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고의 침해, 5배 배상 배수를 정할 때 법원이 보는 여덟 가지
영업비밀 고의 침해, 5배 배상 배수를 정할 때 법원이 보는 여덟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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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 고의 침해, 5배 배상 배수를 정할 때 법원이 보는 여덟 가지 

강대현 변호사

영업비밀을 빼돌린 직원이나 이를 넘겨받은 경쟁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실제 손해액'만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침해행위가 고의로 인정되면 법원은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액 자체를 정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배수가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법이 정한 여덟 가지 사정을 법원이 하나씩 살펴 사건마다 다른 배수를 매기고, 소송 전에 어떤 자료를 준비했는지에 따라 실제로 손에 쥐는 금액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법원이 배수를 정할 때 실제로 보는 여덟 가지 기준이 무엇이고, 각 기준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영업비밀 침해 손해배상, 3배 추정에서 5배 징벌배상까지 — 손해액 산정의 구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는 손해액을 곧바로 확정하기 어려운 영업비밀 침해 사건의 특성을 고려해 여러 단계의 추정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침해자가 영업비밀을 이용한 물건을 양도했다면 피해자가 생산할 수 있었던 수량을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할 수 있고(제1항), 침해자가 침해행위로 얻은 이익액이 있으면 그 금액을 피해자의 손해액으로 추정하며(제2항), 통상 받을 수 있는 사용료 상당액을 손해액으로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제3항). 손해 발생 자체는 인정되지만 구체적인 금액을 입증하기 극히 곤란한 경우에는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상당한 손해액을 재량으로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제5항).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 제14조의2 제6항의 징벌적 배상 규정입니다. 이 조항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이 정한 부정경쟁행위(이른바 아이디어·성과물 무단사용행위)와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고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위 방식으로 산정된 손해액을 넘어 그 금액의 최대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액 자체를 정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제도는 2019년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상한이 3배였는데, 2024년 2월 20일 개정(2024년 8월 21일 시행)을 거치며 5배로 상향됐습니다. 손해배상만으로는 침해행위로 얻는 기대이익이 배상 부담보다 커서 억지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5배 조항은 침해가 인정된다고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개별 사건의 사정을 살펴 배수를 정하는 재량 영역입니다. 제14조의2 제7항은 그 재량을 행사할 때 법원이 고려해야 할 사항을 여덟 가지로 못박아 두었습니다.

  • 침해행위를 한 자의 우월적 지위 여부

  • 고의 또는 손해 발생의 우려를 인식한 정도

  • 침해행위로 인하여 영업비밀 보유자가 입은 피해규모

  • 침해행위로 인하여 침해한 자가 얻은 경제적 이익

  • 침해행위의 기간·횟수 등

  • 침해행위에 따른 벌금

  • 침해행위를 한 자의 재산상태

  • 침해행위를 한 자의 피해구제 노력의 정도

5배는 손해액에 자동으로 곱해지는 숫자가 아니라, 법이 정한 여덟 가지 사정을 법원이 개별적으로 심리해 정하는 상한선이다.

'고의적 침해'로 인정되려면 — 단순 과실과의 경계

여덟 가지 요소를 논하기 전에 먼저 짚어야 할 관문이 있습니다. 5배 조항은 침해행위가 고의로 인정될 때만 열립니다. 여기서 고의란 자신의 행위가 타인의 영업비밀을 무단으로 취득·사용·공개하는 것임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실행하거나 용인한 것을 말합니다. 단순히 부주의로 비밀유지의무를 놓쳤거나, 해당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몰랐던 경우처럼 과실에 그친다면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고, 위 손해액 추정 규정에 따른 통상손해만 인정됩니다.

실무에서 고의는 자백이 아니라 정황증거로 판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퇴사를 앞둔 직원이 평소 업무와 무관한 설계도면·고객명단 파일을 대량으로 개인 이메일이나 외장저장장치로 반출한 뒤 곧바로 경쟁회사에 취업했다면, 반출 시점과 이직 시점의 근접성, 반출 범위가 담당 업무를 벗어난다는 사실만으로도 법원은 고의를 강하게 추단합니다. 반대로 정상적인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자료가 이관됐고 이후 사용 흔적이 없다면, 같은 반출 행위라도 고의가 부정될 여지가 큽니다. 이처럼 고의 여부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행위 당시의 정황이므로, 접근 로그와 전송 기록을 시계열로 정리해두는 작업이 소송의 출발점이 됩니다.

여덟 가지 중 첫째·둘째 — 우월적 지위, 그리고 고의·인식의 정도

첫 번째 요소인 우월적 지위 여부는 침해자가 피해자에 비해 협상력이나 정보 접근에서 얼마나 유리한 위치에 있었는지를 봅니다. 대기업이 하도급·협력업체의 기술자료를 요구해 받은 뒤 이를 자체 개발에 활용하거나, 회사가 근로계약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퇴사자에게 부당한 조건을 강요하며 자료를 확보한 경우가 전형적입니다. 지위가 대등한 경쟁사 간의 산업스파이 사건보다, 이런 구조적 우위를 이용한 침해에서 배수가 높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두 번째 요소인 고의 또는 손해 발생 우려를 인식한 정도는 앞서 살펴본 '고의 성립 여부'와는 층위가 다릅니다. 고의가 이미 인정된 사건 안에서도, 침해 사실을 어느 정도 명확히 인식하고 계획적으로 실행했는지를 다시 따지는 것입니다. 비밀유지서약서에 서명해두고도 조직적으로 자료를 반출한 경우, 또는 회사로부터 사용 중단 경고를 받았음에도 계속 사용한 경우는 미필적 인식에 그친 경우보다 배수가 높게 산정됩니다.

같은 '고의'라도 우월한 지위를 이용했는지, 경고를 받고도 강행했는지에 따라 법원이 인정하는 배수는 크게 달라진다.

셋째·넷째 — 피해규모와 침해자가 얻은 경제적 이익

세 번째 요소인 피해규모는 영업비밀 보유자가 입은 매출 감소, 거래처 이탈, 시장점유율 하락, 대체 기술 개발에 들어간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단순히 침해자가 얼마를 벌었는지가 아니라, 피해자가 그 영업비밀을 개발·유지하기 위해 투입한 시간과 비용, 그리고 침해로 인해 잃어버린 경쟁우위까지 감안되는 항목입니다. 네 번째 요소인 침해자가 얻은 경제적 이익은 침해로 체결한 계약 규모, 절감한 연구개발비, 신제품 출시로 얻은 매출 증가분 등으로 산정됩니다.

이 두 요소는 재무제표나 회계감정을 통해 뒷받침되어야 설득력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공정 기술을 유출한 사건이라면, 피해기업이 해당 기술 개발에 투입한 연구개발비 총액과 침해자가 그 기술로 신규 라인을 얼마나 앞당겨 가동했는지가 함께 제시될 때 법원이 배수를 산정하는 근거가 뚜렷해집니다. 반대로 침해 사실은 있지만 실제 매출 증가나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다는 증거가 부족하면, 고의는 인정되더라도 배수는 낮은 쪽으로 기울 수 있습니다.

  • 피해규모 입증자료 — 매출·거래처 변동 내역, 대체 기술 개발비용 견적서

  • 경제적 이익 입증자료 — 침해자의 재무제표, 신제품 매출 자료, 계약서

다섯째·여섯째 — 침해행위의 기간·횟수, 그리고 병과되는 벌금

다섯 번째 요소인 침해행위의 기간·횟수는 단발성 침해인지, 장기간 반복된 침해인지를 봅니다. 한 차례 자료를 반출해 즉시 적발된 경우보다, 수년에 걸쳐 여러 차례 자료를 빼돌리며 사용한 경우가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침해로 평가되어 배수가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침해행위가 한 번에 그쳤는지, 아니면 여러 프로젝트에 걸쳐 반복됐는지를 정리해두는 것이 이 요소에서 유리한 자료가 됩니다.

여섯 번째 요소인 침해행위에 따른 벌금은 같은 침해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아 이미 벌금이 부과됐는지를 살피는 항목입니다. 영업비밀 침해는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기도 해서, 형사재판에서 벌금형이 확정된 경우 그 사실이 민사상 배상 배수를 정할 때 함께 고려됩니다. 이는 같은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과 민사상 징벌적 배상이 지나치게 중첩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기능을 하는 동시에, 벌금이 가볍게 끝났다면 민사에서 그 억지력 부족분을 배수로 보완하는 방향으로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일곱째·여덟째 — 재산상태와 피해구제 노력

일곱 번째 요소인 재산상태는 침해자의 지불능력과 규모를 봅니다. 자력이 충분한 대기업이 소규모 경쟁사의 기술을 침해했다면 억지력을 갖기 위해 배수를 높일 필요가 커지는 반면, 침해자의 재산상태가 열악해 과도한 배상이 오히려 회생 불가능한 파산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면 법원이 이를 감안해 배수를 조정하기도 합니다. 여덟 번째 요소인 피해구제 노력의 정도는 침해 사실이 드러난 뒤 침해자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봅니다. 사용을 즉시 중단하고 반출한 자료를 반환했는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는지, 화해나 조기 배상을 시도했는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마지막 요소는 소송이 이미 시작된 뒤에도 계속 유의미합니다. 소송 중에도 침해 정보를 계속 사용하거나 증거를 은폐하려는 정황이 드러나면 피해구제 노력이 전혀 없는 것으로 평가돼 배수가 오히려 올라갈 수 있고, 반대로 소송 초기에 사용을 중단하고 성실하게 자료를 제출하는 태도를 보이면 배수가 낮아지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재산상태와 피해구제 노력은 침해자 쪽에서 소송 대응 태도만으로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두 요소다.

법원이 배수를 낮추는 경우 — 방어 측이 실제로 다투는 지점

실무에서는 원고가 구하는 5배 전액이 그대로 인정되는 사례보다, 여덟 가지 요소를 심리한 끝에 그보다 낮은 배수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흔한 다툼은 고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피고 측은 자료 접근이 정상 업무 범위 안에 있었다거나, 해당 정보가 이미 공지된 정보여서 영업비밀 요건 자체를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5배 조항의 전제인 '고의 침해'를 흔듭니다. 손해액 산정의 기초가 된 매출 감소나 경제적 이익 자체가 침해와 인과관계가 없다는 반박도 자주 나옵니다.

피고 측이 배수를 낮추기 위해 실제로 준비하는 자료도 이 여덟 가지 요소와 정확히 맞물립니다. 조기에 사용을 중단했다는 내부 문서, 형사사건에서 이미 벌금이 부과됐다는 판결문, 회사 재산상태가 열악하다는 재무자료 등을 제출해 여러 요소에서 동시에 감액 요인을 쌓는 방식입니다. 원고 입장에서는 이런 방어를 예상하고 소송 전부터 반박 근거를 함께 준비해두어야 배수가 깎이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영업비밀 보유자가 5배까지 받아내려면 준비할 증거

5배 배상을 실제로 받아내려면 소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여덟 가지 요소를 겨냥한 증거를 쌓아두어야 합니다. 우선 영업비밀 요건 자체를 다투지 못하도록 비밀관리성을 뒷받침하는 접근권한 통제 기록과 비밀유지서약서를 정비해두어야 하고, 그 위에 고의를 뒷받침할 정황증거와 피해규모·침해자 이익을 계량화할 자료가 더해져야 배수를 높이는 방향으로 심리가 진행됩니다.

  • 비밀관리성 입증자료 — 접근권한 로그, 보안서약서, 사내 비밀관리 규정

  • 고의 입증자료 — 반출·전송 기록, 포렌식 분석 결과, 이직·거래 시점 정리

  • 손해액·경제적 이익 입증자료 — 재무제표, 매출 변동, 회계감정 결과

  • 침해자 대응 태도 자료 — 사용 중단 여부, 자료 반환·화해 시도 유무

배수는 소송에서 갑자기 만들어지는 숫자가 아니라, 침해가 발각된 순간부터 어떤 증거를 얼마나 시계열로 정리해두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자주 묻는 질문

Q. 3배도 아니고 5배가 어떻게 가능한가요? 언제부터 적용되나요?

A. 부정경쟁방지법이 2024년 2월 20일 개정되어 2024년 8월 21일부터 시행되면서 종전 3배였던 상한이 5배로 상향됐습니다. 다만 시행일 이후에 이루어진 침해행위에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침해행위 시점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Q. 과실로 영업비밀을 침해한 경우에도 5배 배상을 받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5배 조항은 침해행위가 고의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적용되며, 과실에 의한 침해는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1항부터 제5항까지의 손해액 추정 규정에 따른 통상손해만 인정됩니다.

Q. 법원이 실제로 청구한 배수를 그대로 인정해주나요?

A. 배수는 여덟 가지 요소를 종합해 사건마다 개별적으로 정해지는 재량 영역이라 사건별 편차가 큽니다. 청구액 그대로 인정되기보다 심리 과정에서 요소별 증거의 충실도에 따라 배수가 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영업비밀 침해로 형사처벌을 받았는데 민사에서 또 5배 배상을 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은 별개 절차이지만, 형사재판에서 벌금형이 확정된 사실은 배수를 정할 때 여덟 가지 고려요소 중 하나로 함께 반영됩니다.

Q. 아이디어·성과물 무단사용행위도 5배 배상 대상인가요?

A. 그렇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이 정한 아이디어·성과물 무단사용행위도 영업비밀 침해행위와 함께 5배 배상 조항의 적용 대상에 포함됩니다.

Q. 피해기업이 배수를 높이려면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나요?

A. 비밀관리성을 뒷받침할 자료와 침해자의 고의를 보여줄 정황증거부터 확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접근권한 로그, 반출 정황, 경쟁사 이직·거래 시점을 시계열로 정리해두면 이후 손해액·경제적 이익 산정 단계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맺음말

영업비밀 침해 손해배상에서 5배라는 숫자는 상한일 뿐, 실제로 받는 금액은 우월적 지위·고의의 정도·피해규모·침해자의 이익·기간과 횟수·병과된 벌금·재산상태·피해구제 노력이라는 여덟 가지 사정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 요소들은 소송이 시작된 뒤에 갑자기 채워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침해가 발각된 초기부터 어떤 증거를 확보해두었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피해기업 입장에서는 비밀관리 체계와 반출 정황 자료를 평소에 정리해두는 것이 실제 배수를 좌우하는 출발점이고, 침해행위로 지목된 쪽에서도 조기 대응 태도가 배수를 낮추는 실질적인 변수가 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흥 시화·이천 부발 등 산업단지가 밀집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는 협력업체 간 기술 유출 분쟁이 꾸준히 발생하는 만큼, 영업비밀 관리 체계를 점검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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