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종 세력에 계좌 빌려줬는데 자본시장법 위반 공범인가요
사건 개요
SNS나 리딩방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이 "계좌만 빌려주면 매매 수익의 일부를 나눠주겠다"고 접근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인은 매매 버튼을 직접 누르지 않았고, 그저 증권계좌 번호와 비밀번호, 때로는 공동인증서나 OTP까지 넘겨준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얼마 뒤 금융감독원이나 검찰 수사관으로부터 "귀하의 계좌가 특정 종목의 시세조종에 이용됐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그 계좌로 특정 종목이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매수·매도를 반복하며 주가가 인위적으로 끌어올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런 사건에서 명의자들은 한결같이 "나는 계좌만 빌려줬을 뿐, 누가 왜 그 계좌로 매매를 했는지는 전혀 몰랐다"고 항변합니다. 실제로 수사기관은 다수의 차명계좌를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을 통해 확인한 뒤, 계좌 명의자들을 자본시장법 위반의 공범으로 함께 입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몰랐다"는 진술만으로는 결과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법은 계좌를 넘긴 순간의 인식 수준과 그 이후의 관여 정도를 놓고 공동정범인지, 방조범인지, 아니면 처벌 대상이 아닌지를 가르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단순히 "계좌를 빌려줬다"는 사실 자체가 곧바로 공범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계좌가 시세조종에 쓰인다는 사정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공했다면, 그리고 그 관여가 범행 실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수준이었다면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이 경계를 어떻게 다투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립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판단이 갈리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계좌를 제공할 당시 상대방이 그 계좌를 시세조종에 쓸 것임을 인식하고 있었는지입니다(주관적 요건, 확정적 인식이 아니어도 미필적 인식이면 충분할 수 있습니다). 둘째, 계좌번호·비밀번호만 알려준 수동적 대여인지, 아니면 OTP·공동인증서까지 넘기거나 상대방의 지시에 따라 직접 매매를 실행하는 등 기능적 행위지배에 이르는 적극적 관여가 있었는지입니다(객관적 요건). 셋째, 공동정범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방조범으로 처벌될 수 있는지입니다. 넷째, 처벌 형량이 본인이 실제로 받은 대가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부당이득액을 기준으로 산정될 위험이 있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어, 첫 번째와 두 번째가 어떻게 인정되느냐에 따라 세 번째와 네 번째의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대응의 출발점은 감정적 억울함이 아니라, 계좌 제공 경위와 그 이후의 관여 내용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공동정범과 방조범을 가르는 지점을 먼저 확정하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는 몰랐다"는 막연한 주장이 아니라, 계좌 제공 당시의 상황을 사실관계로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접근합니다.
1) 계좌 제공 경위와 인식 수준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합니다.
언제, 누구의 소개로, 어떤 설명을 듣고 계좌를 넘겼는지, 상대방이 "주가를 올리는 데 쓰겠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는지 아니면 그저 "투자를 대행해 주겠다"는 정도로만 말했는지를 문자·메신저 대화, 통화 내역 등 객관적 자료로 확인합니다. 대법원은 시세조종행위의 공동정범 성립에 자신의 계좌가 구체적으로 시세조종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이를 제공했는지(주관적 요건)와, 계좌 제공이 범행에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기여하는 적극적 관여인지(객관적 요건, 기능적 행위지배)를 함께 요구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18도20415 판결 참조). 단순한 인식이나 용인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가공의 의사 아래 실행에 실질적으로 가담했는지가 갈림길입니다.
2) OTP·보안카드까지 넘겼는지, 매매 지시를 직접 따랐는지를 구분해 다툽니다.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만 알려주고 손을 뗀 경우와, OTP를 실시간으로 불러주거나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설치해 상대방이 언제든 자유롭게 매매하도록 만든 경우는 기능적 행위지배 인정 여부에서 크게 갈립니다. 전자에 가까울수록 형법 제32조의 방조범(필요적 감경 대상) 쪽으로, 후자에 가까울수록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 쪽으로 다투어야 합니다. 계좌 접근권한을 실제로 누가, 언제까지 보유했는지를 통신사 로그인 기록이나 IP 접속 이력으로 확인해 두는 것이 이 지점의 방어에 결정적입니다.
3) 대가 수수 방식을 매매수익 배분 구조로 살핍니다.
매매수익의 일정 비율을 나누기로 약속했다면, 조직의 성패에 이해관계를 함께한 것으로 평가되어 공동가공의 의사를 강하게 시사하는 정황이 됩니다. 반대로 계좌 사용에 대한 정액의 대여료만 받고 매매 결과와 무관하게 정산이 끝났다면, 방조 쪽 정황으로 활용할 여지가 커집니다. 입출금 내역과 대가 지급 시점을 매매 손익 발생 시점과 대조해 이 구조를 명확히 세워 둡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형량과 몰수·추징의 기준을 미리 대비하기
공동정범 여부가 다투어지는 동안에도, 처벌의 실제 무게가 어떻게 정해지는지를 미리 이해해 두어야 합니다.
1) 형량이 본인의 대가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부당이득액을 기준으로 산정될 수 있음을 인지합니다.
자본시장법 제443조 제1항은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그 이익 또는 손실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됩니다(같은 조 제2항). 여러 명이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시세조종을 반복한 경우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 아래 이루어진 행위는 포괄일죄로 묶이는 것이 판례의 흐름이고,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면 본인이 받은 대가가 수십만 원에 불과하더라도 조직 전체가 얻은 부당이득액을 기준으로 형량이 정해질 위험이 있습니다. 이 구조를 미리 이해하고 있어야, 공동정범이 아니라 방조범이라는 방어선, 혹은 가담 범위를 제한하는 주장을 처음부터 준비할 수 있습니다.
2) 몰수·추징의 범위를 확인합니다.
자본시장법 제447조의2는 시세조종 등으로 얻은 재산뿐 아니라, 범행에 제공했거나 제공하려 한 재산까지 필요적으로 몰수하거나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계좌 대여의 대가로 받은 돈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계좌 자체에 남아 있던 자금의 성격까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수사 초기부터 본인이 실제로 얻은 이익의 범위를 계좌 거래내역과 입출금 기록 같은 객관적 자료로 특정해 두어야, 조직 전체의 이득액이 본인에게 그대로 전가되는 과도한 추징을 막을 수 있습니다.
3) 진술 전략을 세웁니다.
조사 초기에 "몰랐다"는 말만 반복하면, 이후 확인되는 다른 증거(대화 내용, 반복적 계좌 개설·대여 이력)와 배치될 때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잃을 수 있습니다. 인식하고 있었던 부분과 몰랐던 부분, 직접 관여한 행위와 관여하지 않은 행위를 구분해 진술하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를 함께 제시하는 것이 공동정범과 방조범, 나아가 무혐의를 가르는 실질적인 힘이 됩니다.
결론
계좌를 빌려준 사실 자체보다, 그 계좌가 어떻게 쓰일지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인식 위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여했는지가 시세조종 사건에서 공범 여부를 가릅니다. "나는 계좌만 빌려줬다"는 항변은 그 자체로 면책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공동정범과 방조범, 무혐의를 가르는 다툼의 출발점입니다.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은 순간부터 진술의 방향과 제출할 자료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지금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면, 계좌 제공 경위와 대가 수수 내역을 먼저 정리해 둔 뒤 대응 방향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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