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 설명의무를 어긴 사업자는 그 조항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약관 설명의무를 어긴 사업자는 그 조항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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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 설명의무를 어긴 사업자는 그 조항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강대현 변호사

계약서 대신 약관에 서명 한 번, 혹은 화면에서 동의 버튼 클릭 한 번으로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막상 분쟁이 생기면 사업자가 "약관에 그렇게 적혀 있지 않느냐"며 정작 계약 당시에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던 조항을 근거로 책임을 피하려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약관은 사업자가 미리 만들어 두고 고객이 개별적으로 내용을 협상할 여지가 거의 없는 문서이기 때문에, 법은 사업자에게 그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의무를 지우고 있습니다. 이 설명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면 사업자는 원칙적으로 그 조항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습니다. 이 글에서는 설명의무의 대상이 어디까지인지, 위반하면 그 조항의 운명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사업자가 흔히 내세우는 면제 사유가 실제로 어디까지 인정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약관법이 사업자에게 요구하는 두 가지 의무 — 명시의무와 설명의무

보험 가입, 신용카드 발급, 회원제 서비스 이용, 프랜차이즈 가맹계약처럼 사업자가 다수의 고객과 반복적으로 맺는 계약은 대부분 약관으로 체결됩니다. 고객이 조항 하나하나를 사업자와 협상해서 고칠 수 없는 구조이다 보니,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은 이 정보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사업자에게 몇 가지 의무를 부과합니다. 그 핵심이 같은 법 제3조(약관의 작성 및 설명의무 등)입니다.

제3조는 세 단계로 구성됩니다. 제1항은 고객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한글로, 표준화된 용어로, 중요한 내용은 부호나 굵은 글씨 등으로 명확히 표시해 약관을 작성해야 한다는 작성의무입니다. 제2항은 계약을 체결할 때 약관의 내용을 고객에게 분명하게 밝히고, 고객이 요구하면 사본을 내주어야 한다는 명시의무입니다. 그리고 제3항은 약관에 정해진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는 설명의무로, 다만 계약의 성질상 설명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예외를 둡니다.

실무에서는 명시의무와 설명의무가 자주 혼동됩니다. 명시의무는 "이런 약관이 있다"는 사실과 그 내용을 고객이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고, 설명의무는 그중에서도 중요한 조항의 의미와 효과를 고객이 실제로 이해하도록 알려주는 것입니다. 계약서 하단에 "약관을 읽고 이해하였습니다"라는 문구에 서명하거나 도장을 찍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명시의무는 몰라도 설명의무까지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서명란은 고객이 설명을 들었다는 증거의 일부는 될 수 있어도, 그 자체가 설명을 대체하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명시의무는 약관의 존재와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고, 설명의무는 그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하도록 알려주는 것이다 — 서명 한 번으로 두 의무가 동시에 이행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

설명의무의 대상 — 어디까지가 '중요한 내용'인가

약관에 적힌 조항을 전부 구두로 설명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판례가 제시하는 기준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고객이 계약체결 여부나 그 대가를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인지입니다. 다시 말해, 그 내용을 미리 알았더라면 고객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그런 조건으로는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볼 만한 사항이라면 설명의무의 대상이 됩니다.

이 기준을 실제 조항에 대입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유형이 중요한 내용으로 인정됩니다. 반대로 계약의 부수적·기술적 사항이거나 고객에게 불리하지 않은 조항까지 일일이 설명할 의무는 없습니다.

  • 보장·보상 범위를 제한하거나 특정 사유를 배제하는 면책조항

  • 해지·해제 시 위약금이나 수수료의 산정 기준과 한도

  • 법정 소멸시효·제척기간보다 짧게 정한 권리행사 기간

  • 포인트·마일리지처럼 고객에게 유리해 보이는 혜택을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변경·축소할 수 있게 한 조항

이런 조항은 계약서 곳곳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문구 중 하나에 불과해 보이지만, 실제 분쟁에서는 계약의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이 됩니다. 보험금 지급 여부, 위약금 액수, 소멸시효 완성 여부가 모두 이런 조항 하나에 걸려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정형화된 절차를 반복하다 보니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개별 고객에게는 계약체결 여부를 좌우할 수도 있었던 정보라는 점이 판단의 출발점입니다.

사업자가 설명의무를 다했다는 것은 누가 증명하나

분쟁이 소송으로 번지면 "설명을 들었다, 못 들었다"의 다툼이 되기 쉽습니다. 이때 설명의무를 이행했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사업자 쪽에 있다는 것이 실무의 확립된 법리입니다. 고객이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소극적 사실을 증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계약 체결 과정과 설명 자료를 지배하는 쪽은 사업자이기 때문입니다.

법원이 실제로 살피는 것은 형식이 아니라 실질입니다. 상담원이나 설계사가 구두로 해당 조항의 의미를 짚어주었는지, 이해를 돕는 별도 설명서나 요약자료를 제공했는지, 고객이 궁금한 점을 물어볼 기회가 있었는지를 봅니다. 약관 전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앞서 본 '중요한 내용'만큼은 고객이 실제로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약관에 동의하십니까"라고 묻고 "네"라는 답만 받는 방식은 설명의무 이행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온라인·모바일로 체결되는 계약도 다르지 않습니다. 약관 전문을 스크롤해야 보이는 화면 하단에 작은 글씨로 배치해 두고 체크박스 하나로 전체 동의를 받는 방식은, 고객이 중요한 조항의 존재와 의미를 실제로 인지했는지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팝업으로 전문을 띄웠다는 사정만으로 자동으로 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인정되지는 않고, 결국 중요한 내용이 눈에 띄게 강조되어 고객이 실질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는지가 관건입니다.

사업자가 내세우는 면제 사유, 그리고 그 한계

사업자가 설명의무 위반을 다투는 소송에서 가장 자주 내세우는 방어는 "설명이 필요 없는 사항이었다"는 주장입니다. 판례는 다음 세 가지 경우에 한해 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봅니다. 첫째, 고객이나 그 대리인이 그 내용을 이미 충분히 잘 알고 있었던 사항. 둘째,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적인 것이어서 고객이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 셋째, 이미 법령에 정해진 내용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입니다.

여기서 실무상 자주 오해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표준약관을 썼다거나 업계 전체가 같은 조항을 쓰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면제 사유가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같은 업종에서 널리 쓰이는 조항이라도, 개별 고객의 입장에서 그 내용을 미리 예상할 수 없었다면 여전히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흐름입니다. 면제 여부는 업계 관행이 아니라 눈앞의 그 고객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표준약관이거나 업계에서 통상 쓰는 조항이라는 사정만으로 설명의무가 저절로 면제되지 않는다 — 면제 여부는 그 고객이 실제로 예상할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개별적으로 판단한다.

위반의 효과 — 계약 전체가 무효 되는 게 아니라 '그 조항만' 배제된다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해서 계약 자체가 통째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약관법 제3조 제4항은 "사업자가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문언 그대로, 그 조항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계약 내용에서 빠지는 것이지, 조항이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나 계약 전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특정 조항이 계약 내용에서 빠졌을 때 나머지 계약이 어떻게 되는지는 약관법 제16조(일부 무효의 특칙)가 정합니다. 원칙은 나머지 부분만으로 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 나머지 부분만으로는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거나, 남은 부분이 한쪽 당사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경우에는 계약 전체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실무적 의미는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보험 면책조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면, 사업자는 그 면책조항만 원용하지 못할 뿐 보험계약 자체는 그대로 유효하게 존속하고, 그 결과 면책 사유가 없는 것과 같은 상태에서 보험금 지급 의무를 지게 됩니다. 위약금 조항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위약금 약정만 계약 내용에서 빠지고, 해지 자체의 효력이나 나머지 계약관계는 별도의 법리(민법의 일반 손해배상 규정 등)로 처리됩니다.

실제 분쟁에서 어떻게 나타나는가 — 유형별로 살펴보기

설명의무 위반 다툼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지만, 반복되는 패턴이 있습니다. 보험에서는 특정 질병·치료를 보장에서 제외하는 면책조항, 보험료율이 달라지는 기준, 갱신 시 보장 내용이 축소되는 조항이 대표적입니다. 가입 당시 설계사가 보장 범위만 강조하고 면책 사유는 짚어주지 않았다면, 사고가 난 뒤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한 가입자가 설명의무 위반을 다투게 됩니다.

신용카드·멤버십 서비스에서는 포인트·마일리지의 적립 기준, 유효기간, 부가서비스 축소·변경 조항이 자주 문제 됩니다. 처음 가입할 때 안내받은 혜택이 이후 약관 개정을 통해 조용히 줄어드는 경우, 그 변경 근거가 된 조항을 애초에 설명받은 적이 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프랜차이즈 가맹계약에서는 영업지역 제한, 계약 중도 해지 시 위약벌, 물품 강제 구매 조항이, 매매·임대차에서는 하자담보책임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특약 조항이 같은 구조로 다투어집니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사업자가 계약체결 단계에서는 고객을 끌어들이는 조건을 강조하고, 정작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조항은 형식적으로만 문서에 담아두었다는 데 있습니다. 반대로 고객 입장에서는 계약서 전체를 꼼꼼히 읽었어도, 그 조항이 실제로 어떤 상황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설명을 듣지 않고서는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설명의무 위반을 다투려면 — 준비해야 할 것들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려면 우선 계약 체결 당시의 정황을 최대한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계약서와 약관 사본, 가입 신청서, 상담 과정에서 주고받은 문자·이메일·녹취, 설명자료나 상품 안내서가 남아 있다면 모두 증거가 됩니다. 설명의무 이행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업자에게 있지만, 고객 쪽에서도 계약 당시 어떤 설명이 있었고 없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진술할 수 있어야 다툼이 유리하게 진행됩니다.

분쟁이 커지기 전에는 사업자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설명의무 위반 사실과 해당 조항을 계약 내용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두는 것이 실무에서 흔히 쓰는 절차입니다. 이후에도 사업자가 그 조항을 근거로 이행을 거부하면 민사소송으로 조항의 효력을 다투게 되고, 조항 자체가 불공정약관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하는 방법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서명했으면 설명을 다 들은 것으로 인정되나요?

A. 서명이나 날인은 계약체결 사실과 명시의무 이행의 정황 증거는 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중요한 내용에 대한 설명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증명은 아닙니다. 설명의무를 다했는지는 서명 여부와 별개로 판단됩니다.

Q. 온라인으로 약관 동의 버튼만 눌렀는데도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약관 전문을 화면에 띄워두고 체크박스 클릭만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실질적으로 인식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조항이 눈에 띄게 강조되어 있었는지가 관건입니다.

Q. 보험 면책조항을 설명받지 못했다면 보험금을 전부 받을 수 있나요?

A. 설명의무를 위반한 면책조항은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으므로, 보험사는 그 조항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다만 다른 면책조항이나 보장 한도 등 별도로 유효한 조항까지 함께 무력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구분해야 합니다.

Q. 설명의무를 위반했으면 계약 자체를 무효로 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는 문제 된 조항만 계약 내용에서 빠지고 나머지 계약은 유효하게 존속합니다. 다만 그 조항 없이는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거나 남은 부분이 한쪽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계약 전체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Q. 표준약관이면 설명 안 해도 되는 것 아닌가요?

A. 표준약관을 사용했다는 사정만으로 설명의무가 자동으로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같은 업종에서 널리 쓰이는 조항이라도 그 고객이 실제로 예상할 수 없었던 내용이라면 여전히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Q.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는 데 기간 제한이 있나요?

A. 설명의무 위반 자체에 별도의 제척기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고, 그 조항을 근거로 사업자가 어떤 권리를 행사하거나 이행을 거부할 때 그에 대한 항변으로 다투는 구조입니다. 다만 관련된 금전 청구권 자체는 일반 소멸시효의 적용을 받을 수 있으므로 방치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약관은 사업자가 미리 정해 둔 문서이지만, 그 안의 중요한 내용까지 고객이 알아서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설명의무는 정보의 비대칭을 줄이기 위해 법이 사업자에게 지운 의무이고, 이를 어기면 사업자는 그 조항을 근거로 삼을 수 없습니다. 서명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것이 정리되었다고 단정하기보다, 계약 당시 실제로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부터 되짚어 보는 것이 분쟁의 출발점입니다.

같은 조항이라도 업종과 계약 유형에 따라 설명의무의 대상인지, 면제 사유에 해당하는지 판단이 갈릴 수 있어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계약 체결 당시의 자료를 먼저 정리해 두고, 그 조항이 실제로 계약 내용이 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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