다면 그 자체로 실행의 착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시 말해 셔터를 누르는 마지막 동작까지 가지 않아도 착수가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카메라를 켜지도 않았거나 특정 대상에게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없는 단계, 즉 아직 준비·예비 단계에 머물렀다면 착수 자체가 부정되어 무죄로 이어질 여지가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실행의 착수' 이전 단계였음을 사실관계로 재구성하기
셔터를 누르지 않은 사건에서 가장 먼저 다퉈야 할 지점은 "정말로 착수가 있었는가"입니다. 목격자는 대개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다"거나 "폰이 그쪽을 향해 있었다"는 정도만 진술할 뿐, 카메라 렌즈가 실제로 특정 신체 부위에 초점을 맞췄는지, 카메라 앱이 켜져 있었는지까지 정확히 보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런 사건에서 다음 순서로 방어를 구성합니다.
1) 휴대전화 포렌식으로 '촬영 준비 행위' 자체를 확인합니다.
가장 객관적인 자료는 휴대전화 그 자체입니다.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의 실행 이력, 최근 사용 앱 로그, 화면이 꺼졌다 켜진 시점, 저장소에 남은 임시 캐시 파일 유무 등을 디지털 포렌식으로 확인하면, 카메라 앱을 켠 적조차 없는지, 아니면 앱은 켰지만 대상에게 초점을 맞추기 전 단계였는지가 드러납니다. 카메라 앱 실행 이력 자체가 없다면 착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유력한 근거가 됩니다.
2) 목격자 진술의 관찰 가능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합니다.
목격자가 서 있던 위치, 시야각, 휴대전화 화면이 실제로 보였는지를 따져 보면, "폰을 들고 있었다"는 진술과 "카메라 렌즈가 피해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진술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격자가 후자까지 단정적으로 진술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지를 조사 단계에서부터 구체적으로 확인해 두면, 훗날 착수 여부를 다투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3) 대법원 2021도749 판결의 기준에 사실관계를 정확히 대입합니다.
판례가 착수를 인정한 근거는 "촬영대상을 특정하고 초점을 맞추는 등 구체적·직접적 행위를 개시"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반대로 아직 카메라를 켜지 않았거나, 폰의 방향이 특정 대상이 아닌 막연한 방향을 향해 있었을 뿐이라면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사건 당시의 거리, 각도, 시간 간격을 CCTV나 목격자 동선과 함께 재구성해, 판례가 요구하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행위 개시' 단계에 이르지 못했음을 논리적으로 제시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착수가 인정되는 상황이라면 결과를 최대한 관리하기
정황상 착수를 완전히 부정하기 어려운 사건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무죄를 다투는 데 자원을 소모하기보다, 미수라는 사실을 재판부와 수사기관에 명확히 부각시켜 결과를 최대한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미수로 벌금형이 확정되더라도 신상정보 등록 대상 범죄에 해당해 등록 의무가 따라붙을 수 있는 무거운 범죄이므로, 이 단계에서의 대응이 실제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1) 미수라는 사실을 형량 판단에 명확히 반영시킵니다.
형법 제25조 제2항은 미수범의 형을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임의적 감경). 다만 이는 재판부가 반드시 감경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재량으로 판단하는 부분이므로, 촬영 결과물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 실제 피해가 확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수사 초기 단계부터 진술과 의견서에 구체적으로 담아 재판부·검찰이 이를 놓치지 않도록 합니다.
2) 우발성과 재범 위험 낮음을 객관적 자료로 소명합니다.
계획적으로 도구를 준비하고 반복적으로 시도한 정황이 있는지, 아니면 순간적인 충동으로 인한 일회적 행위였는지는 결과에 상당한 차이를 만듭니다. 초범 여부, 직장·가족관계 등 사회적 유대,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이나 재범방지 프로그램 이수 여부 등을 정리한 자료를 준비해 우발적 행위였고 재범 위험이 낮다는 점을 뒷받침합니다.
3) 피해자가 특정된 경우 합의와 공탁을 함께 검토합니다.
피해자가 특정되고 신원이 확인되는 사건이라면 진지한 사과와 함께 합의를 시도하되, 피해자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합의 자체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형사공탁 제도를 통해 배상 의사를 객관적으로 남깁니다. 미수라는 사실, 재범 위험이 낮다는 소명,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함께 갖춰질 때 기소유예나 벌금형, 나아가 신상정보 등록·공개 단계에서도 유리한 판단을 받을 여지가 커집니다.
결론
"셔터를 누르지 않았으니 아무 일도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그러나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애초에 미수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 판례는 셔터를 누르는 마지막 순간이 아니라 대상에게 초점을 맞추는 단계에서부터 착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결과를 가르는 것은 당시 정황이 판례가 요구하는 '착수' 수준에 실제로 이르렀는지를 얼마나 정확히 재구성하느냐이며, 착수를 다투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미수라는 사실과 재범 위험이 낮다는 점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소명하느냐입니다.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진술을 하기 전에, 당시 정황을 어떻게 정리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먼저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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